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가 야심이 큰 모양이다. 아이돌 데려다 예능 만들면서 그렇다고 아이돌 팬덤만을 만족시키는 예능으로 끝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농촌과 하나가 되는 예능의 전원일기? 그것도 예쁘장한 여자아이돌 잔뜩 나오는 - 젊은 세대들도 함께 보는.
이번 회차에서 가장 활약이 컸던 것은 역시 이장과 이장의 친구분이었다. 솔직히 조금 짜증도 났는데... 아무리 그래도 가수고 가수가 낸 CD인데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다고 하는 것은... 옷이라거나 담요라거나 마치 전혀 쓰잘데기 없는 양 무리해서 가격을 낮춰 제시하는 것은 너무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웠다. 사실 어르신들이 전혀 그렇지 않거든.
그러나 일단 재미있으니까.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고, 그 웃음이 초반 프로그램에 긴장감을 형성해 주었다. 과연 시장에서의 물물교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새삼 이곳이 도시가 아닌 농촌임을 깨닫게 해주었달까? 아니나 다를까...
일단 드러난 것은 멤버들의 의외의 뻔뻔함이었다. 써니와 구하라야 이미 지난회차까지를 통해 전혀 예상외의 뻔뻔함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하긴 김태우도 나이가 그만큼 됐다. 김신영이야 당연하고. 나르샤도 그렇고. 유리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분량이 나와주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 나로서는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 물물교환을 그렇게 성공적으로 해낼줄이야. 물론 방송촬영이라는 것을 아는 주민들의 협조가 있어서 가능했겠지만 그래도 금새 주민들과 친해지며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은 괜찮았다. 선글라스를 가지고 사천탕수육으로 바꾸어 먹고, 인형으로 파마를 하고, 김현중의 점퍼로 뻥튀기를 바꾸어먹고, 또 뻥튀기로 바꾸기 위해 호객행위까지... 써니와 선화는 사진 참 잘 팔았다. 나르샤와 유리는 엉뚱했고, 김태우와 김신영의 의외의 콤비플레이는 유쾌했고.
에이스인 구하라와 써니를 병풍인 효민과 한선화와 엮어준 덕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사과팔기에서 지나칠 정도로 다른 멤버들과 격차가 벌어진 효민과 한선화에 대한 배려일까? 구하라와 효민을 엮고, 써니와 한선화를 엮은 덕에 크게 웃음이 터지거나 한 것은 없었지만 서로 사이의 소소한 웃음이 있었다. 결국에 이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출연자 사이의 우호적인 관계와 그로 인한 흐뭇함임을 아는 것이다. 알차게 잘 짜여졌달까? 제작진의 출연자에 대한 배려가 보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어제의 베스트는 노주현이었다. 왜 노주현을 캐스팅했는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유치리의 빅뱅"
말 그대로.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에게야 걸그룹이 무언가? 카라든 브아걸이든 소녀시대든 전혀 모르는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노주현은 다르다. 남희석도 다르다. 남희석의 전성기가 90년대 중후반, 노주현은 그 이전, 농촌에 남아 있는 중년 이상의 나이대에서는 이들의 인지도가 매우 높다. 그리고 어느새 환갑을 넘어선 노주현의 마을사람들과의 친화력도 그렇고. 과연 누가 있어 마을 이장과 마치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커피값내기를 하고, 김치를 가져오라 시키겠는가? 남희석더러 귤 팔게 시키고는 이장과 이장친구와 다방으로 들어가 시간을 죽이고, 남희석이 합류하니까 커피내가 알까기를 하고...
그리고 그런 장면들은 마지막 이장부부와 친구의 구성진 노래와 춤사위로 이어진다. 분명 중심은 아이돌이되 프로그램의 대미는 마을 주민으로 장식하는 것이다. 시작도 이장과 이장 친구의 애장품 품평에서 시작했으니 마을 주민으로 시작해서 주민으로 끝나는 셈.
