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너무들 성급하다...

까칠부 2009. 11. 7. 22:19

처음 남자의 자격도 그랬었다. 도대체 저게 뭐냐? 캐릭터가 없다. MC가 하는 게 없다... 심지어 이경규더러 한참 후배인 유재석을 본받으라는 진지한 충고마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물론 남자의 자격이 동시간대 1위를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러나 1위를 하는 프로그램만이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남자의 자격은 그야말로 최고의 예능이다. 억지웃음에 지쳐 버라이어티라고는 보지 않다가 겨우 다시 볼 수 있게 된 계기니까.

 

참 호흡을 길게 가져갔었다. 억지로 상황을 만들거나 캐릭터를 부여하지 않고 출연자들에 모든 것을 맡겼다. 메인MC격인 이경규 역시 한 걸음 물러서서 중심을 잡고 나머지 멤버들을 서포트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고. 그러나 그러한 방임적인 태도가 MC나 제작진이 아닌 출연자와 시청자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로써 더욱 깊이 스며들게 되었다.

 

지금 그토록 병풍이라 비난을 듣던 이정진더러 비덩이라 한다고 거부감 느끼는 사람 있던가? 윤형빈조차 바꾸네 마네 하지만 어느샌가 가장 웃기지 않는 막내로서 생계형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잘리기 전에 하고 싶은 걸 말해봐."

 

이경규의 그 짓궂은 멘트가 전혀 악의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물론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겠지만.

 

당장에 성공한 프로그램의 방식을 답습하려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성공한 요인을 분석하고, 그를 쫓아 따라가고... 그러나 그래서야 재미가 없지 않은가?

 

무엇이든 경쟁력이란 고유성이다. 자기만의 독자적인 무언가가 있을 때 경쟁력이라는 것도 생기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패떴의 아류네 1박 2일의 짝퉁이네 만들이 많은데 방식까지 따라한다? 그냥 아이돌 나오는 패떴 혹은 1박 2일 아닌가? 그럴 거면 패떴이나 1박 2일 보지 뭣하러 청춘불패씩이나 보고 그러나?

 

기왕에 아이돌 나오는 예능이다. 아이돌이란 그 자체로 상품가치가 있다. 아이돌 팬덤만도 상당한데다, 아이돌로서의 이미지라는 것도 꽤 호감의 요소다. 마치 갓잡은 싱싱한 생선과 같은 것이다. 갓잡은 참돔을 회를 떠먹겠는가? 매운탕을 끓이겠는가? 압도적으로 회다. 갓잡은 생선의 싱싱함이란 회로써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니.

 

장식을 넣기보다는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는 것이 좋다. 양념으로 맛을 내기보다는 그 고유의 맛을 살려내는 것이 더 좋다. 기왕에 아이돌로써의 만들어진 이미지와 캐릭터가 있는데 굳이 무리해 더할 건 무언가? 서툴더라도 자연스레 알아서 관계를 만들어가며 서로 납득할만한 캐릭터를 만들어가기를...

 

이미 구하라는 그러고 있다. 써니도 그렇다. 현아도 그렇다. 한선화도 그렇다. 유리도 그렇다. 그러고 보니 캐릭터가 명확하지 않은 멤버는 효민 뿐이다. 나머지는 관계인데 그거야 멤버들이 앞으로 더 가까워지고 서로를 알아가면 해결될 문제다. 남자의 자격도 자전거 여행편을 통해 시청자와 함께 더욱 그 관계를 돈독히 하고 한결 맛이 우러나는 관계를 보여준 것처럼.

 

캐릭터는 있고 그렇게 관계가 설정되면 그때부터는 알아서 분량이 나온다. 팬덤이야 알아서 프로그램을 떠받쳐줄 테고, 예쁘장한 여자아이돌들이 망가지는 것을 꺼려하지 않고 진심으로 땀을 흘리며 자신의 날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해당 아이돌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됨은 물론이려니와 시청자의 호의어린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다. 지금도 청춘불패에 호감을 갖는 사람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 바로 그런 부분들이니까.

 

성급하게 시청율에 신경쓰느라 섣부르게 상황이나 설정을 부여하려 할 경우 오히려 무너질 수 있는 부분들이다. 어쩌면 청춘불패만의 강점이 될 수 있으면서 자칫 황금알을 낳는 거위마냥 일찌감치 허물어질 수 있는 매우 민감한 부분들이다. 기존의 예능마니아들을 만족시킬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예능의 흐름을 만들 것인가?

 

제작진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과연 기존의 예능을 답습하여 기존의 예능팬들을 끌어들일 것인가? 아니면 청춘불패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여 새로운 마니아를 끌어들일 것인가? 안정된 시장인가?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모험인가? 압도적으로 후자를 추천하지만.

 

아무튼 재미없지는 않다. 눈물부분이 조금 그렇기는 에이스인 구하라 말고도 유리나, 써니, 현아, 선화, 나르샤 모두 최소한은 해주고 있다. 장차 어느 정도 관계가 정립되고 하면 더욱 시너지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김태우와 노주현의 역할 역시 은근히 미움맏는 캐릭터로써 밋밋할 수 있는 방송에 양념역할을 해주고 있고. 남희석은 뭐... 나서서 웃기라 캐스팅한 건 아닐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최소한 지금까지의 방향은 나쁘지 않았다. 조금 더 맛깔나게 숙성시킬 필요는 있겠지만 무리하게 큰 변화를 줄 것도 없어 보였다.

 

조금 더 자신감을 갖기를. 세상에는 패떴이나 1박 2일, 무한도전 같은 예능만 있는게 아니다. 유재석이나 강호동만이 정답인 것도 아니다.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과 시도가 성공하면 그만큼 방송은 더 재미있어진다. 나는 그것이 청춘불패이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