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천하무적야구단 - 전문버라이어티의 한계...

까칠부 2010. 10. 17. 07:02

오빠밴드가 그게 문제였다. 컨셉은 밴드. 하지만 밴드 이외의 뻘짓들이 많았다. 밴드로서의 엄밀함이나 충실함보다는 쉽게 다른 주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에 투구하는 산만함이 사람들에게 실망과 배신감을 주었던 것이었다. 밴드를 기대했는데 정작 밴드는 없다.

 

하긴 그렇다고 주야장창 밴드만 보여지는 것도 식상하기 쉽다.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만 하더라도 그리 반응이 좋았음에도 몇 주가 이어지니 지겹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한 가지 소재로, 한 가지 주제만으로, 사람들에게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고 유지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고민을 하게 된다. 변화를 주려 하고, 때로 그 변화가 한계를 넘어서 주제를 벗어나기에 이르고. 그러다 보니 처음 내세운 목적을 잃고 표류하게 되는 것이다.

 

청춘불패도 마찬가지다. 아이돌이 농촌 가서 농촌의 삶을 체험한다. 하지만 농촌과 농사일이라는 한정된 소재 안에서 다양한 재미를 주기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시청율도 고만하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욕심을 부린다. 게스트를 부르고, 괜한 대국민약속같은 거나 하고, 개그실미도나 하고, 그런데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아이돌이 참여하는 농촌버라이어티라는 것이지. 그래서 실망하고.

 

"뭐냐, 이건?"

 

도대체 천하무적야구단인데 콘서트준비며 패션쇼며 뭐하자는 것일까? 물론 꿈의 구장 건설을 위한 확고한 목적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 사회인야구라고 하는 애초의 목적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야구를 보고자 천하무적야구단을 보려는 입장에서는 무척 거슬릴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출연자 개인이나 관계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그러니까. 남자의 자격도 그렇다. 다른 짓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애정이 있으니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그것은 기본적인 애정과 동의가 전제될 때 가능한 것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안정이 되고 그 다음에 이것저것 한다면 누가 뭐랄까?

 

하긴 내가 천하무적야구단을 다시 챙겨보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된다. 그 가운데는 내가 한창 보던 때 없던 멤버들도 적지 않다. 도대체 저 아저씨들이 저기서 뭐 하고 있는 것일까? 동떨어져서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는데 그게 과연 재미가 있을까? 내가 보려는 것은 야구일 텐데.

 

도무지 집중이 안 되고,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데 웃음도 나오지 않고, 도대체 이거 언제 끝나나... 스킵하기는 미안하니까 다른 것 하면서 보게 된다. 그동안 빠뜨리지 않고 보아 온 사람들 입장은 어떨지 몰라도. 리얼버라이어티가 갖는 또 하나의 한계. 지나치게 몰입도가 높은 만큼 새로운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 기존의 캐릭터와 관계에 대한 충성도가 없으면 새로이 재미를 느끼기란 힘들다.

 

더구나 지난주도 말했지만 타이밍이 안 좋다. 패션쇼하는데 심사하는 장면이 어쩌면 그리 슈퍼스타K를 연상케 할까. 오디션 보고 파트 정하고 연습하고...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이 끝난지도 이제 겨우 두 주다. 전혀 새롭지도 않고, 신선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성도가 더 높은 것도 아니고, 야구나 했으면...

 

시청율 낮은 게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능인데 재미와 시청율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겠지. 야구와 예능의 조화.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라고 있는 게 프로일 것이다. 너무 쉬운 길을 찾아 안주하려는 건 아닌가. 만만하게. 물론 순전히 내 개인적인 감상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워낙에 보면서 밟히는 예능들이 많아서. 이래서 버라이어티란 쉽지 않은 일이로구나.

 

얼른 야구나 다시 시작해라. 시합도 하고 훈련도 하고, 아니면 어머니 야구교실이나 리그제로 재편해 보던가. 한 번으로 끝내는 건 아쉽지 않은가. 아무리 꿈의 구장 건립이라는 목적이 있어도 한 회를 죄다 패션쇼로 꾸미는 것은. 재앙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은 회차였다. 시간이여 어서 가기를. 최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