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런닝맨 - 역시 그들만의 게임...

까칠부 2010. 8. 3. 06:57

전반적으로 게임 자체는 재미있다. 수중점프나 인간컬링이나 기본적으로 관심과 흥미를 끄는 게임들이었다. 생각없이 보며 웃기에 좋았다. 그러나...

 

거의 끝부분 힌트를 얻기 위해 특정 출연자의 이름표를 획득하는 게임에서 역시 런닝맨의 치명적인 문제가 다시 드러나고 말았다. 게임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피해야 할 힌트없는 퍼즐이.

 

이거야 말로 술레잡기 하는데 자기 집으로 숨어들어가는 꼴이다. 그것도 방안에 숨어 문을 걸어잠근다. 그걸 도대체 어떻게 찾고 어떻게 확인하겠는가.

 

유재석이 다른 출연자들 피하겠다고 숨어드는 순간 게임에 대한 흥미는 바닥을 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건 우연이겠지. 아무런 힌트도 없이, 아무런 장치도 없이, 무작정 건물을 돌아다니며 유재석을 찾아야 할 텐데. 더구나 결국 하하에게 들키자 유재석은 화장실로 들어가 숨어버린다. 문을 걸어잠그고. 카메라 때문에 다른 수단은 쓸 수 없으니 그야말로 공성전이 되어 버린다. 지루하게.

 

거의 치트라 할 것이다. 그 넓은 건물 안에서 아무 힌트도 없이 숨는 순간 찾는 쪽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게임이 시작되고 마는 것이다. 화장실에 숨으면서는 불리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속수무책이 되어 버린다.

 

게임이란 상호성이 있어야 한다. 대칭성이 있어야 한다. 그 균형이 무너지면 게임이 아니게 된다. 게임이 게임이 아니게 되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더구나 구체적이고 공정한 룰이 없이는 시청자란 단지 구경꾼에 머물 뿐이다. 하하는 과연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떠한 힌트와 단서를 가지고 유재석을 찾을 것인가. 유재석은 또 그런 것들을 어떻게 절묘하게 피해갈 것인가. 하다못해 그러지 못할 것이면 아예 김종국이 했던 것처럼 그 옆에서 유재석 역시 몸싸움을 하고 있어도 좋을 것이다. 서로 자기들의 힌트가 있는 상대 멤버를 공략하는 한편 자기 멤버를 보호하는 단순함으로써 그 긴장을 함께 누려보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게 없으니까. 하하는 헤메고 시청자는 그보다 더 헤맨다. 유재석은 숨고 시청자는 그만큼이나 답답해진다. 급격히 프로그램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며 마지막 돼지저금통을 집어드는 순간에조차 전혀 집중이 되지 않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나와는 상관없이 자기들끼리만 게임을 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그 게임에 이입할 여지조차 없이 자기들끼리만 찧고 까불며 결과를 내고 있다. 재미가 있을 리 있나.

 

게임도 재미있게 만들고, 출연자들도 나름 열심히 하고, 흥미가 생길만한 포맷이고, 하지만 어떻게 해도 게임에 자신을 이입시키지 못하면, 프로그램 안에 자기를 동화시키지 못하면 그러면 재미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그 재미가 자기 것이 아니면 그만큼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식이니 결국 제시카도 병풍이 되고 만 것이다. 어디 끼어들지 알지 못한 채 겉돌며 그저 잠시의 귀여움만이 전부가 되어 버린 것이다. 같은 출연자마저도 배제하는, 같은 출연자까지 동참시키지 못하는 게임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가, 가치가 있을까. 예능감 문제가 아니라 게임이 그만큼 그들 안에서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그에 제시카는 기준에 모자라 방치된 터고.

 

그런데다 가장 안 좋은 것으로 지난주 유재석의 원맨쇼까지 나왔다. 서로 갈등하고 경쟁하는 건 필요하다. 짓궂게 서로를 건드리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확실히 유재석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왜 유재석 뿐인가. 상대 팀 진영으로 들어가 짓궂은 장난으로 방해도 놓고 하는 것이 왜 유재석 하나여야만 하는가.

 

결국은 자기만의 게임에 출연자들마저 게임에만 몰입하고 있으니. 그나마 자유로운 유재석이 게임 밖으로 튀어나와 시청자와의 가는 끈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송지효나 다른 출연자들도 동참하고 있기는 했지만 유재석 아니었으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왜 유재석인가와 더불어 유재석 없는 런닝맨이라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상을 해 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이대로는 절대 오래 가지 못하겠구나.

 

아무튼 개개의 게임도 재미있고 개개의 출연자도 개성있고 열심히 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꿰이지 못한한. 각자 파편화되어 자기들끼리 그저 웃고 떠들고 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걸 왜 끝까지 봤을까.

 

제작진의 분발이 요구된다.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저 자기들만의 현장에서만 재미있는 게임이 아닌 구경도 할 수 있는 게임으로. 게임을 플레이해서가 아니라 게임을 지켜봄으로써 재미있을 수 있는.

 

그것이 런닝맨이 추구해야 할 게임일 터다. 런닝맨이 구축해야 할 캐릭터이고 관계다. 런닝맨은 스포츠경기가 아닌 버라이어티이므로.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런닝맨은 버라이어티다. 예능이다. 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