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왜 사람들은 음모론에 빠져드는가?

까칠부 2010. 6. 17. 05:48

태초에 지고신이 있었다. 말 그대로 전지전증한 신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지고신의 전지전능함을 동경하던 소피아라는 이름의 천사가 있었다. 소피아는 진정으로 지고신을 닮고 싶어했다.

 

그러나 소피아는 지고신이 아니었다. 지고신을 닮고자 하여 시도한 창조에 대한 시도는 이내 실패로 돌아가고 소피하는 천상에서 내쫓기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데미우르고스라고 하는 덜떨어진 존재를 낳게 되었다. 원래 임신 중 스트레스가 심하면 태아에 심한 악영향이 미치게 된다.

 

문제는 소피아가 워낙 정신이 분주한 터라 데미우르고스에게 그의 존재에대해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데미우르고스는 창조주인 소피아의 방치 아래 자신이 전지전능한 지고신이라 착각하며 자기만큼이나 덜떨어진 세계를 창조하게 되었다. 바로 우리가 사는 세계다.

 

소피아는 나중에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이 진행된 뒤였다. 소피아는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모든 것이 자신의 무지와 오만이 빚어낸 결과였다.

 

소피아는 그나마 이 세계의 인간들에게 데미우르고스가 전하지 못한 절대적인 지식과 지혜를 전하고자 그로부터 노력을 시작한다. 선지자가 나타나고 구세주가 나타나고 그들이야 말로 불완전한 세계에 완전한 지식을 전하고자 소피아로부터 보내진 이들인 것이다. 예수 역시.

 

초기기독교에서 매우 강력하게 일어났던 영지주의라는 이단에 전해지는 신화다. 여기서 소피아는 철학, 데미우르고스는 플라톤이 말한 세계에 부여된 질서를 뜻한다. 즉 이 세계는 불완전힌 지식과 질서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우 특별한 어떤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비밀스런 지식과 지혜가 곧 영지인 것이고, 그것을 갖는 자가 선지자로서 인간을 이끌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이 영지주의에서 가르치는 바인 것이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이 세계는 매우 불완전하며 모순에 가득차 있다. 물론 사실이다. 따라서 생각한다. 이러한 부조리와 모순을 해결할 수 없는 어떤 비밀스런 지식과 지혜가 있을 것이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쉽게 사기에 넘어가는 것이 그래서다. 아니 똑똑한 척 하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보이고 들리는 것들에 대해 그냥 보이고 들리는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의심한다. 부정한다. 그러면서 그 이면의 또다른 더 깊은 비밀스런 어떤 것을 요구하게 된다. 그런 자신에 대한 어떤 의심이나 비판, 심지어 자각조차 없이. 바로 그것을 노리는 것이다.

 

사기를 칠 때 사기를 제대로 치는 사람은 결코 거짓말로 사기를 치지 않는다. 오로지 사실로서 사기를 친다. 실제 있는 일을 가지고 사기를 친다. 단 한 마디만 더하면 된다.

 

"이건 당신에게만 말해주는 건데..."

 

그 순간 넘어가버리고 만다. 그렇게 비밀스런 지식이란 불완전한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매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다른 말로 풀자면 선지자컴플렉스라 할 것이다.

 

"나는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어."

"어리석은 사람들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지."

 

그러면서 대중을 이끌어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게 된다.

 

"가르쳐주지!"

"보라구! 어때, 대단하지?"

 

마치 장난감을 손에 넣은 어린아이처럼.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쉽게 알려질 것이라면 그것은 어째서 그때까지 비밀로 남게 되었던 것일까? 그러나 비밀이 주는 향기란 너무 강해서 그런 정도는 쉽게 가려버리는 것이다.

 

왜 사람들이 음모론에 빠지는가. 결국에 그들은 데미우르고스의 자식인 때문이다. 그리고 소피아가 그들에게 절대적인 지식과 지혜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보고 들은 것들을 소피아로부터 전해진 비밀스런 지식과 지혜라고 여기고 만다. 남들과 나는 다르다. 그런 비뚤어진 우월의식까지. 선지자다.

 

물론 말했듯 우리가 사는 세상이란 불완전하고 모순 투성이다. 인정한다. 나도 그리 생각한다. 다만 소피아가 과연 완전한 지식과 지혜를 전할 수 있는 존재인가. 바로 그 소피아가 데미우르고스를 낳았다는 것이다. 데미우르고스란 소피아로부터 나온 존재인 것이다. 과연 그런 비밀지식을 전하는 사람들은 불완전한 세상에 완전한 존재일까?

 

간단한 상식이다. 남을 의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의심하라. 남들이 불완전하다면 자신도 불완전하다. 의심하는 것이 이성이라면 자기를 의심하는 것이 이성의 시작이다.

 

내가 알면 남들도 안다. 내가 알 정도면 남들도 다 안다. 그를은 왜 그러면 그런 것들에 크게 관심을 안 갖는가? 그들이 불완전하면 나도 불완전하다. 내가 완전하면 그들도 완전하다.

 

의심이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자만과 오만이라는 틈을 파고들어 사고에 뿌리를 내린다. 사고를 양분삼아 의혹과 의심만을 키우며 독선이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

 

경계할 일이다. 왜 그것이 하필 내게만 전해졌는가? 상식일 테지만. 그래서 음모론이란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다. 자라고 자라고 또 자라고... 답이 없다는 게 그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