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개그...

까칠부 2010. 10. 22. 17:08

태초에 만담이 있었다. 그리고 슬랩스틱이 있었다.

 

코미디란 연기였다. 짜여진 대본에 따라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슬랩스틱이 있었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때리고 맞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이건 너무 유치하지 않아?"

 

그런 때 미국에서 스탠딩토크 방식의 코미디라는 것이 들어왔다. 아마 미국일 것이다.

 

다운타운이 중심이었다. 통기타문화가 한창 유행하던 다운타운에서 전유성, 고영수, 송영길, 김병조, 임성훈 등의 새로운 스타일의 코미디를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것을 두고 사람들은 개그라 불렀다.

 

개그가 이전의 코미디와 구분되는 지점이다. 첫째 연기가 아닌 입담으로 웃긴다. 둘째 몸으로 웃기기보다는 입으로 웃긴다. 그게 또 당시로서는 세련되었다는 거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개그조차 저질말장난이라며 새로운 웃음을 요구하게 되었다. 토크쇼형식의 웃음이야 말로 가장 세련된 것이라. 요즘 말하는 예능의 출현이었다. 이전까지 토크쇼란 상당히 엄숙하고 진지한 것이었다면 아마 일밤을 시작으로 자니윤쇼 등이 크게 유행하면서 코미디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는다.

 

아무튼 "몸개그"라는 말이 그래서 때로 우습기도 하다는 것이다. 몸으로 하는 건 개그가 아니었다. 몸으로 하는 것 싫다고 나온 게 개그인데. 입으로 웃기고 재치로서 웃기고. 그런 건 슬랩스틱이라 하지. 개인적으로 현재 활동하는 코미디언 가운데 가장 슬랩스틱의 정통에 가까운 것이 이윤석이라 생각한다. 이윤석은 과거 이주일이 보여주던 스타일의 슬랩스틱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었다.

 

격세지감일까? 원래는 코미디의 한 대안으로서 나타난 개그인데, 그것이 슬랩스틱마저 개그로 만들어 벌렸다. 물론 그 개그마저 뒤에 나타난 예능에 의해 예능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는 예능을 두고 유치하네 뭐네 하며 고급스런 무언가를 찾지. 글쎄...

 

아마 공채로 뽑힌 개그맨으로 1기는 최양락, 이경규 세대일 것이고, 그 이전의 개그맨들은 공채보다는 대학가 등지에서 활동하다 특채로 뽑힌 경우였다. 김병조라든가 이홍렬이라든가 주병진이라든가 앞서 말한 사람들. 아마 가수 방미도 당시는 개그맨으로 활동했었던 것 같은데. MC임성훈도. 개그맨출신 MC 1호일 것이다.

 

문득 생각났다. 남자의 자격을 다시 보다가. 당시도 개그와 코미디는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 코미디는 유모어극장과 웃으면 복이와요. 개그는 청춘만만세와 유머일번지. 지금이야 뭐... 코미디언의 계보 자체가 끊겨서 그냥 개그맨이 코미디언이다. 코미디언이라는 말 자체가 쓰이지 않은지도 오래 되었지만.

 

아무튼 그렇다. 별 대단한 건 아니고. 기억나길래. 맞는가는 모르겠다만. 워낙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