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라디오스타 - 우스우면서도 슬펐던, 씁쓸한...

까칠부 2010. 9. 9. 06:52

 

참 입맛이 썼다. 저런 시절도 있었구나. 무엇보다 그런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다는 사실에.

 

"불꺼진 창"이라는 제목을 두고 도대체 창에 왜 불이 꺼졌느냔다. "딜라일라"에서는 가사에 "복수"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서 불량스럽다.

 

그런 시절이었다. 아마 김추자가 노래를 부르는데 춤동작이 간첩과 접선하는 것 같다고 남산에 끌려가 조사받고 나오고 했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중앙정보부 높으신 분들 노시는데 와서 노래나 하라 불렀더니만 그것을 거절한 괘씸죄였지만.

 

들국화의 앨범도 방송금지 처분을 당한 바 있었다. 이유인 즉 창법이 저속해서. 전인권의 창법은 확실히 지금 들어도 독특하기는 하다. 백두산의 앨범은 노래가 전부 영어가사여서 판매도, 방송도, 공연도 금지되었었다. 노래가 왜색 - 즉 일본색이 짙다고 금지당한 것도 있었다. 도대체 별 거지발싸개같은 이유를 들어 멋대로 금지하고 하던 시절이었다.

 

어느 만화가의 회고다. 어느날 만화를 그렸는데 그게 심의에서 클레임에 걸렸단다. 그래서 화가 나서 소주를 진탕 퍼마시고 야구방망이 들고서 쳐들어갔단다. 이놈 자식들 가만 안 놔둔다고. 그랬더니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은 아르바이트 여학생들. 그날 뻗을 때까지 술을 마시고 말았다던가?

 

자기 노래인데도 자기 노래인 것 같지 않다고 했었다. 이것저것 심의에서 걸리고 하다 보니 나중 가서는 내가 뭔 노래를 부르려 했던 건지 모르겠다고. 아마 정태춘씨 이야기일 것이다. 서태지가 더 유명하기는 하지만 정태춘씨가 사전심의제도에 반발해서 지속적으로 투쟁해 온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런 시절이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심의를 하는지 몰랐다. 어떤 인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리 결정을 내리는지도 몰랐다. 어느날 보니까 그렇게 심의가 나와 있다더라. 그래서 금지곡으로 묶이고, 그래서 금지앨범이 되고, 그래서 활동정지를 당하고. 그래서 대한민국은 신중현이라는 다시 나오기 힘든 천재음악인을 영영 잃어버리게 되었다. 다시 활동하게 되었을 때 신중현은 더 이상 예전의 신중현이 아니었으니.

 

그런데도 그런 시절이 좋단다. 그런 시절이 그립단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 연기를 하는 사람이, 작품을 하는 사람이... 그리고 대중들이.

 

선정적이라? 그것을 누가 정하는가? 방송에 적합지 못하다? 그것은 또 누가 정하는가? 사회적으로 보기 안 좋다? 혹은 청소년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것을 누가 객관적으로 평가해 결정하는가?

 

그러나 자의적인 기준으로 그게 마음에 안 드니까. 마음에 안 드는 것과 그것을 금지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것을 배제한다? 그러면 그것을 원하는 다른 대중은 어찌하는가? 그것을 누가 무슨 권리로 결정하는가? 하지만 그 어설픈 정의감이 그것은 옳지 못하니까.

 

"노래도 못 부르는 게 무슨 가수냐? 퇴출시켜라!"

 

그러니까 전인권도 창법이 저속하다고 노래가 금지곡이 된 적 있었다니까? 누가 결정하느냐 하는 거다.

 

정말 내가 신정환에게 감탄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전혀 심각하지 않게 이런 진지한 이야기를 핵심을 찔러 웃음으로 풀어낼 수 있는 예능인은 현재 신정환 한 사람 뿐일 것이다. 완전히 자기 페이스 안에서 자기 스타일로 저렇게 대놓고 비판하고 있다. 웃음도 놓치지 않으면서 당시의 심의기준이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가.

 

자꾸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되니까. 횡포라는 단어가 나왔으니까. 그래서 금지. 금지. 금지. 보기에도 어이없지 않은가? 그런 어이없는 일들이 일상으로 일어났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이 그리 그리운가? 배꼽을 보이니까? 브라탑을 드러내니까? 혹은 노래를 너무 못 부르니까?

