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왜 합창인가?

까칠부 2010. 9. 1. 21:12

꽤 불만이 나오는 것 같다. 남자의 자격에서 기존의 일곱 남자가 주인공일 텐데 이래서야 합창에서 들러리밖에 안 되는 게 아니냐? 오히려 주인공은 박칼린과 배다해 같고.

 

그래서? 말한 적 있다. 남자의 자격은 사건위주다. 작위적인 캐릭터나 더 재미있자는 관계가 없다. 오로지 사건이 있고 사건에 맞춰 출연자들이 반응하며 분량이 나온다. 그러면 합창이라면 어떨까?

 

상상을 해보다. 합창을 한다. 합창을 하고 싶다. 그러면 먼저 무엇부터 할까? 조력자를 구한다. 그리고 함께 할 동료를 구한다. 그들은 그러면 나보다 못한가?

 

합창이 말하는 하모니의 첫째, 내가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다. 밴드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주인공은 따로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를 받쳐주는 사람도 필요하고, 그것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팀이 되는 것이고, 하모니가 되는 것이고.

 

어쩌면 이런 것이야 말로 리얼리티일 수 있다. 모두가 주인공일 수는 없다. 모두가 모든 경우에 주인공인 것은 아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조연은 조연인 채로도 좋다.

 

밴드에서 이경규가 그랬던 것처럼. 뭐 하는 게 있었는가. 하지만 도 하나만 치면서도 항상 빠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밴드니까.

 

그러고 보면 밴드편에서도 주연과 조연이 나뉘었었다. 그렇다고 조연은 가치가 없는가. 일곱 남자들이 보여주는 웃음보다 일곱 남자들이 포함된 합창단의 실력향상이 주제에 더 어울리지 않겠는가. 다른 누군가 주인공이 되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도 남자다운 것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또 하나 이번 합창편에서 눈여겨 볼 것으로 이정진을 들 수 있겠다. 스케줄이 정말 바쁘다. 일본에, 중국에, 또 어디 간다고? 그런데 촬영 짬짬이 자비로 국내 들어와 남자의 자격 촬영에 임한다. 과연 분량이나 있는가? 지난주도 말 한 마디 안 했다. 스치듯 얼굴만 비추고 지나갔을 뿐이다. 아마 이정진 한 사람 빠진다고 크게 표가 날 것도 없을 테지. 고작 그런 취급 받으려고 그 어려운 길을 자기 돈 써가며 왔을까?

 

합창은 솔로가 아니다. 중창도 아니다. 주연이 있고 조연이 있고, 차라리 내가 조연인 쪽이 더 낫다. 더 나은 합창을 위해서라면. 더 수준 높은 하모니를 위해서라면. 그를 위해서라면 나는 그저 자리를 지킬 뿐이다.

 

물론 나도 아쉽다. 내가 바라는 건 일곱 남자의 소소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것도 좋지 않겠는가. 항상 주인공이던 남자들이 다른 사람과 어울려 조연이 되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그 모든 것이 남자의 자격일 터이니. 바로 그런 것이 남자의 자격일 게다.

 

어쨌거나 불만은 잠시 접고, 그리고 가끔은 또 이런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일곱 남자를 중심으로 한 소소한 이야기에, 일곱 남자가 조연이 되는 그런 이야기들에. 남자의 자격일 것이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