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카라의 일본 데뷔곡 미스터가 신의 한수였던 이유...

까칠부 2010. 11. 30. 13:34

그것을 생각 못했다. 아이돌로서의 이미지만 생각했지 일본에서 한국 걸그룹의 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리라고는. 한국 걸그룹의 춤실력과 무대에 대한 그들의 감탄과 찬사를 들으며, 이래서 '미스터'였구나!

 

즉 카라의 미스터 이전까지의 무대들을 보면 퍼포먼스라기보다는 율동에 가까웠다. 딱 아이돌이었다. 선이 예쁜 동작들로 이루어진 딱 보기에 좋은 정도의. 그래서 오죽하면 주위에서 카라에 대해 말하기를,

 

"덕후 전용 아이돌!"

 

내가 본 첫인상도 그랬다.

 

"아이돌이구나!"

 

그런데 미스터는 달랐다. 미스터의 무대를 보면서 처음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 짜여진 안무를 따라가는 데 급급한 아이돌이기보다는 음악 그 자체를 즐기며 몸으로 표현하는 원래의 의미대로의 "댄스가수"가 무대 위에 보이고 있었다. 

 

엉덩이춤이 이렇게까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크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음악은 즐겁다.춤은 흥겹다. 사람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이유가 바로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원래 댄스가수들이하던 것이다. 퍼포먼스 아티스트들이 보여주던 바로 그것이다.

 

얼마전 말했을 것이다. 카라는 퍼포먼스 그룹이라고. 아마 지금 걸그룹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안무를 선보이는 것이 바로 이들 카라가 아닐까. 복고적인 음악 만큼이나 복고적인 댄스음악 그 자체를 무대 위에 재현해 보이고 있다. 내가 이번 점핑의 노래 뿐만 아니라 안무에 대해서도 무척 감탄하는 것은 그래서다. 음악이 있고 춤이 있고 그래서 드라마가 있고 즐거움이 있는 퍼포먼스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루팡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로, 루팡은 다시 미스터로부터 비롯되었고, 마치 미스터 이전과 이후가 전혀 다른 그룹처럼 보인달까? 짜여진 안무를 따라가는 인형에서, 무대를 몸으로 표현해 보여주는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퍼포먼스 그룹으로.

 

아마 프리티걸이나 허니였다면 단지 사람들에게 귀엽다는 소리나 듣고 말았을 것이다. 그들의 취향에 맞으니 호감은 샀을지언정 감탄은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미스터는 확실히 제대로 퍼포먼스라 할만한 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루팡도 그렇고. 이번 점핑은 더욱.

 

유니버셜에서 원래 그렇게 원해서 미스터를 데뷔곡으로 정했다고. 역시 싸움이란 상대에 없는 나의 강점으로써 싸우는 것이다. 한국의 걸그룹으로써 일본에서 차별화를 노릴 수 있는 부분이 어디에 있을까? 한국의 걸그룹이 일본의 걸그룹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은? 아마 이미 그 부분에 대한 분석이 끝나 있었을 것이다. 일본에서 충분히 통할만한 개개인의 매력에 대해 카라라고 하는 고유하고 특별한 상품가치에 대해서도.

 

그래서 결론은 "미스터". 그리고 이어진 후속곡이 "점핑". 얼핏 카라의 일본 공략을 위한 전략이 그 단초를 보이는 듯한 느낌이다. 퍼포먼스 그룹이라는 것이겠지. 걸그룹이지만 일본에는 없는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그룹이다. 더불어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귀여우면서도 화려한 외모에, 일본의 예능에 훌륭히 적응하고 있는 점들까지 포함해서.

 

아이돌이되 보통의 아이돌이 아니다. 아이돌이면서도 이들은 아티스트다. 곡을 쓰고 음악을 연주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몸으로써 음악을 표현해내는 퍼포먼스 아티스트. 퍼포먼스 그룹. 아닐까?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도 미스터 이외에는 다른 데뷔곡감을 찾을 수 없다. 멤버들의 나이에 어울리게. 카라의 현재를 보여주면서. 그리고 일본에서의 카라만의 강점을 강조하며. 보다 카라의 상품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어쩌면 점핑이 국내시장에서 크게 반향을 얻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일지도. 이제까지의 카라와는 상당히 이질적인 부분도 있고 하니까.

 

항상 하는 말이지만 과연 옳은가? 모른다니까. 나는 유니버셜 관계자가 아니다. DSP소속도 아니고. 그나마도 지나고 나서야 아마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근사치에 있지 않을까. 어떻게 해도  이전의 전형적인 아이돌 컨셉으로는 덕후나 양산할 뿐이었다. 여성들에게까지 워너비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 단순한 아이돌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뒤늦게나마 "미스터"를 일본데뷔곡으로 삼은 것에 감탄을 보내는 이유다. 가히 신의 한 수라 할 만하다. 철저한 일본식 매니지먼트가 한 몫 했을 테지만. 좋다. 아무나 기획사 하는 건 아니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