인간은 어디에서 노화를 느끼는가? 문득 아침에 깨었을 때 오늘 하루의 할 일보다 어제의 기억을 떠올릴 때다. 잠자리에 드는데 내일 할 일에 대한 기대보다 오늘 한 일들에 대한 후회가 더오를 때다.
한 번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사람의 시간은 그 기억 속에 머물게 된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같은 기억이 반복될 때마다 기억은 사고를 그 시간 속에 남겨두고 온다. 그러고 남는 것은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힌 완고한 에고. 나이 먹으면 고집불통이 된다고 하지? 그대로다.
젊어서야 본능이다. 오늘 할 일을 생각하고, 내일 할 일을 생각하고, 이번 주 할 일을, 다음 달 할 일을, 1년 뒤를, 2년 뒤를, 10년 뒤를... 그래서 젊음의 언어란 미래형이고 현재진행형이다. 반면 노화의 언어란 과거형이며 과거완결형이다. 그랬었더라. 그랬었다더라.
참 재미있다. 대학생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이 좋았단다. 그때가 정말 좋았단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과연 중학교 시절이 좋았던가?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서 고등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한 사람의 어른으로 당당하게 살고 싶었다. 최고의 순간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있었다. 언제인지 모르는 미래 그곳에 인생에 가장 빛나는 순간이 있었다. 있어야 했다. 그렇게 믿었다.
대학생 시절도 마찬가지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마 언제부터였을까? IMF가 계기였을 것이다. 큰 좌절은 그만큼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그때는 그랬었거니. 그때부터 과거라는 것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한껏 미화되고 치장된 추억이라는 이름의 시간들을. 그때부터 나도 정체되기 시작한 것일까?
하여튼 웃기는 거다. 고작 대학생이... 보아하니 서른도 안 되어 보이는데... 그런데 다시 고등학생으로... 단순히 예능을 보고 즉흥적으로 내뱉은 말이라기엔 너무하지 않은가. 그렇게 미래가 안 보인다는 뜻일까?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워 하려면 먼저 마흔은 넘기고 나서다.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을 때,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해 온 일들 보다 적을 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일 때, 그때 과거를 돌아보며 과거를 치장하며 기억 속에 빠져 사는 거다. 고작...
실제 남자의 자격 멤버들 가운데도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을 단지 기억을 되돌이는 계기로 삼는 경우란 없다. 모두가 현재진행형이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을 다시 경험하는 것도 현재지행형이다. 과거 빵셔틀의 아픈 기억이 있는 이윤석마저 지금의 빵셔틀은 전혀 다른 현재의 사건이다. 이경규 역시 과거 고등학교 시절의 야기기보다는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태원, 윤형빈, 김성민, 이정진, 김국진 모두.
과거의 이야기를 하기엔 많이들 어리다. 나도 한참 어리다. 고등학교 시절이 어땠다더라... 하물며 그 시절이 가장 좋았다고는.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나 남았는데.
하긴 살기가 힘들면 사람은 빨리 늙는다. 아이는 빨리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어서는 바로 늙기 시작한다. 말했듯 앞날이 보이지 않으면 추억 속에 자신을 나누며 완고한 껍질에 갇히게 되니.
본방보다 포털 기사에 뜬 리플들이 더 관심을 끄는 회차였다. 그렇게나 살기가 어려운가. 나도 그리 살기 좋은 처지는 아니지만 조금은 씁쓸해서. 나름 의미가 있다 하겠다.
아무튼 내가 아직까지는 어리다는 것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늘 할 일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달력을 볼 때마다 더 하지 못한 것들을 아쉬워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안달하고. 과거를 돌아보기엔 역시 나는 아직 덜 살았다. 20년만 더 살고서. 아직 내게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언제인가는 그때 가서 결정하리라.
재미있었다. 프로그램도 재미있었고, 포털 기사에 달린 리플도 재미있었고. 생각해 본 것도 많았다. 남자의 자격만의 매력일 것이다. 생각케 한다는 것. 내 나이에 어울리는. 그렇다.
'남자의 자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의 자격 - 오늘 건 재미없다! (0) | 2010.06.13 |
---|---|
남자의 자격 - 수학적 사고... (0) | 2010.06.13 |
남자의 자격 - 생각없이 웃으면서 봤다! (0) | 2010.05.30 |
남자의 자격 - 드럼 이윤석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0) | 2010.05.26 |
남자의 자격 - 밴드란 무대 위에서 만들어진다! (0) | 2010.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