 

아마 그렇게 배워서일 것이다. 그렇게 길들여져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엄밀한 기초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탓이다. 제대로 배우지도, 그에 대해 고민하지도 못한 채 반사적으로 말하는 게지.

 

"그런 건 옳지 않으니까 금지해야 해!"

 

그것을 누가 정의하느냐는 것이다. 누가 결정하는가?

 

불과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사전심의가 폐지된 것이 90년대 중반이던가? 금지곡으로 묶였던 노래들이 푸리기 시작한 것이 80년대 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방송불가니, 방송출연규제니 참 말들이 많다. 그나마 납득할 수 있는 이유라면 모르겠는데 거의가 역시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그런데도 그것이 옳다며 박수치는 대중이란. 사람은 스스로 자율을 책임지기보다 통제 아래 자유롭기를 바라는 모양이라. 차라리 맞는 것이 편하다는 심리랄까?

 

참으로 야만적이었던 시대. 모든 것이 야만적이었다. 그런 시절을 그리워하는 지금의 심리란 무엇이라 설명해야 하겠는가? 인간이란 참 발전을 모르는가?

 

 

그리고 덧붙여 예능과 관련한 안전불감증에 대한 이야기.

 

 

어이가 없었다. 목이 부러져서 깁스를 하고 한 달만에 겨우 뼈가 붙고 나니 45미터 높이에서 번지점프. 그냥 번지저프이면 모르겠는데 아예 발목까지 입수하고 말았다. 45미터면 자칫 잘못 떨어지면 그 충격에도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높이다. 보통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는 것조차도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줄 하나 매달고 그냥 뛰어내리라고.

 

결국 저 일로 DJ DOC는 "머피의 법칙"의 활동을 중단했어야 했다고 했다. 문제는 과연 저것이 저 당시의 일이기만 한가다. 뇌진탕의 전력이 있고, 거기에 오심에 구토까지 하고, 그런데도 달리는 자막,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해 줄 수 있는 것이 왜 없나? 병원에 데려가야지? 검사받아야지? 그리고 검사결과가 어떻든 일단 시합은 중단시켜야 했다. 위험했으니까. 만일 그것이 심각한 뇌쪽의 데미지였다면 어땠을까? 시합을 하고 났더라도 정밀진단을 받아보도록 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회식하고 그냥 쉬고 말았단다.

 

정말이지 아무 일 없이 끝났으니 망정이지 그로 인해 사고라도 터졌으면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 사고라는 게 예고하고 일어나는 게 아니다. 배기석 선수만 해도 거기서 그렇게 되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조영남의 남의 노래 부르기 전문가수와 화개장터에 얽힌 이야기들이 좋았고, DJ DOC 음악들에 대한 이야기도. 그리고 조영남의 그 특유의,

 

"너무 재미있게만 만들려 해서 그래!"

 

하지만 그나마 라디오스타가 그런 억지스런 웃음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김구라가 그런 걸 무척 싫어해서. 예능하겠다 자세 잡으면 오히려 물어뜯기는 프로그램이 라디오스타다.

 

"조영남씨에게 음악이란?"

 

라디오스타 공식질문에 대답을 해 놓고는 DJ DOC의 대답에 매번 후회하는 모습도 역시나 조영남스러웠고. 조영남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아쉽다면 역시 너무 방송에 많이 노출된 탓이 DJ DOC 관련해서는 특별한 게 없었다는 것. 그래도 서태지와 아이들에 원래 이주노 대신 잼의 다른 멤버가 들어갈 수 있었다는 건 알았으니까. 이성욱과 김창렬이 원래 자리를 바꿀 수 있었다는 건 알았지만 여자친구 때문인 것도 어제 처음 알았고.

 

그러나 전반적으로 워낙에 최근 내가 썼던 어떤 글들과 연관된 이야기들이 나왔던 탓에.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때나 지금이나. 입맛이 영 쓴 것이... 그래도 항상 여전하구나.

 

웃으면서도 그러나 생각할 것이 많았던 회차였다 생각한다. 또 신정환에 관련한 이야기들과 얽혀 신정환의 가치를 되새기게 해주었고. 라디오스타였다. 더도 덜도 없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