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영웅호걸 - 짜증이 나려 했다!

까칠부 2010. 12. 5. 21:06

대본인 건가? 아니면 대본삘인 건가? 뭐냐? 저 어색한 몰카는?

 

유인나 몰카 얘기다. 몰카는 좋다. 그런데 좋은 저녁시간에 징징거릴 건 또 무언가? 신봉선 울고, 유인나 울고, 그 전에 유인나 꾀병부리는 게 그렇게 얄미웠다. 원래 이런 예능에서 사람 하나 비호감 되는 거 순식간이다. 사기도 좋고 캐릭터도 좋지만 무리수 아니었을까. 더불어 징징짜는 몰카도.

 

그러나 그 밖에는 역시나 괜찮았다. 디테일하게 멤버 하나하나를 잡아주는 PD의 센스는 오늘도 멤버 하나하나에 대해 기억케 했고. 표를 구걸하는 것조차 어색한 이진이라든가, 도도하게 폼 잡다가 막판에 무너지는 서인영, 동갑내기 아이유와 비교되는 지연의 모습 같은 것들... 그다지 웃긴 것도 없는데 어쩐지 그 어색하게 서 있는 이진의 모습이 어쩌면 그리도 웃긴지. 바로 옆에서 표를 상당한 표를 얻고 있는 신봉선을 보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박가희의 표정도 제작진 아니었으면 못 볼 뻔 했다.

 

기대했던 메이드복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런 게 영웅호걸스럽지 않은가. 비록 직접적인 순위투표라는 게 어지 보면 연예인으로써 잔인할 수 있지만, 어차피 인기에 따른 차별이야 연예인으로서 숙명이니까. 더구나 영웅호걸의 멤버 거의가 무명시절을 겪었고 어려운 시절도 지나왔던 터라. 당장 이진만도,

 

"98년도였으면 어땠을까요?"

 

당연히 이진의 표현이 아니더라도 볼 것도 없었다. 핑클과 견줄 수 있었던 것은 SES 정도였으니.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진의 모습이 어떤가?

 

무명시절을 거쳐 이제야 겨우 빛을 본 멤버도 있고, 한때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침체기에 있는 멤버도 있고, 겨우 갓 연예계에 얼굴을 비춘 멤버도 있고, 인기라는 게 영웅호걸의 투표처럼 항상 고정된 것이 아니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치고 올라갈 수 있고, 계기가 있으면 다시 추락할 수도 있다. 그것만 이해할 수 있다면 영웅호걸의 인기투표도 그닥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지 않을까.

 

김건모가 김수철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하지.

 

"올라가는 법을 알았으면 내려가는 법도 준비해 두라."

 

더구나 기회가 주어져 있지 않은가. 1박 2일과 동시간대라 시청율은 저조하지만 그래도 일요일 저녁시간대 버라이어티다. 당장에 인기가 없고 인지도가 낮아도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돌아올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라도 인지도를 높이다 보면 다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순위가 아니라 얼마나 자기 분량을 확보하고 대중에 자신을 알리는가.

 

그런 점에서 인기순위의 냉혹함만큼이나 출연자 개개인에 대한 제작진의 배려가 돋보인다. 그냥 허투루 놓치는 법이 없다. 작은 빌미라도 있으면 그것을 현미경으로 잡아 어떻게든 부각해 보여준다. 대본의 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멤버들에게도 좋으니까. 보기에도 즐겁고. 그래서 현재 영웅호걸에서 캐릭터가 없는 멤버는 - 정가은마저 만년꼴찌에 캐릭터 없다는 캐릭터가 있다. 관계도 이만하면 쏠쏠하고. 오늘의 몰래카메라 상황마저 신봉선과 유인나의 그동안의 축적된 천적관계가 바탕이 되고 있지 않았던가. 물론 기회를 주어도 살리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이진처럼 그런 배려 덕이 굳이 웃기려 하지 않아도 웃기지 않는 그 자체로 확실히 웃음을 주고 있다. 아이유야 현재 대세니 그렇다 하더라도 이진을 살려낸 센스는 인정해 줄 만하다.

