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말의 무게, 행동의 무게...

까칠부 2010. 8. 13. 21:49

어린아이가 말한다.

 

"너 죽었어!"

 

조폭이 다가와 말한다.

 

"너 죽었어!"

 

판사가 재판정에서 말한다.

 

"사형!"

 

같은 판사가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김에 장난처럼 말한다.

 

"사형!"

 

같은 말이다. 과연 같은가.

 

내가 좋아하는 말로

 

"실제로 행해지지 않은 모든 것은 장난이다."

 

라는 것이 있다. 말로야 어쩌든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슨 상관일까.

 

다만 때로 말 그 자체로 힘을 갖고 실제로 행하는 것과 같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아마 알 것이다.

 

사람마다 말과 행동에 그 무게가 다르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뛰는 사람이,

 

"여기다 아파트 짓자!"

 

하는 것과, 그래도 서울시장 쯤 되는 사람이,

 

"여기에 아파트를 지으면 좋을 텐데..."

 

하는 것과 천양지차인 것처럼.

 

바로 그것이 공인과 사인을 나누는 기준일 것이다. 참 기준도 많다. 말이 공적인 힘을 갖느냐 아니냐.

 

고작 연예인 하나 학력 어쩌고 국적 어쩌고 과연 그런 것이 사회적인 이슈가 될만한 사안인가. 그 많은 사람들이 그 한 가지에 매달리느라 심지어 정부부처가 일을 하지 못할 정도라는 게 정상인가. 과연 그 한 개인이 어느 학교를 나오고 국적이 어떻고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공공성을 갖는가. 그 비용이란 과연 타당한가.

 

더불어 단지 한 개인이 내뱉는 말과 수만 명의 사람들이 집단으로 내뱉는 소리와 그 가치가 같은가. 한 개인이 내뱉는 거짓말과 다수의 사람이 내뱉는 증오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가. 이미 모았다. 연예인의 한 마디야 바람처럼 잊혀지지만 대중의 한 마디씩 내뱉는 말이 사람도 죽이는 것을.

 

내가 어떤 사안에 대해 판단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누가 옳으냐 그르냐 이전에 어느 쪽의 행동이 더 중대한 의미를 갖고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하는가. 한 개인의 잘못보다는 집단의 증오와 폭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래서다.

 

도대체가 어떻게 하면 한 개인의 사소한 잘못과 다수 대중의 집단적인 증오와 폭력이 등가가 될 수 있는지. 혹은 후자에 더 동정적일 수 있는지. 어느쪽이 더 큰 문제인가. 이번만이 아니라 설혹 이번 일이 다수의 뜻대로 풀린다 할지라도 그로 인해 기세를 얻은 저들의 오만과 폭력은 어찌할 것인가. 과연 그 한 개인으로 끝날 것인가. 그 알량한 성취감을 위해 연예인조차 아닌 그 가족마저 사생활조차 없이 헤집던 이들인데.

 

경계해야 할 것은 항상 실제 이루어지는 행위들이다. 경계하고 주의해야 할 것은 실제 이루어질 수 있는 말이며 행동들이다.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럴 수 있는 주체들이다.

 

그래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확실히 대중이라는 위력은 대단하다. 다수라고 하는 힘은. 어느새 그 폭력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버린 탓에. 이제는 즐기는 수준이다.

 

바로 이런 것이 우리 사회의 수준인가... 새삼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의 실체를 깨닫게 된다. 사람들을.

 

항상 느끼는 거지만 무지야 말로 공포다. 내가 무지해서이든. 저들이 무지해서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