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연한 말이라 여기고 그냥 지나쳤는데 의외로 아직도 말이 나온다. 그게 어떻게 관객모독이냐?
아예 가사도 몰라 못 부르는 것보다는 그렇게 가사라도 적어 보면서 부르는 것이 성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 관객 입장에서 그렇게라도 노래를 제대로 부르는 것이 더 나은 것 아니냐?
물론 그런 것도 있기는 하다. 확실히 가사조차 몰라 제대로 부르지도 못하는 건 상당한 민폐다. 노래를 들으려는데 제대로 부르지 못해 들을 수 있다는 건 최소한 자기 시간을 내 노래를 들어온 사람들에 실례다.
하지만 과연 관객은 노래가사를 외우지 못해 떠듬떠듬 보며 부르는 그런 가수를 보려 무대를 찾았겠는가 말이다. 바로 전에 말한 기믹과도 통한다.
발라드를 부를 때 발라드 가수는 자신의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 있어야 한다. 댄스음악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코디를 하고, 또 그렇게 연기를 한다. Huh를 부를 때와 I My Me Mine을 부를 때의 포미닛이 사뭇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처럼. 가수는 노래를 하는 것만이 아닌 무대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나훈아의 말처럼 무대는 꿈일 터다. 그런데 그 무대에서 과연 노래가사조차 외우지 못해 버벅이는 그런 가수를 보고 싶겠는가? 자기 노래조차 소화 못하는 가수가 과연 무대는 소화할 수 있겠는가? 그가 관객에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란.
사실 프로 가운데도 가사 못 외워 헤매는 가수들이 적지 않다. 김흥국이 선글라스 끼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라지 않던가. 심사위원 가운데서도 이승철이 또 가사 못 외우기로 유명할 것이다.
꽤 오래전이지만 송창식과 조용필도 방송에 나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무대에서 가사를 까먹어 곤란한 적이 있었다. 아니 송창식은 그리 곤란할 것이 없었단다.
"어차피 내가 쓴 가사, 그때그때 생각나는대로 바꿔부른다고 누가 뭐랄 거냐?"
조용필의 경우는 마이크를 관객석으로 넘겨 위기를 모면한다고. 이승철은 아마 가사를 불러주는 사람이 따로 있었던가 했을 것이다. 기억이 확실치 않다.
그게 바로 노하우다. 남자의 자격에서도 박칼린이 그러지.
"틀리려면 모두 함께 틀리라. 관객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역시 기믹이라 할 터다. 연기를 하는 것이다.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을 연기하는 것처럼, 가사를 잊지 않은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팀미션 가운데 랩을 잊어버려 프리로 랩을 한 경우가 있었다. 그때 박진영이 한 말이,
"라임 없이 프리스타일로 랩을 할 거면 나도 세 시간은 계속 할 수 있다."
자작랩이라 뭐라 한 것이 아니다. 잊었으면 잊은대로 자기가 가사를 바꿔 불러도 된다. 단, 그것이 원래 가사였던 것처럼 당당하게. 그것이 원래의 노래였던 것처럼 전혀 거리낌 없이. 아니면 다른 연기를 해도 좋고.
즉 가사를 못 외운 것은 좋다. 가사를 잊은 것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굳이 관객 앞에 티를 내야겠는가? 관객으로 하여금 그것을 알게끔 해야 했는가? 차라리 네버엔딩스토리를 불렀던 혼혈이던가? 그 친구처럼 아예 라라라로 아예 가사가 없었던 것처럼 멜로디만 따서 불렀다면? 그것은 문제삼지 않았었다.
무대에 오른 이상은 그 무대는 자기 것이다.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무대 위에서 자신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관객에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니더라도 기인 척. 못하더라도 잘 하는 척. 무대 뒤에서야 무슨 일이 있든 무대 위에서는 관객들이 바라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그런데 아예 가사를 못 외웠다고 광고하며 관객에 응석을 부리려 드니 화가 날 밖에.
립싱크와도 비교할 수조차 없다는 것은 립싱크는 최소한 무대 위에서 관객이 보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니까. 관객이 원하는 자기를 훌륭히 연기해내기라도 하니까. 이승철이나 프로들의 립싱크를 보면 립싱크가 단순히 입만 벙긋거리는 것은 아님을 안다. 어떤 이유로든 립싱크를 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관객에 최고의 모습을 보인다. 어찌 자기 무대도 책임 못지는 그런 것들과 비교할 수 있을까?
누구나 실수는 한다. 완벽할 수는 없다. 무대위에서 그런 것은 일상이다. 라이브 보러 다니다 보면 별 사고들이 다 일어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여기서 벌어진다. 실수를 실수가 아니게 넘어가는 프로와 실수에 당황해서 자기를 잃어버리는 아마추어. 슈퍼스타K는 아마 바로 음반을 내고 데뷔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 자리였을 테지? 과연 어떤 기준으로 보아야 했을까?
가수란 노래만 부르는 직업이 아니다. 연기도 해야 한다. 무대 위에서 가수는 연기자이기도 하다. 퍼포머만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잊었다면 프로의 자격이 없겠지.
프로가 괜히 프로가 아니다. 데뷔한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는 베테랑들이다. 무대에 대한 그들의 진지함을. 그러나 저런 베테랑 아티스트들도 존경받기란 우리 사회에서는 무리인 것일까? 참 별 게 다 논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뭐 그래봐야 소수에 불과하지만.
아무튼 재미있었다. 이런 생각도 있고 저런 생각도 있고. 다만 프로라는 관점에서는 이렇지 않을까.
슈퍼스타K는 말하지만 당장에 데뷔할 수 있는 프로를 뽑는 대회일 터다. 그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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