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조금 유치했다. 어떻게든 분량 따내려 오버하는 게 딱 보여서. 이런 건 어쩔 수 없이 경륜이다. 중심을 잡아주는 MC의 역할이기도 하고.
하지만 단순히 고무테이프로 콧수염 만들어 붙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오는 것은 아이돌이기 때문인 것이다. 박명수가 그런다고 웃을까? 유재석이 그런다고 저만큼 웃음이 나올까?
오히려 아이돌이기 때문에 가능한 웃음이 있고, 아이돌이기 때문에 무리수인 것도 있다. 그동안 그 부분에 대해 전혀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게스트 없이 농사일만 하겠다는 초심이 더 마음에 들었다. 열심히 일하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이야기란 얼마나 자연스럽고 정겨운가. 억지로 쥐어짜내려는 것도 땀이라는 조미료가 들어가며 친근함과 소박함이 느껴진다.
확실히 청춘불패에서 가장 캐릭터가 잘 잡힌 것은 노촌장 노주현이다. 하긴 노주현 입장에서 굳이 웃기겠다고 욕심 부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자연스럽게. 버럭거리며 야단도 치고, 아이돌 도닥이기도 하고, 피곤하면 잠도 자고, 흥에 겨우면 노래도 부르고... 확실한 중심을 잡아주면서도 그것을 가지고 모든 출연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누구나 노촌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다. 노촌장이 MC로써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오히려 김신영이 다른 출연자들과 관계가 제한적이다. 거의 구하라와 주연 정도?
한선화는 한 가지 캐릭터로만 밀려 하다 보니 가장 크게 피해를 본 케이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사랑 이야기를 하면서 보여준 입담이며, 자고 있는 노촌장에 장난을 치려 하면서도 본능적으로 표정을 만들 줄 안다. 같은 이야기라도 재미있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어색하지 않게 망가지고 굴욕을 당한다. 참 좋은 자원인데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가장 아까운 멤버가 있다면 한선화다.
효민의 병풍스런 어색함은 또 그녀의 장점. 빅토리아를 흉내내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 어색함을 살릴 수 있는 것도 효민의 재능일 듯. 다만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써니 이후 그녀가 극복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효민이 병풍이 되어 버린 것도 그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김신영의 경우도 하라와 주연 단 둘만 있으니 제대로 MC의 역할을 한다. 받아주고 살려주고. 그것은 역시 주연과 하라와 김신영 사이에 어떤 관계가 확실히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구하라가 가장 깐족거리며 응석을 부리는 것도 김신영이고, 김신영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도 김신영이고. 더불어 김신영의 플레이도 하라와 주연이 받쳐주면서 살아난다. 그러나 딱 그 정도가 한계라는 것이.
주연은 갈수록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고 - 자기 캐릭터를 살려 관계 속에서 웃음을 만드는 것을 안다. 바람을 잡는 것은 김신영이지만 천연덕스럽게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것은 주연 자신이다. 주연이 김신영을 살리고, 김신영이 주연을 살린다. 다만 "스쿨"은 자주 할 게 아니겠다. 썰렁하고, 잘 모르는 사람은 전혀 재미가 없다. "너 때문에"의 무대를 기억해야 재미있는 거지. 그리고 출연자 가운데 파트에 있어 주연보다 더 심각한 출연자하 하나 있지 않던가?
구하라는 물이 올랐다. 자신감이 붙었다. 덕분에 무리수도 많지만 - 어떤 것들은 다른 예능이었으면 편집되었을만한 것들도 있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는 자신감이 그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가끔은 김신영의 영역까지 넘보고는 있지만 뒷심이 부족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경험의 부족. 그래도 자재를 나르고, 음식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분량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대단하다 할 만하다.
그 밖에... 아 소리? 소리는 진짜 적극적으로 달라붙어야겠다.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려 하지 말고 아무나 붙잡고 관계부터 만드는 것이 좋겠다. 혼자서는 무리가 있다.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만들 것인가는... 그러나 소리까지 챙겨줄만큼 제대로 캐릭터가 잡힌 멤버가 누가 있던가?
나르샤는 빠졌다는 사실을 거의 끝나고서야 알았다. 이것도 청춘불패의 장점이다. 사람 하나 빠졌어도 전혀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그만큼 관계가 빈약하니까. 어느 한 사람이 빠져도 그 공백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와 얽힌 관계가 부족하다 보니 한 사람 분량이 사라졌구나. 과연 장점인가는...
아무튼 크게 대박웃음은 없었지만 본래의 청춘불패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 반갑기는 했다. 땀을 흘리는 가운데 소소한 웃음도 있었고. 병풍 효민의 무리수도 간만에 보았고. 백두 한선화는 연기가 갈수록 물이 오른다. 구하라는 조금 더 다른 출연자와의 상호관계를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혼자서 웃기려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김신영에게 배운 예능이 그런 것일 테지만.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고, 또 포도를 선별하며 뜬금없는 첫사랑 이야기를 하고, 유치와 찬란이 집을 만들면서 박광현과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도 있었고. 정돈된 맛은 없지만 그게 또 청춘불패 아니던가. 괜한 예능 한다고 말아먹었다면 이렇게 힘 빼고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도 좋으리라.
기대해도 좋을까? 벌써 3주 선전중이다. 그 전에도 가끔씩 괜찮게 나오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현아와 김태우가 다시 특별출연? 먼저 기존의 출연자부터 자리를 잡고 나서. 그런 것들이야 말로 무리수다. 소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한 멤버들을 어떻게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인가? 벌써부터 캐릭터며 관계며 단단하게 자리잡은 영웅호걸과 항상 비교가 된다. 경험의 차이인가.
괜찮았고. 기대도 되었다. 하지만 기대하는 와중에도 한 구석에 걸리는 것은 그동안에 보여주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잃어버린 신용을 다시 되돌리기란 힘들다. 그래도 간만에 스킵 않고 끝까지 다 보았으니.
다음주를 기대해 본다. 일부러 예고편도 안 봤다. 제작진이 제대로 정신을 차린 것일까? 그러면 출연자들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간만에 만족스러웠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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