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부활 1집 "인형의 부활"... 과연 김태원의 기타였는가?

까칠부 2010. 8. 18. 17:10

나도 처음 부활 1집의 인형의 부활을 들었을 때는 이래서 김태원의 당대의 3대 기타리스트로구나 생각했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기타란 빠르고 화려하게 치는 것이 정답이었으니까. 아마 당시 가장 빨랐을 걸?

 

그런데 우연잖게 외인부대 1집을 들으면서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외인부대 1집에 인형의 부활을 연상케 하는 기타가 들어가 있던 것이었다. 외인부대 1집의 기타리스트가 부활 1집에서 김태원과 함께 했던 이지웅. 김태원은 그를 자신의 기타스승이라 표현하고 있었다.

 

문제. 과연 외인부대 1집에서의 그 기타는 이지웅이 김태원의 영향을 받아 카피한 것일까? 아니면 원래 인형의 부호라 자체가 이지웅의 영향 아래 쓰여진 것일까? 그런데 전자가 맞다고 하기에는 이지웅이 부활을 나가게 되는 과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허구헌날 이지웅과 김태원이 멱살잡고 싸웠다고 하니. 서로가 추구하는 음악이 달라 찢어지게 되었는데 이지웅이 김태원을 카피했을까?

 

더구나 인형의 부활의 기타리프는 이후 부활의 어느 음악과도 다른 유일한 스타일을 이루고 있다. 같은 화려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2집의 "회상2"나 "천국에서"를 들어보아도 김태원의 기타는 그와는 상당히 다르다. 역시 김태원에게 묻고 싶은 부분이다. 꽤 오래된 질문이기도 한데.

 

아무튼 김태원의 속수테크니션을 느껴보고 싶다면 "인형의 부활"보다는 2집의 "회상2"나 "천국에서"를 들어보기 바란다. 프로그레시브적인 장엄함마저 느끼게 만드는 이 두 대곡은 김태원 기타의 테크니션시절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이후의 기타는 오히려 "비와 당신의 이야기"나 "질스테마"에서 들려주었던 멜로디컬한 필링 위주로 바뀌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김태원에게 맞을지도 모르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김태원의 기타를 의심하는 사람더러 "인형의 부활"을 들어보라 하는 글을 본 탓에. 김태원의 기타실력을 들으려면 인형의 부활을 들어야 한다던가? 하지만 과연 인형의 부활에서의 기타는 김태원의 작품인가? 그리고 그것은 원래 김태원의 스타일이었는가? 아무래도 나로서는 김태원의 스타일과 사뭇 다르다는 점에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김태원의 기타를 들려주는가?

 

그런 점에서 내가 김태원의 기타 가운데 가장 추천하는 둘이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사랑할수록"이다. 이 두 곡의 기타는 정말... 지금의 기타도 물론 훌륭하기는 하지만 이 둘이야 말로 가히 그 정수라 생각하기에. 아니면 테크니션으로서는 앞서 언급한 "회상2"와 "천국에서"를. "탁월"이라는 한 마디로 설명이 가능하다.

 

참고로 외인부대 1집 당시의 보컬이 또 저 유명한 임재범이었다. 외인부대라는 말 그대로 당시 난다긴다 하는 연주자 모아서 만든 스페셜 밴드였는데. 그러나 2집부터 이리저리 다 나가는 탓에 망하고 만다. 이지웅과 임재범도 빠졌으니 뭐. 간만에 듣고 싶어지네. 꽤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임재범이야 그렇고 이지웅은 또 어디서 뭘 하려는지. 이지웅도 당대의 뛰어난 기타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었는데 너무 가려진 것이 있어서.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