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이 자기 음악에 자부심을 갖고, 영화감독이 자기 영화에 자부심을 갖고, 블로거가 자기 블로그에 자부심을 갖고, 당연한 거다. 최소한의 자부심조차 없이 그 귀찮고 성가신 일을 참고 견딜 수 있을까?
그나마 형편이 나으면 모른다. 돈이라도 들어오고 명예라도 따라오고. 그조차도 없으면 결국 마지막 버티는 힘이란 자존심이다. 자긍심이다. 자부심. 나는 이게 좋다. 이건 최고다.
내가 어느샌가 만연해 있는 대중지상주의에 비판적인 이유도 그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개인적인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이 있을 때 누가 뭐라 하든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무언가와 사랑에 빠지고 나면 그것이 절대가 된다.
하지만 대중은 그것을 용납지 않는다. 모든 개인의 위에 대중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주관의 위에 대중의 보편이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대중의 주관이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감히 대중을 무시하는 것이냐?"
대중이 좋다면 그들도 좋아야 한다. 대중이 마음에 든다면 그들도 마음에 들어야 한다. 대중이 그렇다면 그들도 따라야 한다. 대중이 하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법이다. 진리다. 원칙이다.
프로레슬러로서 프로레슬링을 "몸개그"라 표현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편협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비난받을 일인가. 현직 선수가 아닌 마니아더라도 프로레슬링을 단순히 코미디의 소재로 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주관적인 것이다. 그리고 절대적인 것이다. 누가 뭐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님이시니까. 그리고 대중이 상관없다 하니까. 이를테면 대중독재다. 다른 말로 파쇼다. 설사 부당한 의혹이라 할지라도 대중님들께서 의혹을 제기하면 당연히 풀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그리 말하는데 틀린 것을 말할 리 있느냐.
그래서 얼마전 신해철이,
"낫살 먹었으면 조금은 고급스런 문화도 즐겨야 하지 않겠느냐?"
했을 때 대중님들께서 좋아서 즐기겠다는데 뭔 오만이냐며 오히려 반발하는 모습도 보이고 했었던 거다. 결국 다 같은 맥락이다. 대중.
어려운 환경에서도 프로레슬링 하나 놓아 프로레슬링의 끈을 놓지 않는 선수, 힘든 처지에도 음악이 좋아 타협하지 않고 음악에 매진하는 음악인, 자기가 좋아서, 그것이 최고라 여겨서, 하지만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에 존경은 커녕 멸시와 비웃음을 받는 이들. 그들로부터 오만하다는 비난까지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얼마전이었던가? 김C가 아마 라디오스타에서,
"제가 만든 음악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에..."
"시대가 알아주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에요!"
김연아가 문제였을까? 그리 오만하다고. 대중을 무시한다고.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생각임에도. 태연의 경우도 자기 노래에 자부심이 있었으니 그것이 표정으로 드러나고 행동으로 드러나고 마침내는 말로써 표출되고 말았던 것 아닌가.
이래저래 이번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사태가 불편한 이유일 것이다. 진실여부를 떠나 한 개인의 자부심을 깔아뭉갤 수 있는 저 오만함이 그리 내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자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자부심보다는 대중이다. 아이돌처럼 대중에 철저히 아부해야 결국 인정받는다. 아니면 대중을 깔아뭉갤 만큼 대단해지거나. 그러면 또 알아서 긴다. 비굴하달까?
아무튼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들이다. 대중이란... 뭐 나도 어쩔 수 없는 대중이라는 한 부분일 테지만. 대중이란 항상 어리석고 비겁한데다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대중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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