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DJ DOC와 B급문화...

까칠부 2010. 8. 5. 03:11

DJ DOC가 어디선가 자기들을 B급이라 말한 모양이다. 과연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일까.

 

B급이란 한 마디로 메이저 - 즉 주류에서 벗어난 비주류를 말한다. 어딘가 어설프고, 어딘가 모자르고, 그러면서도 보편적인 대중이 아닌 특별한 소수가 열광하는.

 

메이저라 하는 것은 주로 불특정다수의 보편적인 대중을 타겟으로 한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그렇다. 더 많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모나지 않은 주제와 소재와 텔링을 가지고 접근한다. 재미있기는 한데 사실 솔직히 좀 심심하기는 하다.

 

그에 비해 B급영화란 특정한 마니아 계층이 열광할 수 있는 - 그러나 보편적인 정서와는 거리를 둔 주제와 소재, 텔링을 가지고 접근한다. 주로 호러나 슬래셔, SF와 같은 장르영화들이 그런데, 장르란 자체가 특정한 대상들과 공유하는 어떤 특정한 스타일을 말한다.

 

얌전하고 점잖고 참하고 착하고 성실하고 정의롭고 인내심강하고 관대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보편적 가치라면, 거칠고 사납고 싸가지없고 사고투성이에 문제만 일으키는 모습이란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만 후련함을 느끼게 한다. 일탈의 공감이랄까? 현재의 짜여진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것을 그들로부터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연예인이란 가십을 만들고 사고를 치는 것도 일인 것이다. 너무 얌전해도 연예인이로선 별 재미가 없다.

 

과거 카라의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컨셉에 사람들이 환호하고 - 지금까지도 생계형 아이돌이라 부르고 마는 것도 그런 정서와 부합한다. 소녀시대와 아이돌은 확실히 주류의 정서다. 2NE1까지도 그렇다. 반면 음반이 완전 망해서 케이블을 전전하며 어떻게든 자신을 알리려 하는 어쩌면 궁상맞은 카라의 모습이란 이 시대의 많은 루저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같은 카라가 어느샌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서 지금 당당히 소녀시대 다음 줄에 서게 되었을 때 어떤 쾌감마저 느끼게 된다. 카라가 부쩍 크고 나니 심심하다... 역시 B급정서라 할 것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컨셉을 탐내는 후발주자들에게 그것은 또다른 주류적 이미지일 것이다. 생계형이라 해서 새삼 관심을 끌거나 하지 못하는 이유다. 생계형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철저히 그러한 비주류적인 이미지로 인해서였으니.

 

DJ DOC란 한국 대중음악에 있어 대표적인 B급 음악인들이다. 힙합으로서도 그들은 주류가 아니다. 힙합마니아들이 추구하는 힙합의 엄밀함에서도 그들은 벗어나 있다. 그렇다고 주류음악의 문법을 따라가느냐. 그들은 항상 그들의 스타일의 음악만을 한다. 남의 음악을 빌려와서도 그들은 자기 음악으로 소화시켜 자기만의 스타일로 부른다. 주류음악이야 어떻든 오로지 자기네들 방식대로. 사고도 많이 치고. 문제도 많이 일으키고. 많은 사람들은 손가락질하지만 그래도 그런 양아치스런 모습이 좋다는 사람들이 있다. 철저한 비주류의 B급 음악인. 예능인으로서도 B급인가?

 

B급이라는 게 저급하다는 소리가 아니다. 단지 주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세련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다. 그러나 길거리음식처럼, 어딘가 구석진 허름한 나만의 맛집처럼 나만을 만족시키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다. 대단하지는 않아도 그런 소박한 공감이 있어서 B급이다. A급 B급이 아니라 주류와 비주류의 B급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뜻에서 한 말일까? 하지만 내가 보는 DJ DOC란 그러하니. 워낙에 B급이라는 자체가 대접받기 힘든 우리나라 문화계라. 워낙에  나 역시 그런 B급스러움을 사랑한다.

 

B급이 좋다. B급스런 DJ DOC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