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W, 아이티의 아이들 - IMF 때 우리도 저랬었다!

까칠부 2010. 8. 7. 11:04

솔직히 당시 조금만 엇나갔으면 나는 지금 여기 없다. 어딘가 노숙자로 떠돌거나 아니면 행려병자로 죽었거나. 그렇게 내게도 타격은 컸었다. 내가 지금도 당시 집권자들을 용서 못하는 이유다.

 

나만이 아니었다. 특히 아이들이 상처가 컸었다.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아이들. 다시 데려온다며 고아원에 맡기고 다시 찾지 않는 경우가 당시도 그렇게 방송을 탔었다. 그나마 부모가 죽어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은 없었지만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며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은 있었다. 노숙자로 떠돌거나, 아니면 방송에 나온 것처럼 매춘으로 내몰리거나, 범죄의 유혹에 넘어가거나.

 

하지만 더 큰 것은 어느샌가 물질적 가치가 최우선 가치로 여겨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추상적인 가치를 찾지 않게 되었다. 특히 IMF를 직접 겪은 세대에게는 그렇게 모든 것이 불안하고 불확실할 수밖에 없었다. 불안은 공포가 되고 공포는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다.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고 나면 스스로 지켜야 할 추상적 가치란 더욱 의미없어지기 쉽다.

 

한국사회에 나타난 어떠한 반문화적인 현상과 그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완고함은 아마 그로부터 비롯되었다 할 것이다.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그러면서 과도하게 도덕적인 엄격함을 지키고. 그런 이중적이고 모순된 부분들이 여러 곳에서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는 셈. 외국인과 여성, 어린아이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란 그런 한 예일 것이다. 그나마 약소국이라 극단적인 파시즘은 나타나지 않는 점이 다행이랄까?

 

과연 아이티의 미래가 어떠할까. 우리보다는 보다 크고 직접적인 재앙이었기에. 경제적으로야 회복할 수 있을 지 몰라도 그러한 현실을 직접 겪으며 자랐을 아이들이란.

 

보는 내내 먹먹해져서... 흐음... 하지만 결국은 남의 일이라는 것이 약속한 지원조차 이제는 끊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의 모습과 다를 것 없는 저곳에서. 안타깝고. 아프고. 흠...

 

이런 것이 W 보는 재미일 테지만. 김혜수가 진행 맡고 잘 안 보게 된 것 같다. 쩝... 솔직히 보고 싶지도 않다. 아름다운 것만 보며 살기에도 인생은 짧으니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