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5초가수? 그래서 "그룹" 아닌가?

까칠부 2010. 7. 21. 19:21

예전 시나위의 무대를 보더라도 리더인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노래에 참여하는 부분이란 코러스 말고는 거의 없었다. 아니 아예 없지 않았을까. 그러면 과연 신대철은 5초 가수도 못되는 것일까? 참고로 신대철의 직업은 경우에 따라 가수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래서 내가 가수라는 말을 싫어하는 거다. 가수란 단순히 singer다. 그러면 음악은 singer로만 이루어지는가? TV가 보편화되고 뮤직비디오라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보다 다양한 요소들이 중요하게 소비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음악이란 singer만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다. 들려주는 음악만이 아닌 보여주는 음악도 중요하게 되었고 그를 위한 정교한 역할배분도 이루어졌다.

 

80년대 이미 서울시스터즈라는 팀이 있었다. 원래는 방실이 개인의 팀이었다. 방실이 혼자 데뷔하려는데 비주얼이 딸리다 보니 댄서 가운데 외모가 되는 멤버 둘을 더해 서울 시스터즈라는 팀을 만든 것이었다. 당시 무척 큰 인기를 누렸었다. 과연 방실이 혼자 데뷔했어도 그만한 호응을 얻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노래하는 파트가 적으니 방실이 이외의 두 멤버란 의미가 없는 것인가.

 

오히려 지금의 팀들은 당시보다도 더 체계적으로 역할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능을 위한 멤버도 있고, 비주얼을 맡는 멤버도 있고, 춤실력으로 대중에 다가가려는 멤버도 있고, 랩을 하기도 하고, 혹은 막내의 애교를 담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하나의 팀이다. 보컬 역시 그런 팀의 한 부분이다. 단순히 노래만으로 팀을 이룬다면 그것은 따로 보컬그룹이라 부른다. 과연 5초 가수라 하며 지적한 팀들 가운데 그같은 보컬그룹이 몇이나 있던가. 그렇다면 노래를 하지 않는 나머지 멤버란 가치가 없는 것인가.

 

카라만 하더라도 그렇다. 김성희의 가창력은 상당히 훌륭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정작 카라가 뜨기 시작한 것은 김성희가 나가고 박규리와 한승연이 어설픈 리드보컬과 메인보컬을 맡으면서였다. 지금도 카라의 어설픔은 걸그룹 최강의 수준이다. 그것은 대중이 카라에게서 보컬 이상의 다른 무엇을 찾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것을 멤버들이 가지고 있기에 카라는 지금 국내 걸그룹 가운데 세 손가락에 드는 팀이 되었다. 단순히 노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하여튼 도대체 언제적 나온 소리인가 말이다. 대중의 취향은 다양하고, 음악이란 보컬 하나만으로 소비되는 시대가 아닌데, 그런데 5초가수라... 그야말로 신대철은 코러스만 넣으니 노래도 않는 가수도 아니라는 말이 나오겠다. 하긴 김태원더러도 가수가 왜 노래를 그리 못하냔다.

 

결국 그 가수라는 단어의 문제다. singer. 퍼포머로써 춤을 잘추거나, 무대표현력이나 장악력이 좋거나, 혹은 스타일이 뛰어나 대중의 시각을 사로잡거나, 연주자도 있을 터이고, 다른 새로운 파트가 생겨날 지 모른다. 그런데도 Singer... 언제부터 노래실력으로 가수를 선택했다고.

 

노래실력보다 중요한 것이 노래이고, 노래보다 중요한 것이 그 자신의 매력이다.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노래 자체가 망하면 끝장이고, 노래가 아무리 좋아도 대중에 개인의 매력을 어필하지 못해도 문제다. 물론 그런 것마저 뛰어넘는 괴물들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경우란 거의 예외에 속한다. 그것이 대중문화다.

 

차라리 가수 대신 다른 단어를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음악인이라든가, 아티스트라든가, 개인적으로 아티스트를 선호한다. 외모 또한 타고난 아트이므로. 아름답기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어디서고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가공하지 않은 수석이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갖는 것처럼.

 

참 한가하다는 생각이다. MBC 뉴스데스크나, 그리고 네티즌이나. 시절이 바뀐 거다. 아니 원래부터 그랬다. 노래란 음악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룹이란 그런 여러 파트가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이돌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시대착오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