내가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방향이 무언가를 알겠다 한 부분이 이것이었다. 마을 주민을 단순히 배경으로 삼기보다는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읽은 때문이었다. 체험 삶의 현장의 피디였다던가? 체험 삶의 현장도 분명 현장의 사람들이 방송분량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었다.
즉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거다. 지금이야 아직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지 않은 채이니 아이돌만을 중심으로 이끌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가까워지면 아마도 마을사람들에게도 캐릭터가 부여될 것이다. 오늘의 이장과 이장 친구처럼. 그리고 아이돌들은 예능이라는 허구의 공간에 존재하는 이미지나 캐릭터가 아닌 그러한 현실에 살아 숨쉬는 인간이 되어갈 것이다. 물론 그조차 만들어진 이미지라 할지라도.
글쎄... 어떻게 될까는 나로서도 잘 모르겠다. 이런 예능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제작진이 바라는 것이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만 된다면 꽤나 흥미로운 새로운 타입의 예능을 보게 될지도. 버라이어티이면서 교양스러운... 젊은 세대는 물론 농촌의 어르신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청춘불패 봤어요!"
아이돌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그리 말하는 그대로. 아닐까?
아무튼 이번회차에서도 특유의 훈훈함은 여전해서 감기몸살로 아픈 현아를 위해 대신해 물건을 팔아주고, 먹으라 죽을 끓여주고... 역시 게임이나 드라마도 좋지만 이런 훈훈함이 아이돌에게는 어울린다. 아직은 모든 것이 제대로 자리잡기 전이라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앞으로 기대해 볼만 하다.
덧) 그나저나 김현중의 꽃보다 남자에서 입었다는 점퍼가 1만원짜리 뻥튀기랑 바뀌었네? 구하라한테 테러 안 가려나? 솔직히 나도 황당하던데. 하긴 그런 것들도 팬덤 안에서나 가치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무슨 상관일까? 현아의 레깅스나 효민의 잠옷이나. 어쩌면 보다 리얼한 현실의 세계를 보여줬달까?
그리고 문제, 구하라의 손버릇은 어찌해야 할까? 김현중의 점퍼와 인형도 그냥 집어와, 미공개 시디도 그냥 집어와... GTA(Goohara Theft Auto)라더니만 진짜 그리로 가려는 걸까? 자전거를 삥뜯더니만 이제는 장물아비까지... 아무튼 웃었다. 범죄와 장난은 종이 한 장 차이라...
"저... 솔직히 가진 돈이 없는데요..."
대놓고 저리 말하고 시작하는 아이돌이란... 성격 하나는 타고 난 것 같다. 아마 돈 한 푼 없이도 세계일주하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뭘 해도 성공할 타입? 정말 저 성격 하나는 부럽다. 내게는 전혀 없는 거라.
끝으로 효민과 한선화, 아무래도 출발지점이 달라서일까? 둘 다 현재 다른 걸그룹에 비해 인지도가 밀리는 상황임에도 대처하는 자세가 사뭇 다르다. 인기가 없음을 당연하게 여기고 오히려 더 활달하게 다가서는 한선화에 비해 효민은 어딘가 주눅든 느낌? 구하라와 함께 있을 때도 그러더니만. 아마 이런 점이 청춘불패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될지도. 못하는 건 상관없는데 주눅들어 있으면 보는 사람 괴롭다.
일단 어느 정도는 틀이 잡힌, 앞으로가 점차 보여가는 회차였다 할 수 있겠다. 너무 성급한 감이 없지 않나 싶으면서도 기대감이 드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교차하지만 그래도 기대하고 싶어지는. 과연...
'연예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미공장 - 강심장... (0) | 2009.11.16 |
---|---|
청춘불패 - 이래서 아이돌 버라이어티라는 거다! (0) | 2009.11.14 |
오늘의 라디오스타 - 레전드다! (0) | 2009.11.12 |
청춘불패의 최대 수혜자... (0) | 2009.11.11 |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니콜... (0) | 2009.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