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동안 13차례나 전화해서 돈을 받았다고. 20만원이었단다. 처음에는 40만원이었다.
물론 나도 그다지 넉넉한 형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40만원 그렇게 급하게 재촉해 받을 그런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들어올 돈이면 때 되면 알아서 들어오겠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이게 좀 아니다 싶으면 그제서야 재촉을 할까. 천성이 느긋해서인지는 몰라도.
아마 모르긴몰라도 권투보다는 프로레슬링 쪽이 한참 더 우울할 것이다. 파이트머니가 얼마나 될까? 경기는 또 얼마나 할까? 결국 다른 일 병행하며 프로레슬링도 해야 할 텐데, 그게 또 넉넉하기가 쉽지 않다. 힘들고 위험한 경기인데. 무한도전을 봐서 알겠지만 짜고 하는 것 같아도 동작 하나 제대로 소화해 하려면 보통의 운동량이 필요한 게 아니다. 몸을 만들려 해도 그만한 여건이 되어야 한다. 한 푼이 아쉽겠지. 모르는 사람이야 뭐 그런 것 가지고 그리 재촉해 받느냐 해도 한 푼이 아쉬우면 들어올 돈이 당장 들어오지 않을 때는 그리 마음이 급하고 한 것이다.
오죽하면 챔피언이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나 하고 앉았겠는가 말이다. 그래도 챔피언이다. 그쪽에서는 가장 실력도 좋고 하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품위유지라는 게 필요하다. 아마 이번 일로 프로레슬링 원로들이 분노했다는 게 그런 이유일 게지. 챔피언인데. 하지만 챔피언으로서의 체면보다 당장의 출연료가 더 급하다. 너무 넘겨짚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촬영 끝나고 돌아오면서 차에 태워달라는 말을 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이 자존심을 세우는 경우는 두 가지다. 진정으로 지켜야 무언가가 있을 때. 다른 하나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이 열등감에 사로잡힐 때. 그런 걸 두고 괜한 자격지심이라 한다. 그저 차 좀 태워달라 한 마디 하면 될 것을 그 말을 못했다는 것이... 원래 어려울수록 사람이 자존심만 세진다.
이래저래 비인기종목의 어려운 형편을 이런 식으로 느끼게 되었달까? 하필이면 막 후 플러스를 보고 난 뒤라는 거다. 아니 저 기사를 보고 후 플러스를 이제야 보았다. 묘하게 매치가 되는 것이. 한국챔피언쯤 되어도 일을 쉴 수가 없는. 일을 하면서 지친 몸으로 권투를 병행해야 하는. 그나마 프로레슬링은 직접적인 타격이 적으니 위험도는 덜하달까? 그조차도 아차 잘못하면 그대로 큰 일 치르기 십상이지만. 프로레슬링이라는 게 그렇게 위험하다. 차라리 쇼엔터테인먼트로 전환하기를 바라는 것도 그래서일 듯.
하지만 또 이해해주어야 할 것이, 우리나라 프로레슬링이 갑작스레 인기를 잃게 된 계기가 "쇼" 논란 때문이었다. 서로 짜고 하는 거다. 조작이다. 리얼을 기대했는데 대본이었다는 것이다. 리얼이 아닌 단지 리얼리티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프로레슬러들에게 아마 트라우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실전레슬링을 강조하는 것도 아마도 그래서일 듯. 하지만 그래서야 정작 프로레슬러들이 힘들지 않겠는가 말이다.
어쨌거나 과거의 영광을 억지로 되돌리는 건 어차피 가능하지도 않다. 권투의 인기를 살려보려? 권투만화는 봐도 권투는 보지 않는다. 프로레슬링도 WWE는 봐도 한국 프로레슬링은 보지 않는다. 록의 대중화를 외쳐보아도 록이란 이미 사양장르이듯, 억지로 되돌린다고 가능할 게 아니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 모두가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각 협회 차원에서 그러기에는 이미 여력이 없는 듯 하고.
이래저래... 아무튼 공교롭다. 무한도전과 후 플러스. 프로레슬링과 프로권투.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 사양스포츠와 그 선수들의 현실이란. 그런 게 또 자본주의라는 것일 테지만. 시대의 흐름일 것이고.
대중이 바라는 건 실전 레슬러가 아닌 무한도전의 예능인이라는 것을. 어쩌면.
생각이 많다. 더불어 후 플러스 후반에 나온 지하철 석면문제도. 젠장. 지하철 타지 말아야 하나?
맥주나 한 잔 해야겠다. 가수록 더워지는 느낌이다. 얼린 조끼에 찬 맥주를... 크하아~!!
어제 무리해서 대청소를 했더니 몸이 안 쑤시는데가 없다.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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