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대사가 하나 있다.
누군가 묻는다.
"말해줘, 그녀의 과거를!"
그러면 침중한 표정으로 한동안 말이 없다가 힘겹게 말을 잇지.
"네가 그녀의 과거를 감당할 수 있을까?"
뭐 응용이야 많다. 무협소설에서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 해도 비슷하게 쓰일 수 있으니까.
"네가 안다고 뭘 할 수 있는데?"
남의 과거를 알려면 그만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만일 그것이 심각한 잘못이라면 책임을 물어야겠지. 그런 책임과 권한을 갖는 것이 경찰과 검찰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에 따른 비난이 가해져야겠지. 그러나 그것이 과연 의심할 바 없이 잘못인가.
만의 하나라도 오해가 있거나. 혹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있거나. 오히려 그러한 사실을 알림으로써 그 도덕적 책임 이상의 고통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거나.
더구나 과연 과거의 일로 언제까지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몇 년 전의 일이 지금의 그의 도덕성을 정의해주지는 않는다. 공소시효란 단지 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로 인한 피해자가 있고 그것이 지금까지 사실로써 존재한다면 모르겠지만 단지 그런 행위가 있었다는 것으로 평생을 그 굴레에 갇혀 살아야 하겠는가?
우연히라도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 그래?"
쿨하다는 건 이런 걸 쿨하다 하는 것이다. 봐서 판단해서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없었던 것처럼 그냥 없는 일로. 과연 그것을 밝혀서 얻는 공적인 이익과 그로 인해 받게 된 당사자의 고통, 그리고 그 행위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까지 엄밀히 판단함으로써.
과연 이렇게까지 시끄러워질 문제인가. 그렇게까지 한 인간을 매장할만한 심각한 문제인가. 같은 동료로써 그를 위해 한 마디 하는 것마저 비난받을 정도로. 직접 언급한 것도 아니고 단지 "루머"라 한 것으로 애써 결부짓고 단정지은 이들은 누구이던가? 단지 대상이 필요할 뿐.
사실인가의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사실이더라도 그래서 누구에게 피해준 것이 있는가? 경솔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그렇게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지도 않다. 어린 나이에 그만한 객기는 그럴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단지 몇 년 뒤 연예인이 되었다는 이유 때문에. 그것도 꿈을 이루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아이에게.
감당할 수 있는 성인이라면 또 모르겠다. 어린아이다. 그래봐야 어린아이다. 법적인 처벌을 할 것이 아니라면 그 헤아릴 수 없는 가능성을 그런 식으로 매장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그 가능성을 꺾어야 하겠는가.
이건 정의감도 아니고 그냥 무도함이다. 그런 게 마음에 안 드니까. 잘못인 것 같으니까. 잘못이니까. 법에서도 그 행위를 넘어선 책임까지는 강제하지 않는다.
그렇게 감당할 자신이 안 되면 아예 신경을 끊던가. 관심을 가지려면 그것을 감당할 자신을 가지고 관심을 가지던가. 아무 생각 없이 우우우우우... 남들 잘못이라니까 잘못이라고, 남들 문제라니까 문제라고, 그러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 있는 것을 개인적인 호기심과 정의감으로 퍼뜨리며 확대하고.
타진요나 상진세나. 최진실이나 유나나. 어쩌면 그렇게들 발전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반성이라는 것을 않으니. 그저 남의 일일 뿐이라 생각하니.
"미안해, 잘못했어."
그런 말 할 거면 처음부터 꺼내지 말라는 말이다.
하여튼 과연 이렇게까지 커질 문제인가. 이렇게까지 시끄러워야 할 문제인가. 그렇게 한 사람을 매장했을 때 얻어지는 공익이라는 것은?
항상 생각없는 인간들이 문제다. 법적인 문제가 있으면 법으로 해결하던가. 도덕적인 문제라면 과연 그 도덕의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그런 기준조차 세우지 못할 것이면.
어린아이가 칼을 들면 그보다 위험한 것도 없다. 하물며 총이면? 하물며 대포면? 인터넷이란 너무 과분하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깨닫는다.
상처가 없기를. 앞날이 무궁한데 지금의 일이 그 앞날에 절망이 되지 않기를.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많음을 기대해 본다. 사람들이 따뜻했으면 좋겠다.
남의 일에 관심을 가지려면 그에 대해 감당할 자신이 있을 때. 먼저 준비를 갖추고서 하는 것이다.
상식이 상식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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