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물에 보면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다. 한심하거나 아니면 주위에서 부추기는 오빠 캐릭터. 소녀들과 때로 대립하며 감정의 배설창구가 되어주는. 그리고 소녀들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돌리기 위한 일종의 희생양과 같은 장치다.
예를 들어 홍수아나 유인나가 사기를 쳐도 그 중심에 노홍철이 있어 주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같은 사기꾼의 캐릭터라도 기존의 노홍철의 사기꾼 캐릭터에 더해 홍수아와 유인나에게는 귀여운 공범자의 이미지만 더해질 뿐이다. 더구나 홍수아는 어설프기까지 하다.
참 잘 망가진다. 그래서 잘 어울린다. 여자연예인을 모아놓고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여자연예인들을 돋보이는 것이다. 기왕에 비주얼이 돋보이는 여자연예인을 12명이나 모아 놓았으면 대중이 그들로부터 기대하는 것도 이휘재나 노홍철이 아닌 그들 여자연예인들의 개성넘치는 매력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MC들이 그를 위해 발판이 되어주어야겠지.
아예 찌질이로 굳혀 버렸다. 한심하고 멍청한 캐릭터로. 구제불능에 짜증나는 대상으로. 그래서 온갖 원망과 비난과 조롱이 더해진다. 그것을 능숙하게 잘 받아넘긴다. 모두의 비난과 공격을 받으면서도 그것이 악의로 보이지 않게. 그러면서도 그로써 재미를 주고 출연자들을 돋보이도록.
사실 청춘불패에서 김태우에게 내가 기대했던 캐릭터다. 나름 훌륭하게 그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었다. 정작 아이돌 팬들로부터 그렇게 비난을 듣고 있었으니. 함께 어울렸고, 사건을 일으켰고, 기꺼이 공공의 적이 되어 굴욕을 당해주었다. 그때는 김태우와 함께 있으면 어떻게든 분량이 나왔다. 개인기가 없어도 김태우를 소재로 어울리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더불어 노홍철이 맡은 사건을 부추기는 역할까지. 다만 혼자서 그 모두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했으며, 프로그램의 중심이 김신영 스타일로 흘러가고 있었다는 점이랄까? 김태우가 김신영에 맞춰가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흐름도 무너졌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노홍철의 역할도 중요하다. 물론 노홍철이 없었다면 이휘재도 나름대로 다른 방식을 선택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홍철이 옆에서 부추기는 역할을 맡으면서. 이휘재는 물론 여자출연자들을 부추겨 사건을 일으키는 역할을 맡으면서 이휘재와 여자출연자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휘재가 찌질이의 캐릭터로써 받아주고 흡수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노홍철은 분위기를 띄우고 이휘재가 받아줄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따로 흩어졌을 때도 이휘재는 받아주는 역할로, 노홍철은 띄우는 역할로, 시너지가 아주 대단하다. 출연자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진다.
부정적인 것들은 모두 이휘재와 노홍철에게, 매력과 재미는 여자출연자들에게. 여자출연자들이 마음껏 디스도 하고, 장난도 치고, 짓궂게도 굴고, 하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들은 MC들이 가져감으로써 귀엽고 매력적인 모습들만 남게 된다. 물론 노사연과 신봉선도 그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역시 여자들과 함께 있을 때 공공의 적은 남자인 것이다. 여자들만 모아 놓으면 호불호가 생기겠지만 남자가 섞여 있으면 그가 모든 것을 받아주는 배설구 역할을 한다. 아주 탁월하게.
어쨌거나 그래서 내내 느끼는 것이 영웅호걸 제작진은 확실히 뭔가 아는구나. 항상 느끼는 것이다. 기껏 미녀 여자연예인들 모아놓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사람들이 영웅호걸로부터 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얼마나 더 매력적으로, 얼마나 더 눈과 귀와 그리고 마음이 즐겁게.
카페에서 괜한 일반인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장면에서 도도한 척 연기하는 유인나는 얼마나 귀여운가. 한 번에 유혹해서 안 되니 두 번, 세 번, 네 번, 자존심이라고는 없이, 그러나 도도한 척 해 보이는 허세란. 그리 당당하고 거칠 것 없어 보이는 서인영의 귀여운 개인기와 민망해하는 모습은 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 유인나 만큼이나 영웅호걸로 이미지 좋아진 멤버가 서인영 아닐까. 이제까지의 강하기만 한 이미지에서 같은 여자들끼리 어울리면서 색다른 - 귀엽고 사랑스런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솔직한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지연이나, 사진을 찍겠다 하니 무작정 도망부터 가고 보는 아이유나, 카메라맨들이 자기를 찍어주지 않는 것이 서운해 앙탈을 부리는 유인나의 모습이다. 유인나와 같은 천연계는 전면에 내세우는 게 아니라 양념으로 사이사이 끼워두어 맛을 더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보기 좋은 눈과 귀와 마음에 즐거운 모습들인가.
