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듣는다. 코미디언이라는 단어. 언제부터인가 개그맨이었고 그 뒤로는 예능인이었다. 코미디프로그램마저 예능프로그램으로 뒤바뀌어 소개되기도 하는 요즘이다. 코미디언이란 원로들이나 쓰는 단어인 줄 알았는데...
"다시 태어나도 코미디언으로 살고 싶다!"
참 우울한 시절을 오래 겪은 코미디언이었다. 잠시 인기를 끄는가 싶더니만 다른 코미디언들이 그렇듯 언제부터인가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그야말로 느닷없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이 아마 무한도전.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코미디언으로 살고 싶다는 것은... 아니 이번에 자신이 직접 세운 기획사도 후배 코미디언들을 키우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하지.
항상 하는 말이다. 코미디언의 눈물에 대해서. 삐에로의 눈물에 대해서. 하필 그 모티브가 찰리 채플린이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보면 코미디 영화지만 그렇게 슬플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비주류계급의 서러움을 그는 능청스럽게 웃음으로 승화해 보여준다. 그는 사회주의적인 사상으로 말미암아 미국으로부터 나중에 추방되기까지 한다. 어려서 고아원을 전전하며 밑바닥 인생을 경험한 탓에 그의 비주류 인생에 대한 애정은 애닲도록 유쾌하다.
그래도 즐겁지 아니한가. 그래도 웃을 수 있지 아니한가. 유한계층에게는 단순한 웃음으로, 공감하는 사람들에게는 눈물 찡한 웃음으로. 그만큼 깊은 슬픔을 가슴에 품고 승화시킬 수 있었기에 그런 영원히 기억될 웃음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코미디언치고 과연 찰리 채플린을 꿈꾸지 않은 이가 누가 있을까?
길의 입냄새나, 하하의 짧은 키나, 노홍철의 실연이나, 정준하의 어딘가 모자른 모습이나, 사실 그게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일까? 작은 키는 컴플렉스일 테고, 길의 입냄새 이야기가 나오니 여자친구인 박정아가 버럭 화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웃어주니까. 유재석의 저쪼아래도 사실 신체적인 컴플렉스를 웃음의 소재로 삼는 것이다. 그런데도 기꺼이 웃음을 위해 예능인들은 그것을 판다.
원로 코미디언 한 분이 영화인가를 찍기 위해 덕수궁길을 몇 번을 구르고 했었다던가? 슬랩스틱에서 때리고 맞는 것은 기본. 부딪히고, 멍들고, 다치고. 김병만도 그동안의 도전으로 인해 몸 상태가 그리 썩 좋은 편은 아니라 했다. 아이들에게까지 바보취급 당하고. 한참 어린 꼬마들이 손가락질하고 반말하고 놀리고. 하지만 웃어주는 것이 그저 좋으니까. 그래서 서러운 가운데서도 - 그렇게 코미디라는 것이 우울해진 지금에도 코미디언들은 스스로 대본을 짜고 무대를 구상해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관객들을 어떻게든 웃기고자.
그들의 바람이라면 웃음이겠지.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서도 웃어주기를 바랄 것이다. 자기가 망신을 당하고, 자기 한 몸 다치고 망가져도, 그래도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을 한 눈에 형상화해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사진일 것이다. 맨 위에 올린 사진.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 느낌이 왔다. "이거다!" 이거야 말로 박명수 자신이며 박명수의 인생이며 박명수의 웃음이다. 원래 처음부터도 그다지 호감이 가는 타입이 아니었고, 지금도 그렇게 비난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코미디언이라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는. 욕을 먹고 비난을 듣고 조롱을 들어도 그러나 웃음을 주는 자신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진이 아니었을까. 찰리 채플린의 분장이었기에 사진은 더 아름다웠다. 찰리 채플린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사진일 것이다. 웃음을 보여준다. 희극인의 웃음을 보여준다. 그 웃음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사실 달력특집은 그다지 크게 재미가 없었는데 이 하나의 사진이 나를 울리며 만족시켰다. 이 사진 한 장이야 말로 이제까지의 달력특집 가운데 가장 의미있고 가장 멋진 사진이 아니었을까. 박명수의 코미디언으로서의 자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진정 아름다운 사진이다.
