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뜨거운 형제들 - 어쩌면 예능의 새 지평을 열다!

까칠부 2010. 7. 6. 10:32

버라이어티란 사실 한계가 뚜렷하다. 한두번 나오고 말 것이 아니라면 결코 악해서는 안 된다. 비호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막말의 아이콘이라는 김구라마저도 치고 빠지는 게 확실하다. 독하게 가더라도 망가질 때는 확실하게 망가진다. 독하게 나갈 때는 강자의 컨셉이더라도 당해주려 하면 철저히 약자의 모습을 보인다. 그가 오래 갈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뜨거운 형제들은 보고 있자면 정말 아슬아슬하다. 만일 이것이 다른 예능에서 이런 모습들이 나왔다면 그 날로 그 프로그램 게시판은 폭파되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막장방송을...

 

글쎄 카페에서 일반인의 멱살을 잡는다. 헬스클럽에서 런닝머신을 달리는 여성의 뒤에서 성희롱으로 보일 수 있는 행위마저 한다. 아니 도자기 만들면서 한 행위는 분명 성희롱이었다. 막말에, 막무가내에, 우격다짐에, 뜬금없고, 맥락없고, 염치도 없다. 과연 이런 예능이 꽁트도 아니고 허락될까?

 

그런데 가능하다. 어째서? 아바타이기 때문이다.

 

즉 시청자는 아바타의 막장에 가까운 행동에서 그를 골탕먹이고자 하는 조종자의 짓궂음을 읽는다. 그것은 아바타 자신의 뜻이 아니다. 더구나 조종자 역시 아바타를 시켰을 뿐 자기가 직접 행한 것이 아니다. 의지와 행동이 분리됨으로써 책임도 분산되는 것이다.

 

아바타가 조종자의 명령을 받아 행동으로 옮기면서 약간의 간격이 생기는 것도 중요하다. 조종자와의 충돌과 갈등으로 말미암은 그 간격이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그 행동을 한 단계 걸러 인식토록 한다. 어느 쪽이든 한 마디로 어지간히 독한 행동을 해도 아바타라고 하는 것이 훌륭한 완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리 막장에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이 그리 우습고 재미있다. 이제까지 다른 예능에서 보여준 그 이상을 오히려 부담없이 더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달까.

 

나 역시 보면서 의아했다. 웃으면서도 생각했다. 나는 저런 것 싫어한다. 저렇게 악의를 가지고 사람을 골탕먹이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웃긴다. 전혀 비호감 없이 재미있고 웃긴다.

 

결국은 관계라는 거다. 아바타와 조종자와의 관계가 시청자의 자칫 비호감으로 빠질 수 있는 부분을 흡수하며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또 그를 통해 캐릭터 또한 빠르게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고. 단 한 회를 보았을 뿐인데도 캐릭터가 보인다.

 

그리고 박휘순의 리얼버라이어티에의 적응도 눈에 띈다. 그동안 개그맨 출신들이 버라이어티에서 맥을 추지 못한 이유는 짜여진 꽁트에 익숙했던데다가, 지나치게 비하적인 설정에 익숙한 때문이었다. 꽁트에서는 허락되지만 버라이어티에서는 비호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과연 그동안의 일밤의 침체는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재미있는 예능이라는 김영희 CP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겠다. 확실히 재미있다. 지나칠 정도로. 넘칠 정도로.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건 아몰레드는 예능을 볼 때 더 빛을 발한다. 정적이고 잘 갖추어진 조명에서 아몰레드의 화사한 색감은 더욱 빛난다. 월요일, 화요일 이동길이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튼 좋다. 본방은 남자의 자격을 보더라도 뜨거운 형제들도 반드시 챙겨보리라. 내가 김구라와 박명수 개그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들을 위한 프로다. 좋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