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뭔가 안타까운 이효리...

까칠부 2010. 6. 20. 14:56

한때 최고의 틴아이돌 가운데 하나였던 김원준이 지금 저렇게 되어 버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아티스트이고자 한 때문이었다. 문희준 역시 그러다 가 버렸고, 김완선도... 하아... 오룡비무방은 왜 한 거야?

 

아무래도 그런 게 있는 모양이다. 아이돌이거나 퍼포머 출신인 경우 자신이 아이돌이거나 퍼포머 출신인 것을 부정하기 위해 굳이 아티스트의 타이틀을 손에 넣으려 무리하게 된다.

 

물론 그것도 좋다. 모든 엔터테이너가 꿈꾸는 궁극은 아티스트다. 아무래도 대중이 인정하는 것이 아티스트이다 보니 그렇게 인정받고 싶고 존경받고 싶은 거다. 그건 인간의 본능이다. 다만 그것이 자기의 역량을 넘어섰을 때가 문제다.

 

이효리에게도 어쩌면 프로듀서로서 그 가능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내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 다만 아쉽다는 것은 그녀의 퍼포머로서의 가능성을 프로듀스까지 스스로 하겠다고 하는 - 여성가수 최초로 프로듀서가 되겠다고 하는 야심이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차라리 프로듀스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보다 퍼포머로서의 자신에 충실했으면 어땠을까.

 

위태위태했다. 김완선이 떠올랐거든. 김완선 8집이었지? 자작곡도 있었다. 차라리 넣지 않았으면. 작사는 꽤 괜찮게 했었는데. 욕심이 지나치다기보다는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

 

아직 4집이다. 벌써 서른이니 급하기도 하겠지만 음악이라는 게 그렇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굳이 스스로 프로듀스까지 한다고 훌륭한 아티스트인 것도 아니다. 그런 건 자연스럽게 언젠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실패였음이 이번 표절논란으로 드러났고. 그야말로 바누스라고 하는 사기꾼에 - 발표대로라면 - 제대로 엿먹은 셈이 되었으니.

 

표절에 대한 인정은 이효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신인아이돌의 표절과는 다르다. 아이돌이라면 기획사에 떠넘기면 되고, 신인이라면 아직 인지도가 되지 않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필 또 이름값이라는 게 있어서...

 

무명시절 연기에 도전하는 건 크게 부담이 되지 않지만 스타가 되고서 연기에 도전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다. 이효리가 아직 무명일 때 단역부터 시작했어도 지금 연기가 이효리의 한계로 지적될까?

 

다만 그럼에도 가수로서의 자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는 고집은 읽힌다. 그저 단순히 예능으로 도망쳐서 잠잠해지면 돌아오겠다는 것이 아니다. 아티스트로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하는 의지가 비록 늦었지만, 그리고 결코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로 이어진 듯 하다. 결국 다음 5집을 기대하라는 거겠지.

 

다음 앨범에서는 굳이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기보다 기존의 유능한 프로듀서들과 함께 작업하기를 바란다. 아예 책임을 떠넘겨버리는 것이다. 앨범의 프로듀스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을 전문프로듀서에게 맡기고 자신은 보다 완벽한 무대를 위해 만전을 기하기를. 훌륭한 아티스트란 반드시 자기 음악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사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니까. 주어진 음악과 무대를 완벽히 소화시키는 것도 훌륭한 아티스트다.

 

사람이란 잘못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한 번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사과하고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으면 된다. 이효리의 아티스트로서의 자존심이 그럴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녀는 매우 자존심이 센 여자다.

 

참 애매하기는 하다. 벌써 나이는 서른에, 가수로서의 입지는 그다지 탄탄하지 못하고, 예능에서의 인지도만 기형적으로 높아지는 것 같고, 이미지 뿐인 가수에서 뭔가 보여주는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건만... 아마 여기에서 틀어진 것이 아닌가.

 

그러나 어차피 일은 이렇게 되어 버렸고 사실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다음이다. 과연 이번 일을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 아직 퍼포머 이효리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이효리라는 가치에 거는 사람들이다.

 

훌훌 털어버리고 자숙의 기간을 가진 뒤 더 훌륭한 무대와 음악과 퍼포먼스로 돌아오기를. 아티스트가 대중에 속죄하는 길은 다른 게 없다. 더 훌륭한 무대를 보여주면 된다. 그것이 지금 이효리가 해야 할 일이다.

 

명예회복이 필요한 때다.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자신의 가치에 대해 증명할 때다. 아직은 대중에 자신이 필요하다. 다음 앨범을 기대해 보는 이유다. 이효리의 진심이 그곳에 있으리라. 그것을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