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코미디가 우울해지고 예능이 주를 이루는 - 아주 오래된 이야기...

까칠부 2010. 8. 4. 13:17

김흥국이 일요일일요일밤에 나와서 "아 응애에요!"로 한참 날릴 때의 일이었다. 코미디언실의 원로들이 김흥국을 불렀다.

 

"네가 나와 웃기면 코미디언들은 뭘 먹고 사느냐?"

 

하지만 일요일일요일밤에의 피디는 개그맨보다는 김흥국을 원했고, 결국 그것은 코미디언이 아닌 예능인 출신의 전성시대를 여는 단초가 되었다.

 

지금 사실 개그맨이 설 자리가 어디 있는가. 개그콘서트와 웃찾사와 MBC는 지금 뭐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개그맨들이 꿈꿀 수 있는 것이 그런 공개개그프로그램에서 이름 얻어서 예능이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그나마도 선택된 소수만이 기회를 얻고 성공도 하지만.

 

초콜릿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이 무언가 나는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출연하면 그때나 겨우 챙겨보는 정도니까. 하지만 최소한 음악인들이 설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대임은 확실하다.

 

예전 세바퀴에서 조형기가 유현상을 놀리며 그리 말한 적 있었다.

 

"2천 관객 앞에서 공연을 했다는 거야. 그래서 우와 그랬지. 그런데 알고 봤더니 초콜렛이더라구!"

 

하지만 그만한 말이 나올만한 무대다. 백두산 같은 메탈그룹이 단독으로 그만한 관객 앞에서 공연할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그것도 공중파에서. 그런데 그런 무대에 오히려 음악인이 아닌 사람들이 더 많이 자주 출연해서 더 많은 노래를 부르게 된다면?

 

밥그릇지키기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밥그릇 자기가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는가. 음악인이 스스로 음악인의 무대를 지키지 않으면 누가 음악인의 무대를 지켜주는가? 그렇지 않아도 음악인이 아닌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에 그 인기에 기대려는 초콜렛의 피디가? 단지 얼굴마담에 불과한 진행자 김정은이? 그도 아니면 김연아가 언급됐다는 이유로 그 발언 자체를 까대는 대중이? 김C나 채연이 음악적으로 김연아보다 뭐가 더 낫느냐며 김연아의 노래가 더 가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네티즌이?

 

음반도 안 팔려, 음원 팔려봐야 돈도 안 돼, 그나마 공중파 나와야 음원이든 행사든 돈을 벌 수 있다. 공중파에 얼굴 비추지 않으면 아예 누구도 돌아봐주지도 않는다. 예능에라도 나와 얼굴을 알려야 하는 음악인들의 처지에 과연 초콜렛의 무대라는 것이 단지 토크쇼에 불과할까.

 

물론 콩트코미디에서 예능으로 흘러가는 것은 자연스런 시대의 흐름이다. 그것을 거스를 수는 없다. 더 이상 대중이 요구하는 것은 콩트를 잘 하는 연기자로서의 개그맨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개인기와 순발력으로 웃음을 줄 수 있는 예능인이다. 단지 코미디언실의 원로들은 그것을 잠시 거스르려 했을 뿐.

 

과연 음악프로그램조차 - 라이브프로그램조차 이제 더 이상 음악인을 위한 것이 아니게 될 것인가. 그것이 대세이고 시대의 흐름인가.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겠다. 음악인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닌 단지 인기인의 노래를 듣기 위해 음악프로그램을 보는 그런 시대가 되었는지도. 그렇게 시대가 흘러가는 것인지도.

 

입맛이 쓴... 그렇다고 따로 답도 없는 헤프닝이라 하겠다. 김C가 역시 조금은 성급했다고나 할까? 나름 밥그릇을 지켜보겠다 하는데 대중은 더 이상 음악을 듣지 않으니. 음악보다는 음악을 하는 사람에 관심이 많다.

 

단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주관적인 표현조차도 자기들만의 객관과 보편의 논리로써 재단하려 드는 대중이란. 참으로 뭔 말 하기도 꺼려지는 동네라 하겠다. 저들도 주관이고 이들도 주관일 텐데 다수가 되니 객관이 되고 보편이 되고 절대가 되고. 물론 그럼에도 네티즌이자 대중인 자신은 비판받아서는 안 된다.

 

날도 덥고 짜증도 나고 밥도 못 먹어 머리는 어찔하고. 어여 여름이나 갔으면 좋겠다. 몰래 어디 짱박혀 낮잠이라도 한 숨 잤으면. 피곤타. 여름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