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초콜릿 - 다시 뭉친 베이비복스...

까칠부 2010. 8. 23. 14:34

조금은 짠하다. 이희진의 목소리가 안 올라간다. 심은진의 목소리가 킬러에서 불안하다. 윤은혜는 원래 저렇게 덩치가 좋았던가? 인형 까지만 해도 상당히 앳띠고 귀여운 모습이었는데.

 

솔직히 윤은혜가 이렇게 크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햇다. 그때는 다섯 가운데 그저 가장 어릴 뿐인 그런 멤버에 불과했던 터라. 지금은 베이비복스 가운데 가장 잘 나가지?

 

베이비복스를 좋아했던 이유의 첫째는 심은진이었다. 킬러에서 보여준 심은진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야생마와 같이 에너지가 넘쳤다. 특히 그 목소리가 내 취향이었다. 다만 당시 심은진의 이름을 모르던 내가 그녀를 부르던 별명은, "눈 쳐진 애."

 

다른 멤버의 별명은 말 않으련다. 거의 인신공격성이라. 내 딴에는 애칭으로 부른 건데 그걸 공개했다가는 아마 이 블로그 박살나리라. 멤버 이름 다 외운게 바로 작년이다.

 

심은진을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내 독특한 멤버구성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노래를 통해 보여지는 개성과 그 조화가 무척 좋았다. 심은진이 개성 강한 허스키함을 가지고 있다면 윤은혜는 그보다는 약간 더 투명한 허스키함이었다. 특히 중저음에서 묘한 울림이 노래의 맛을 살렸다. 이희진은 목소리의 톤이 좋았다. 음색이 좋아서 중고음역대에서 베이비복스의 노래를 이끌었다. 그리고 고음을 맡은 것은 신경질적이라 할 정도로 날카롭게 치솟던 간미연. 그러나 그런 가운데 소녀적인 울림이 있어 아이돌스런 음악을 잘 이끌었다. 그리고 끝으로 김이지의 강한 개성이나 매력은 없지만 안정감 있는 목소리가 전체적으로 차분함을 더했고.

 

초콜릿의 라이브에서도 그러한 개성의 조화가 잘 드러나고 있었다. 여전히 윤은혜의 목소리는 성숙해 있으면서도 맑았고, 심은진의 목소리는 힘이 있었으며, 그러나 이희진... 성대결절이 있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심은진의 불안함은 확실히 연습부족임을 느끼게 만들었고. 그러나 여전히 잘 어울리고 있으니.

 

정말 얼마나 개성이 강한 멤버들인가. 독특한 개성과 그 개성이 어우러지는 조화와. 그런 개성들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베이비복스라고 하는 또 하나의 개성과. 윤은혜조차도 후반 자신의 파트가 늘면서 안정된 노래실력을 보이고 있었고, 파워풀한 꽉 찬 안무를 모두가 어색함 없이 소화해내고 있었다. 실력도 실력일 테지만 그렇게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그런 팀웍이라는 것이 대단하지 않았던가. 몇 년이 지나고서도 여전히 그녀들은 아름답고 존재감이 강하다.

 

아마 간미연을 위해 모였겠지? 이희진의 뮤지컬을 위해 모였다기에는 이희진의 뮤지컬 얘기가 없었다. 간미연의 무대 사이 윤은혜가 잠시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 참 정겹고 보기 좋았다.

 

그런 이야기들이 있구나. 그저 모여서 나누는 신변잡기적인 이야기가 아닌 그네들이 살아온 결코 짧지 않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은 삶이 그녀들의 이야기에는 있었다. 그조차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눈물조차도 추억으로 삭일 수 있는. 그런 긍정과 낙천이. 어느샌가 그녀들은 이렇게 자라버린 것일까. 아니 이렇게나 성숙해 버린 것일까. 시간은 인간을 이렇게나 아름답게 여물게 한다.

 

다섯 멤버를 다시 한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그동안 어쩐지 거리감을 느끼던 윤은혜에게서 예전의 그 못난이 막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확실히 못난이 막내... 뭐라 하려나? 그렇게 자라고 그렇게 예뻐졌어도 여전히 내게는 그렇게 보이는 터라.

 

바란다면 베이비복스의 디지털 싱글이라도 하나 어떻게 안 될까? 스페셜 무대 같은 것. 예능 같은 데서 한 번 다루어 보아도 좋을 텐데. 한참을 무대에서 떠나 있던 아이돌의 아이돌 복귀 이벤트.

 

"그동안 선배더라도 걸그룹들 모여 있으면 혼자서 있느라 고개가 숙여졌는데, 이렇게 다섯이 있으니 고개도 치켜들게 되고 목소리도 커지게 되니 좋다."

 

그런게 팀일 텐데. 그저 다시 만나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든든한 배경이라도 생긴 마냥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어지는. 나 역시. 그런 시간들이 무척 즐거웠다.

 

그나저나 윤은혜가 술이 가장 세구나. 간미연에게 윤은혜는 오히려 챙겨주는 언니고, 간미연과 이희진은 역시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바퀴벌레였다. 앞으로 이대로 계속 되기를. 한참 뒤에도 이 모습 그대로.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