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재미공장 - 강심장...

까칠부 2009. 11. 16. 01:18

19세기 유럽의 풍경이다.

 

가난한 노동자 부부가 아침에 집을 나선다. 갓 태어난 아이가 있지만 차마 아이의 곁에 있어주거나 아이를 데려갈 엄두는 내지 못한다. 혹시라도 아이가 배고파 울까 솜에 설탕물을 적셔 입에 물려주고는 단 돈 몇 페니, 혹은 몇 수를 벌기 위해 공장으로 향한다.

 

더럽기 짝이 없는 공장에는 안전장치란 없다.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먹을 것도 없이, 쉬는 시간도 없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그나마 받는 임금이란 집세 내고 먹을 것 사면 빠듯한 정도다. 먹을 것이라야 거친 빵에 감자에 물... 점심은 당연히 거르고 고픔 배를 움켜쥐고 그래도 그나마라도 벌려 공장주의 온갖 욕설과 매질에도 견뎌가며 앙상한 뼈가 부러지도록 일한다.

 

그러다 진짜 뼈가 부러지면? 걱정 없다.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영양실조로 병에 걸려 쓰러진다? 역시 공장 문을 열고 나서면 그보다 더 적은 임금으로 일할 사람은 널려 있었다. 죽어도 그뿐. 병 걸려도 그 뿐. 병 걸리면 그냥 해고하고 다른 노동자를 구하면 된다. 뭣하러 임금을 올려주고, 환경을 깨끗이 하고, 안전을 위한 투자를 하는가? 노동자들은 그래도 도저히 살 수 없으면 그때는 설탕물로 겨우 달래던 아이마저 죽여야 했었다.

 

먼 이야기라고? 바로 20여 년 전에도 그랬다. 공장에서 여공이 분진으로 인해 폐병이 걸린다. 피를 토하며 기침을 한다. 어쩔까? 그냥 해고다. 해고해서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다시 뽑는 거다. 어차피 일할 사람은 많으니까. 그래서 보상을 요구하면? 당신들 좋아하는 그 빨갱이 있지 않은가?

 

강심장을 보면서 내가 떠올린 것이 그것이었다. 아니 그 전에는 샴페인을 보면서 그런 것을 떠올렸다.

 

연예인들은 어떻게든 대중에 자신을 알려야 한다. 그러자면 예능은 매우 중요한 창구다. 그것을 제작진은 안다. 그런데 제작진으로서는 어떻게든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의 시청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거래가 성립한다. 연예인은 보다 자극적인 이야기를 팔고, 제작진은 연예인을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시킴으로써 그에게 대중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꺼내도록. 더 시청율에 도움이 될만한 자극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그래서 그렇게 끄집어낸 이야기로 인해 연예인이 이미지를 소모하고, 이미지를 훼손하고, 마침내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위협당하면? 실제 그럴 수 있다. 연예인이 예능에서 할 수 있는 자극적인 이야기란 자기 이야기일 테고, 자극적인 만큼 개인의 프라이버시와도 관계가 있을 테니까. 그래서 연예인으로서 생명이 끊기면?

 

말했잖은가? 어차피 여공 몇 병에 걸려 피를 토해봐야 일자리를 찾는 어린 여자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더 낮은 임금에 더 열악한 환경에서도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이었다. 죽거나 말거나...

 

그게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자본주의란 그렇게 모든 것을 수단화하고 소모한다. 소모하고 소모하고 그러다 더 이상 쓸 것이 없으면 미련없이 버리고 다른 소모품을 찾는다. 마치 풀을 찾아 초원을 떠도는 유목민처럼. 한 자리에 머무는 법도 없고 스스로 책임지는 법도 없다. 끊임없이 탐욕하고 탐욕하며 소모할 뿐.

 

이번 장나라 사건을 보면서도 그래서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아니 그 전에는 한승연이 있었다. 그리고 홍석천도 있었다. 당사자가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데뷔전 사진을 무리해서 공개하고, 그로 인해 당황해하고 수치스러워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보며 낄낄거리고...

 

그러나 어떤가? 장나라가 이번 일로 완전히 매장당해도 연예인은 많다. 한승연이 그 일로 완전히 재기불능이 되더라도 아이돌은 많다. 홍석천따위, 손가인따위, 써니따위...

 

제작진만일까?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더 자극적인 이야기만을 바라며 연예인을 소비한다. 소비하고 소비하고 그러다 단물이 빠지면 버리고... 그렇게 자극적인 이야기를 뽑아내느라 망가지는 연예인따위? 연예인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강심장 시청율이 지금 거의 15% 이상일 것이다. 동시대 시청율 1위다. 심야시간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누가 보겠는가? 그리고 왜 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심장이 성공할 것이라 예감하는 이유다. 말했듯 연예인은 많으니까. 연예인 몇 망가져봐야 그를 대체할 연예인은 얼마든지 있다. 욕먹고 비난 듣고 그러다 도태되고, 그러나 연예인은 많다.

 

경쟁만이 전부라는 사람들... 시장만이 전부라는 사람들... 자유만이 전부라는 사람들... 자본주의야 말로 선이라는 사람들... 그러나 말한다고 들을 리 없으니.

 

아무튼 그래서 나는 강심장을 안본다. 불편해서. 참으로 불편해서.

 

참 세상 돌아가는 게 이렇게 더럽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게 더 더럽고. 원래가.

 

강심장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하다. 어쩔 수 없이 싫은 건 싫은 거라. 이상한 놈이라 여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