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해피버스데이 - 이경규와 프로의 냉엄함...

까칠부 2010. 6. 24. 01:51

해피버스데이를 뒤늦게 보았다. 설마 이번주 남자의 자격팀이 게스트로 출연할 줄이야. 미처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야 기사를 보고 겨우 조금 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왜 이경규가 프로인가.

 

솔직히 비난을 들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둘 다 지쳐 있었다. 하프마라톤을 뛰고 둘 다 지쳐 거의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 이윤석이 말했다.

 

"같이 들어가죠?"

 

그러나 이경규는 단호히 이윤석을 뿌리치며 혼자서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원샷 받아야지!"

 

벌써 나이 50. 이미 20킬로미터 이상을 달린 상태에서 지칠대로 지쳐 있을 터임에도 마지막에 이윤석과의 격차를 그리 벌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말하겠지. 그렇게까지 원샷을 탐해야 할까? 그러나 프로라는 게 무언가? 프로란 탐욕이다.

 

프로란 그 일로 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다. 자기 이름을 걸고 그 일을 하고 그로써 수입을 얻는 사람이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가는 그의 가치와 이어진다. 한 마디로 돈값을 하느냐와 이어진다 할 수 있다. 프로가 돈을 탐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니다. 돈이란 그가 일하는 가치를 계량하는 것이므로. 오로지 프로만이 돈 앞에 당당할 수 있다.

 

"내가 한 만큼만 달라!"

 

당시 이경규가 MC로서 예능인으로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경길도 말한다. 거기서 둘이서 함께 들어왔으면 시선이 분산되었을 것이라고. 실제 당시 이경규와 이윤석이 함께 골인지점을 통과했다면 그만큼 관심도 분산되고 감동도 덜했으리라. 당시 사람들이 그리 감동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이경규가 도착하고 이윤석이 그 다음에 도착하며 감정의 점층이 이루졌기 때문이었다. 만일 함께 들어왔다면?

 

이경규는 골인하는 그 순간에도 김성민의 눈물을 신경쓰고 있었다. 여기서 눈물이 나와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경규여서는 안 된다. 그러면 누가? 그것은 예능인으로서의 본능이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당시 이윤석과 함께 들어갔다면 보기에도 좋고 이미지에도 좋았겠지만 예능으로서 그 감동과 재미는 덜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이윤석을 떨궈내고 혼자서 달려 들어와야 한다. 마지막 힘을 내서 이윤석을 뒤로 떨구고 자신이 먼저 들어와 원샷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윤석이 마지막에 들어오며 또 한 번 관심을 모은다면 제대로 그림이 살 것이다.

 

프로란 그래서 아주 냉정한 것이다. 야멸찰 정도로 냉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경실이 이윤석을 탓한 것도 그것이다. 거기서 이윤석이 했어야 했던 것인 이경규에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샷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었어야 했다고.

 

과연 왜 이경규인가. 왜 이경규만이 아직까지 현역일 수 있는가. 동기들과도 그리 사이가 안 좋다지? 동년배들과 자주 만나지도 않는단다. 감각이 늙을까봐. 사람들이 그 욱사마의 성격에도 이경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도 그같은 프로로서의 엄밀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긴 방송 짧게 하는게 사실 프로다운 것이다. 미리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그에 맞춰 진행해서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으로 집중해서 최대의 결과를 내는 것이 프로다운 것이다. 10개 던져서 하나 살리고, 비효율적이다. 60분 방송이면 70분 녹화, 오히려 그게 더 옳다. 리얼이 대세인 터라 그런 것이 불가능한 것이 되어 버리기는 했지만 역시 프로이기에 가능한 생각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또 긴 촬영을 이번에는 감수하고 있는 것이고.

 

확실히 대단하달까? 김태원도 마찬가지다. 체력이 한계에 달했을 텐데도 딸에게 면목이 서고자 눈덮인 지리산을 올랐다는 이야기. 클래스란 어떻게 해도 클래스일 수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새삼 감탄하면서 보았다. 실력이란 가진 바 재능보다 오히려 심성이구나. 멘탈이구나. 그렇게까지 치열할 수 있는 이경규가 더욱 좋아졌다. 80이 넘어서도 여전히 현역에서 은퇴 않고 있으리라 여기는 건 다만 나 뿐일까? 영원히 죽지 않고 리치가 되어서라도 현역에 남을 전설 아닌 현역이 이경규다.

 

물론 출산을 앞둔 산모나 가족의 이야기도 감동이기는 했다. 그러나 원래 그런 프로그램인지는 몰라도 비중이 게스트에 너무 쏠려 있어서. 그냥 예능이었다. 토크쇼. 주제만 출산에 관련되었을 뿐.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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