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서 문득 타블로가 떠올랐다.
"너무 증거주의에 사로잡히지는 마!"
"그건 의심이야. 증거가 아니라!"
비=타진요, 이정진=타블로랄까?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곧 사실인 것은 아니다. 그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것을 입증하지 못했기에,
"너는 너를 변호할 논리를 내놓지 못했다."
완전 거꾸로지?
일단 증거가 있다면 그 증거능력에 대한 여부는 둘째로 범죄의 중대성에 비추어 비를 일단 구속수사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그래서 증거가 위조라면 그때는 풀어주더라도.
의외로 이게 시사성이 있다. 그러고 보니 이정진도 타블로를 언급했는데. 뭔 영화때문이던가?
어제는 송재호의 멋진 한 마디가 있었다.
"한국 국민들은 정치인의 도덕성 따위 그렇게 따지지 않아."
다니엘 헤니가 받지.
"아직까지 친일파가 득세하는 나라니까."
다만 좀 생뚱맞다는 것이. 마치 인터넷소설에서마냥 뜬금없다. 그에 비하면 이건 좀 재미있지 않은가. 원래는 저게 정상적이어야 하는데, 인터넷상에서는 비에게 이정진이 몰리고 있더라는 거지.
하긴 드라마를 보면서도 증거가 뭐가 중요할까? 저렇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데. 하며 증거 자체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런 게 바로 왓비컴즈따위가 파고들 수 있는 심리적 허점일 테지만. 그런 생각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거다.
아무튼 비와 이나영, 다니엘 헤니의 메인 스토리라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정진의 러브라인이 꽤 흥미롭다. 솔직히 그쪽은 너무 뻔해서. 유치한 것도 있고. 그런 거야 원래 양해하고 보는 거니까 액션에 집중해 보고는 있는데, 그러나 이정진의 러브라인은 아기자기한 것이 꽤 깨알같다. 여배우 이름이...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서로 밀고당기기 하는 것이 귀엽다. 이정진 자체도 얄미운 듯 하면서도 천진스런 캐릭터를 잘 보여주고 있고. 오히려 이쪽이 주인공같달까?
그리고 탐정들... 하기는 그런 게 재미이기는 하다. 비의 캐릭터부터가 그렇다. 하지만 의리란 없이 서로 뒷통수치기에 여념이 없는 협잡꾼들 뿐이라. 사기꾼들. 그러나 그것이 또 어느 정도 리얼리티를 부여하며 드라마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지나치게 무거운 하드보일드보다는 만화같이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그런 액션물로써. 성동일의 캐릭터 연기가 빛을 발한다. 성동일의 나까무라 황이 아니었으면 - 아, 공형진 역시. 능청스런 연기가 야비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가볍게 유쾌하게 바꾸어준다. 거의 인간쓰레기 수준임에도 그러나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는 게 확실히 능력이다. 앞으로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나까무라 황과 제임스 봉의 역할이 더 크게 드러나지 않을까. 타이밍이 이들이 나설 타이밍이다.
어쨌거나 다니엘 헤니가 제대로 악역으로 변신하며 이나영과의 관계가 재미있어졌다. 다니엘 헤니 자체가 악인이라기에는 상당히 입체적인 캐릭터라. 그러나 그것이 또한 이나영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기에 그것을 눈치챈 - 이미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망설이고 있는 이나영의 이후 행동들이라는 것도. 비가 호송 도중 탈출하고 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될까? 제목이 일단 도망자 아니던가?
정치적 흑막도 나왔고, 판은 벌어질대로 벌어졌고, 이제는 마무리 단계인가?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밀도있게 끝맺음을 하는가? 아마 그것이 남은 과제일 것이다. 나까무라 황의 역할이 커질 것도 기대하고. 이정진의 역할이 지금과 달라질 것도 예상해 보고. 데니안도 아마 변화가 있지 않을까? 이것도 하나의 패턴인 터라. 이제 슬슬 재미있어지려 하고 있으니 조금은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처음으로 본방으로 봤다. TV장만하고 처음 본 프로그램이 이 드라마다. 별 대단한 의미는 없지만, 역시 TV드라마는 본방에 맞춰 TV앞에 앉아 봐야 맛이랄까? 다운로드받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재미다. 안테나 단다고 삽질한 보람이 있었다. TV는 TV쪽이 모니터보다 훨씬 화질도 좋고.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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