더 웃길 필요가 있는가. 단지 환자복만 입고 있어도 그것으로 눈길이 간다. 환자복을 자기 나름대로 꾸며입는 것에서 그들의 개성이 드러난다. 각자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이, 그리고 어색해하고 민망해하면서도 짐짓 당당한 모습에서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다른 예능프로그램이었다면 뭐라도 더 필요했을 것이다. 더 망가지고 더 웃기고. 하지만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넘치도록 매력적인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보다 더 망가지면 어색할 것 같은. 그런 역할은 노사연과 신봉선, 정가은으로 충분하다. 정가은도 무척 예쁘다.
그래서 결국 다음주는 서로 옷 갈아입기. 지난번 잠옷 갈아입기가 단순한 예능이라면 이번에는 거의 비주얼폭발이다. 서로 다른 스타일을 소화하면서 서로의 캐릭터를 연기해 보인다는 것은. 얼마나 숨은 매력들이 드러날까. 그리고 옷 바꿔입기를 통해 보여지는 새로운 개성들은 얼마나 보기 좋은 것일까. 여자들이 인형 옷갈아입히기를 즐기듯, 남자들도 코스튬플레이를 즐긴다. 다양한 스타일과 다양한 개성들, 다양한 매력들, 한 개인에게서 보여지는 그런 모습들은 남자의 로망이다. 영웅호걸 제작진에 찬사를 보내는 바다.
아무튼 이진은 아예 지루한 것으로 캐릭터를 잡았구나. 자기가 웃길 수 없으면 굳이 웃기지 않아도 된다. 웃기지 않더라도 확실한 캐릭터를 잡으면 주위에서 알아서 웃겨준다. 웃다 보면 자연스레 그 자신을 알리게 된다. 자기가 웃기지 않아도 그로부터 웃음이 있다면 그것도 웃음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주 그것으로 캐릭터를 잡지 않을까 했더니만, 더구나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아 표정이 한결 자연스럽다. 조금 더 과감하게 치고 나갈 수 있으면... 하지만 그런 것은 이진의 캐릭터가 아니니 굳이 기대하지 않아도 상관없겠지.
고작해야 포도 몇 송이 가지고도 그것을 몰래 집어먹는 것이 이렇게도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사진을 찍는 사이 몰래 낼름하는 가운데 홍수아가 가장 먼저 걸리고, 그 다음 지연이 물귀신으로 끌려들어가고, 그러나 한 편에서는 완전범죄에 뿌듯해하며 랍스터까지 얻어먹는 니콜이 있었다. 대본일까? 거기서 지연이 니콜을 끌고 들어가지 않은 것은. 친한 사이라면 니콜까지 함께 끌고 들어가는 것도 꽤 괜찮은 모습이었을 텐데. 친하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홍수아도 굳이 니콜을 거론 않은 것을 보면 글쎄...
박가희가 여고생들 사이에서 닮고 싶은 여자연예인 1위로 뽑힌 것은 바로 납득하고 말았다. 여초사이트에서 박가희에 대한 반응이 장난이 아니다. 한 마디로 멋진 언니다. 얼굴도 되고 몸매도 되고 춤도 잘 추고 무엇보다 싸거나 가볍지 않게 기품마저 느껴지는 당당함이 있다.
오프닝에서 마네킨 컨셉 하고 나왔을 때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한 것도 서인영의 패션이었다. 심플하면서도 강렬하고, 강렬하면서도 자연스럽다. 평소에도 그렇게 입고 다닐 듯한. 그 다음은 홍수아. 아마 이휘재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다음은 니콜. 조금 난해하기는 하지만. 뭐 어차피 잘 차려입고 다니는 연예인들이니까.
아, 이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여. 가볍기에 즐거움이여. 굳이 진지할 것 없이, 어렵게 심각할 것 없이, 더 웃기려 할 것도 없이 보여지는 그런 모습들이. 원래 이렇게 웃는구나. 이렇게 떠드는구나. 이렇게 어울리는구나. 어떤 관음적 쾌감까지 느낀다. 매력적인 그네들의 모습에, 그네들의 꾸밈없는(?) 일상의 모습들을 본다는 즐거움에. 곤란해할 때는 그대로, 기뻐할 때는 또 그대로, 컨셉잡고 연기하는 모습에도 또 역시 그대로.
오늘도 역시 즐거웠다. 재미있었고 정겨웠고. 또 한 걸음 그네들에 다가가는구나. 호감이 없던 멤버에도 호감이 생기고, 비호감이던 멤버들에게는 비호감이 지워지고, 좋아하던 멤버들은 더 좋아하게 되고. 그리고 충실히 그들을 받쳐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두 MC들도. 좋은 프로그램이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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