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아이돌끼리 붙여 놓으면 참 잘 논다. 예능감 이전에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며 잘 논다. 그런데 왜 다른 예능에만 나가면 그리 병풍일까?
하긴 모든 사람이 그렇다. 항상 사람이 재미있을수는 없다. 언제인가, 어떤 상황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와 함께 있는가. 서로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 있으면 그리 말도 잘 하고 잘 놀다가도 아무래도 어색한 사람이 있으면 말도 줄고 행동도 굳게 된다.
아마 그런 게 예능감일 것이다. 얼마나 주어진 상황에 만나는 사람들에 빠르게 적응하고 자연스레 받아들이는가. 개인적으로 예능이야 말로 성격 나빠서는 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성격이 좋고 나쁘고보다는 사람이 좋고 나쁘고겠지만. 성격 나빠도 사람이 좋은 경우가 있는데 그런 걸 또 예능감이라 한다.
아무튼 바로 그런 것이 청춘불패와 영웅호걸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더불어 청춘불패에서의 구하라와 카라 베이커리에서의 구하라, 청춘불패에서의 주연과 플레이걸즈 스쿨에서의 주연의 차이도.
서로에 대한 신뢰라는 것이다. 익숙함. 생떽쥐베리의 표현대로라면 길들여짐이겠지.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거리낌이 없을 때 대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지고 말도 행동도 과감해진다. 대본이야 있겠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두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차이란 바로 그로부터 나오는 것일 게다.
물론 처음에는 힘들다. 처음부터 쉽게 가까워지는 사람은 드물다.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두고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신뢰를 쌓고, 마음이 통하고, 서로를 길들이는 과정이. 술과 리얼버라이어티는 그래서 시간이 오래 묵을수록 제대로 맛이 난다. 단기간에 리얼버라이어티로서의 재미를 요구하려다가는 더 중요한 것을 잃고 만다.
청춘불패를 보면서도 항상 느끼던 불만이 그것이다. 어떻게 처음이 더 자연스럽다. 처음이 더 과감하다. 던지는 것도 그렇고 받는 것도 그렇고 더 자연스런 재미가 있다. 지금은 아예 그런 자체가 사라져 버려 보는 자체가 민폐가 되어가고 있고.
문제는 뭐냐면 제작진이다. 그냥 신뢰가 생기는가? 그냥 관계가 만들어지는가? 어떤 상황에 어떻게 행동하면 좋고 그런 때 어떻게 받아야 하는가 전체적인 틀을 만들고 방향을 잡아주는 게 제작진이다. 그리고 MC다. 그러나 MC는 그야말로 초보에 함량미달이므로 책임은 전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을 갖는 제작진이라 하겠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1년이 다 되어 가는 프로그램이 이렇게 어색하고 따로 놀 수 있을까?
무론 어차피 떠들어봐야 그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어차피 어쩌든 지금의 시청율은 나올 테니, 그리고 광고도 잘 들어오니 굳이 지금의 하던 방식을 바꾸겠다는 생각도 없겠지. 그저 청춘불패에 출연하는 것만도 감지덕지라는 출연자들도 있고 보면 말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맞다. 플레이걸즈 스쿨이라는 케이블이라는 티가 팍팍 나는, 거기다 대본질 냄새까지 풍기는 예능을 보면서도 이렇게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할 수 있는 선택은 없다. 어떻게 플레이걸즈 스쿨만도 못한가 말이다.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고. 다행히 이번주부터는 구하라 나오지 않는다 하고. 그동안도 구하라는 거의 보이지도 않았고. 금요일 밤에는 편히 자 보자. 할 것도 있다.
아무튼 플레이걸즈 스쿨 꽤 재미있다. 엉성하기 이를 데 없는 투고 2정아와 엉뚱한 시크녀 나나, 활기찬 레이나, 건방진 막내 리지, 어눌하지만 건강한 베카, 큰언니 가희, 그리고... 아, 역시나 뭘 해도 서툴고 허당에 약간은 얄미운 주연까지. 여자들 모아놓으면 이러고 재미있게 노는구나.
아이돌 예능이라는 것도 볼만은 하다. 남자아이돌은 당연히 빼고. 내가 사내자식들 볼 일이 뭐가 있겠나? 여자 보기도 바쁘다. 세상은 여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진리다. 나는 그 진리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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