그러나 그렇게 만족하고서 보았던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 미션. 바로 그제 있었던 일 때문이었을까? 그리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
"막걸리도 마코리라는 이름으로 일본 술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
"죽도 중국인들이 다 하고 있어서 중국 음식인 줄 알아!"
그러면 보드카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팔면 그게 러시아 술이 아닌 우리나라 술이 되는 건가? 도라지 위스키는 위스키를 우리나라화시키려는 시도가 되는 것인가? 청주를 일컫는 정종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들어온 일본식 청주회사의 이름이었다. 일본 이름으로 마사무네. 우리나라도 전통 청주제조기법이 있었지만 근대화된 일본의 제조기법을 받아들여 만들기 시작한 것이 정종이다.
하긴 원래 지금 마시는 희석식소주도 일제강점기 일본으로부터 전해진 근대적인 증류방식으로 주조된 것임에도 일본이 소주를 자기네 술로 속여 판다고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오히려 일본에서도 큐슈 등을 중심으로 같이 소주라 불리우는 증류주가 일찌감치 생산되어 유통되고 있었음에도. 다만 전국적으로 팔리기보다는 아마 큐슈 일대에서 지역주로 마시는 정도였을 것이다.
죽도 그렇지. 우리만 죽을 먹나? 일본도 죽을 먹는다. 중국도 죽을 먹는다. 오히려 중국이 우리보다 죽을 더 많이 먹을 지 모른다. 우리야 어쩌다 한 번 먹지. 걔들은 상당히 일상적으로 먹는 편이니까. 차이라면 걔들은 일단 쌀죽을 쑤고 거기에 다른 재료를 첨가해 만들지만 우리의 경우 재료를 볶아 함께 넣어서 쑨다는 점이 다를까? 일본의 죽도 우리와 사뭇 다르다. 뭐가 중국이 먼저 해먹는가? 중국도 먹던 죽이고 중국식 죽을 중국 브랜드 달고 파는 것인데.
그러고 보니 두부도 있다. 당연히 두부는 중국에서 전래된 음식이다. 원래 중국인들이 만들어 먹던 음식이 우리에게로 전해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중국과 한국 일본 모두에서 두부를 먹는다. 중국과 일본에서 먹는 두부의 종류가 아마 우리보다 더 많을 걸? 그런데 뭔 우리 것을 가져간다고.
이런 섣부른 말들이 먼저와 같은 소동을 만드는 것이다. 누가 우리의 무엇을 가져가려 한다더라. 그 근거라는 것이 이렇게 모호하고 애매하고. 그래서 뭔 근거로 그런 소리들을 하는 것인데?
그렇게 국수주의적이거나 한 것은 아닌데 그 부분에서 갑자기 흥이 확 식어버렸다. 어쩐지 색안경을 끼게 되고, 그다지 좋은 감정이 생기지 않고. 별로 재미도 없고. 국수주의와는 워낙에 많이 부딪힌 터라. 그런 의도에서는 아니었겠지만 상당히 주의가 필요했던 부분이었다 하겠다. 경솔하다.
지루하기만 했던 달력특집과, 그러나 뻘밭에서 건져낸 보석과도 같은 한 장의 사진, 그리고 무언가 입맛이 개운치 않은 한국홍보광고까지. 지루했다가 감탄했다가 그리고 눈쌀을 찌푸리는 - 말 그대로 무어라 한 마디로 단정할 수 없는 버라이어티였다. 그냥 무한도전이었다? 위의 저 사잔 한 장 만은 정말 최고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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