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강철 선수가 올린 글을 봤다. 그리고 김태호PD가 올린 글도 봤다. 그리고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초대장을 받기까지 윤강철 선수 자신은 무한도전에 대한 아무 감정이 없었다. 출연료 문제도 일단 돈을 받으면서 해결된 듯하고. 오히려 호감까지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윤강철 선수의 주장에 따르면 초대장에,
"몸개그의 향연"
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 그것이 윤강철 선수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다.
원래 그렇다. 살다 보면 참 사소한 것이 그리 크다. 나는 별 것 아닌데 그렇게 상처가 되고 원망이 남는다. 아마 그런 경험 누구나 한 번은 있으리라.
누가 뭐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해가 가능한 영역도 아니다. 그냥 그런 것이다. 그렇다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나 그런 부분이 있다. 이성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부분이. 그 개인, 혹은 그가 속한 집단만이 아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 그런 것을 건드리고 나면 감정은 관성을 갖고 가속도를 갖게 된다. 커진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 어느새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는 것은 그래서다. 전에는 그저 웃고 넘어갔는데 이제 와 원망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한 다리 걸쳐 김남훈 선수가 끼어들면서 오해가 더 커졌겠지. 아마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또 뭔가 오해가 있지 않을까.
더불어 원로들의 분노나 징계 문제도, 정작 신한국프로레슬링협회의 사무처장이 윤강철을 그나마 배려한다고 벌칙맨으로 보낸 것이었다. 고작 20만원이지만 그나마라도 훈련에 보태라고. 그런데 그런 사정이 제대로 원로들에게 전달이 안 된 것이다. 아무래도 완고한 원로들 입장에서 그런 사정이 전해지지 못한 상태에서 윤강철의 예능출연이라는 것이 챔피언으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하는 행위로 여겨졌던 것이고.
그나마 이 정도면 좋았을 것을 여기에 언론이 끼어들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그렇지 않아도 꼬인 이야기를 한 단계 더 꼬아 버렸으니.
그리고 무한도전 측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것이, 이런 경우 오해란 선의에 의해 생긴 오해라는 것이다. 악의를 가지고 오해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이 다르고, 그 표현방식에서의 차이에서 생긴 틀어짐인 것이다. 무한도전 입장에서는 전혀 문제가 아니라 여겼던 것이, 아마도 어떤 사소한 이유로,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제스쳐 하나 잘못 하는 걸로 그대로 싸움 나고 틀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참 소통이란 이래서 어렵다. 소통하고 있다고 믿고 있을수록.
아무튼 문제라면 무한도전의 이름값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기대치가 너무 높다. 나조차 무한도전에서 프로레슬링 특집을 할 때 비인기종목인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목적도 있는 줄 알았다. 많이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고 나도 그렇게 여겼다. 지금도 무한도전에 협력했으면 프로레슬링도 부흥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구나 듣자니 신한국프로레슬링협회에서도 올해 중에 대회를 열겠다고 소속 선수들에게 혹독한 훈련을 지시하고 있었다고 하니. 그러나 정작 무한도전은 단지 예능의 일환으로써만 프로레슬링을 다루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름 진지하고 치열하게 훈련하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프로레슬링 자체와는 크게 연관이 없었던 것. 그것이 또 하나 오해의 이유가 되었을 테고. 멋대로 기대를 해 버렸다는 것이. 전혀 상관이 없을까?
더불어 김태호PD의 말에 따르면 프로레슬링협회가 협조요청을 거부했다는 것도 낭설인 듯하다. 무한도전은 처음부터 프로레슬링에 대한 추억과 꿈을 - 내가 보았던 그대로 - 되살려보자는 순수한 아마추어적인 의도였었고, 또한 신한국프로레슬링협회도 무한도전 측에서 요구한 보조출연자에 대해 자신들의 챔피언을 보낼 정도로 협조적이었다. 역시 틀어지는 건 사소한 부분.
다만 그럼에도 내가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은 어느새 가루가 되도록 까이며 인격적인 모욕까지 당하고 있는 윤강철 선수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런저런 비판의 여지가 있기는 해도 프로레슬링을 지켜온 협회나 관계자들마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고. 내가 줄곧 지적해 온 부분이다. 누가 옳다 그르다 하기에는 서로간의 오해로 빚어진 일이고, 그렇다고 특정인이나 단체를 그렇게 모욕하고, 아예 부정해서야 쓰겠는가. 하지만 역시 성역을 건드린 것이라.
어쨌거나 이 문제는 역시 당사자끼리 풀어야 할 문제일 것 같다. 그리 심각할 것도 없는 것이다. 주위에서 끼어들어 부추기지만 않는다면 적당히 서로간의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할 수도 있는 문제다. 문제를 키우는 것은 역시 나처럼 쓸데없이 오지랖넓게 끼어드는 사람들. 하지만 그래도 윤강철 선수나 프로레슬링 협회가 일방적으로 비난을 듣는 것은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지.
오해란 이렇게 커진다. 이렇게 사소하게 생기고 이렇게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끼어드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그렇다. 감정이 얽히고 그것이 완결되어질수록. 주의해야 할 부분일 텐데.
그리고 덧붙이자면 전문 프로레슬러에게 훈련받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한 부분은 내가 잘못 알았던 것 같다. 방송 이외의 부분에서는 전직 프로레슬러를 비롯한 코치가 있었다고. 하긴 그러니까 예능일 테지만. 그래도 고작 1년, 그것도 방송 병행하면서 저 위험한 프로레슬링의 링에 오르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을까.
물론 그럼에도 아직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다. 당사자가 아니니. 결국 당사자가 해결할 문제일 것이다.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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