 

그래서 더 거슬리는 것이다. 왁자하게 어울려 떠들고 놀면서 열심히 돈까스를 배우고 있는데, 느닷없는 꾀병에, 눈물에, 그리고 몰래카메라. 흐름이 깨진다. 내가 원래 이런 식의 뜬금없고 맥락없는 전개를 싫어한다. 그나마 지난번 서인영 몰래카메라는 서인영 생일빵이라는 의미라도 있었지. 전혀 상관없이 시작된 몰래카메라는 그럼에도 너무 뻔했고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정말 그것만은 아니었으면 했건만... 차라리 아예 사이가 틀어져서 화해하는 장면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역시나 먹는 것에 목숨을 거는 니콜. 돈까스 만드는 비법에 눈이 초롱초롱 메모까지 하며 열심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멤버 가운데 가장 열심이었지? 아무리 연예인이고 아이돌이고 예능이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에 얼굴 찌푸릴 사람은 없다. 순간순간 보여지는 천연스런 표정들은 귀엽기까지 하고. 요즘 니콜도 외모에 물이 올랐다. 다만 말만 잘 할 수 있으면. 그것을 또 노홍철이나 이휘재나 잘 살려주니 크게 문제는 아니겠지만.

 

욕심 부리다 스파게티를 채 삼키지 못하고 곤란해 하는 모습이라든가, 굳이 파스타면이 익은 걸 확인하겠다고 천장에 던지는 모습이라든가, 괜한 노홍철만 천장의 먼지로 양념된 면을 맛보아야 했다. 새우를 가지고 동갑내기 아이유와의 상황극을 하는 모습은 미운 18살. 어쩐지 고집스럽고 어눌하고 철없는 지연의 모습 자체다.

 

홍합 하나로 한 젓가락이 끝나자 터져나오는 서인영의 한탄도 답지 않게 귀엽고, 양파 하나 썰면서 뭐 그리 긴장하는지 작아지는 모습도 역시 평소와 같지 않게 귀엽게만 보이고. 자신있게 길찾기에 나섰다가 엉뚱하게 거리를 헤매고 마는 이진의 모습은 참 천연덕스럽지 않은가. 과장없이 예능이라는 것마저 잊은 것 같은 모습에 노홍철의 도합 방송경력 40년이라는 말이 그저 우습기만 하다.

 

좋지 않은가? 결국 다음주로 메이드복은 넘겨야 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선방한 회차라 할 것이다. 그놈의 몰래카메라만 아니었으면. 몰래카메라 같은 것은 그렇게 함부로 남발할 게 아니다. 한 번은 재미있지만 두 번은 식상하고 마침내는 흐름을 깨뜨린다. 더구나 오늘처럼 분위기를 흐리는 방식의 몰래카메라는.

 

보는 즐거움이 있고, 이제는 버라이어티로서의 즐거움도 있고, 역시 시커먼 사내들만 있는 1박 2일보다야 산뜻하고 향기롭지 않은가. 간만에 글이 빨리 써져 영웅호걸도 본방사수가 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영웅호걸 보기가 남자의 자격 감상 쓰기 다음 순위다. 그래서 또 만족. 컴퓨터 모니터보다는 TV쪽이 화지도 색감도 더 좋은 터라. 앞으로도 자주 이랬으면. 보는 보람이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몰래카메라가 하나 옥의 티였다. 멤버들은 하나같이 천연덕스러운 것이 귀엽고 예뻤고 사랑스러웠고. PD가 프로그램 만들 줄 안다. 자리를 잡았다. 넘치면 모자름만 못하다. 그것을 알았으면.

 

어쨌거나 본게임은 역시 다음주라는 것인데...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기대가 높다. 기다려진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