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무한도전 - 역시 레슬링은 위험하구나!

까칠부 2010. 8. 15. 14:54

모르는 사람이야 짜고 하는 거라고 쇼라 하지만 실제 그 동작들을 아무런 대비 없이 한다고 생각해 보라. 보디슬램 하나로도 사람 하나 골로 갈 수 있다. 그렇게 위험하다. 사람의 급소가 끊임없이 노출되고 공격당하는데, 동작 하나하나가 그렇게 위협적이고 치명적이다. 원래 창을 찌르기보다 멈추는 게 어려운 법이다. 칼을 내리치는 것보다 멈추는 게 더 어려운 것이고.

 

물론 적당히 웃기기만 하려면 사실 그렇게 크게 어려울 것은 없다. 과거 선배코미디언들이 다 해 왔던 일이니까. 하지만 무한도전 아닌가. 리얼버라이어티고. 손스타가 서운해 한 것도 무한도전이 단지 프로레슬링을 과거처럼 코미디의 소재만으로 쓰지는 않으리라. 프로레슬링 자체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식이면.

 

아니나 다를까. 물론 나름 많은 연습이 되어 있기는 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초보자로 이루어진 무한도전 팀의 프로레슬링은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부상 속출.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하니. 받아야 할 때 받지 못하고. 바로 그런 피나는 훈련 끝에 한 사람의 프로레슬러가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단지 웃기는 예능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면 꽤 낭패이리라.

 

리얼버라이어티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남자의 자격에서도 밴드를 하는데 그렇게 실력이 늘지 않는다. 일 년 넘게 연습을 했음에도 여전히 제자리다. 어쩔 수 없다. 아마추어니까. 초짜니까. 일 년 넘게 연습한다고 해봐야 제대로 하는 사람에 비하면 말도 안 될 뿐이다. 더구나 스케줄까지 바쁘니. 그나마 남자의 자격 밴드는 욕만 먹으면 그만이지. 무한도전의 프로레슬링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없는 스케줄 쪼개가며 연습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여전히 그 모양인 노홍철과 길에 눈쌀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다음주가 무한도전 프로레스링 특집 마지막인 듯 하니 기다려 지켜볼만 하겠다. 그동안은 또 얼마나 늘었는가. 다치지 않게. 최선을 다해서.

 

 

그나저나 확실히 캐릭터가 있고 관계가 확실하니까 팀을 나누어 차에 타는 것조차 저렇게 분량이 나온다. 박명수 옆에 정준하가 앉고, 그 다음에 노홍철이 뒷자리를 차지하고, 그것을 보는 유재석과 노홍철의 뒤를 이어 일행에 합류하며 절규하는 하하. 바로 이런 게 리얼버라이어티일 텐데.

 

리얼버라이어티의 예능감이란 팀웍이다. 예능감이 있고 없고는 얼마나 그 팀의 색깔에 맞느냐. 맞춰가느냐. 길이 겉도는 이유도 그것인데, 그러나 유재석이 그것을 끌어안고 있으니. 끊임없이 길이라고 하는 캐릭터와 그와 자신과의 관계를 강조한다. 노홍철을 비롯 하하의 캐릭터와 그와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 기믹이다. 우리는 이런 캐릭터와 이런 관계를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다. 기대와 배반이라는.

 

아직까지도 캐릭터조차 없어서 개인기로, 그리고 게스트에 의존해 분량을 뽑아내는 어느 프로그램이 보고 배웠으면 하는 부분이다. 하긴 이건 내가 작년부터 해 왔던 쇠다. 캐릭터를 만들라. 관계를 설정하라. 그러나 멤버들 개인기로 때울 수 있을 때가 좋았지. 병풍이 나오는 것은 병풍 자신의 탓도 있지만 그것을 끌어안지 못한 제작진과 출연진 자신의 탓도 크다. 병풍이 무려 5명이나 되는 리얼버라이어티라는 것이 단지 멤버만의 탓인가. 그럼에도 여전히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아무튼 확실히 같은 캐릭터, 같은 관계더라도 남자의 자격과 무한도전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색깔의 차이다. 팀이 갖는 개성의 차이다. 남자의 자격을 정의하는 것이 이정진이라면 무한도전을 정의하는 것은 하하? 길? 감없는 쩌리를 어떻게 안고 끌고 가는가.

 

다만 세븐 특집은 좀 전혀 이입이 안 되고 있었다. 런닝맨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자기들만의 게임. 그렇더라도 무한도전의 경우는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은 캐릭터와 관계에 의해 끊임없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미션들이 너무 복잡하다. 게임 이런 식으로 만들면 요즘은 안 팔린다. 조금은 실망. 그래도 왁자하니 떠드니까 분량이 나오고 이야기가 나온다. 지켜보는 재미는 있다.

 

어쨌거나 그러고 보니 프로레슬링에 집중할 수 없었던 무한도전 멤버들에 대한 손스타의 진지한 분노는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예능으로 받아들인 김태원에 조금은 비교되었다. 확실히 김태원은 음악인이면서도 예능인이랄까? 예능인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이란 이런 것일 게다. 항상 남자의 자격과 비교하면서 무한도전을 본다. 그 다른 개성들이. 항상 그래서 무한도전을 보면서는 남자의 자격을 떠올린다. 재미있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