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에는 감정이 살아있다...

까칠부 2009. 11. 2. 17:40

다시 복습을 했다. 나는 항상 남자의 자격은 한 번 보고 두 번 세 번 복습하곤 한다. 그동안의 방영분이 전부 파일로 떠져 DVD로 구워져 있다. 보아도 보아도 또 재미있는 것은 남자의 자격 뿐이리라.

 

아무튼 다시 보면서 다시 한 번 감동을 느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그 감동의 정체를.

 

물론 하늘을 난다는 원초적인 바람도 있었을 것이다. 전투기를 탄다고 하는 어린 시절 부터의 꿈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바람을, 꿈을 대신해 충족하는 충만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그 감정들,

 

김성민이 9G에 도전했을 때 이경규와 윤형빈이 그렇게 걱정하며 긴장하는 모습들이나, 김성민이 조종사복을 입고 나타났을 때, 윤형빈과 이윤석의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모습, 김성민이 전투기에 타고 이륙하려 할 때 긴장과 걱정으로, 그리고 또 한 편으로 설렘으로 말없이 손을 흔들어주던 그 장면들...

 

아마 다른 예능이었다면 웃기려 이런저런 멘트도 던지고 상황도 만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는 그런 게 없다.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내보일 뿐이다. 대본이든 어찌되었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는 김국진이나 그런 김국진을 보고 웃으면서도 걱정스러워하는 다른 멤버들이나, 김성민이 마침내 비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진하게 끌어안는 이경규나...

 

아아, 어느새 나도 그런 감정의 흐른에 휘말려든 것이었다. 예능이 아닌 남자의 진정이 담긴 감정 속에 나 역시 동화되었던 것이었다.

 

부러워하고,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대견해하고, 기뻐하고... 말없는 그 표정 하나하나가... 굳이 상황을 만들려 들지 않는 투박하지만 그 진심어린 감정들이... 나 또한 같구나.

 

어제도 썼지만 바로 이런 것이 남자의 자격만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 사람냄새가 난다. 사람의 감정이 살아있다. 보여주기 위한 예능이 아니라, 단지 재미를 주기 위한 버라이어티가 아니라, 진정을 느끼고 진정을 공감하는 나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생각한다. 과연 다른 버라이어티였다면 어땠을까? 다른 진행자였다면? 출연자였다면? 말없이 부러운 눈으로 조종복을 입은 김성민을 보고, 방송분량같은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걱정어린 눈으로 김성민과 김국진이 올라탄 전투기를 찾고... 그것이 감동이 되고 웃음이 되는 남자의 자격이 아니었다면?

 

중간중간 김성민과 김국진이 자신의 짧은 비행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이 그리 진정으로 다가온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의 진심들이 더욱 그들의 경험담에 무게를 싣고 의미를 싣고 다가오는 때문일 것이다. 아아, 나도 그러고 싶다, 날고 싶다... 그 진정이.

 

거짓이 난무하는 시절이기 때문일까?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심이 거짓이 되는 그런 시절이기 때문일까? 그 감정들이 지금 내게 너무 소중하다. 그 때문일 것이다. 내가 남자의 자격에 이리 매료되는 것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인 것이다. 비행도 좋고 전투기도 좋지만 사람이, 사람의 진정이, 그 감정들이... 아마 이것도 몇 번을 보아도 다시 감동일 것이다. 그 감정의 선들이. 좋다. 너무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