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1박 2일 - 김종민이 그렇게 욕먹을 짓을 했나?

까칠부 2010. 12. 7. 06:35

하도 욕들을 하기에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이거 재미있잖아?"

 

1박 2일이었다. 6시 내고향이 아니었다. 맛자랑멋자랑도 아니었다. 목적은 웃음. 버라이어티였다.

 

물론 다른 멤버들은 주어진 미션에 충실했다. 지역주민들과 만나고 지역의 풍물도 소개하고. 하지만 그래서야 리얼버라이어티가 아니지 않은가.

 

하나의 명사에 대해 사람마다 다 갖는 의미가 다른 것이다. 같은 이름을 갖는다고 모두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울산이라 해서 꼭 명승이나 맛집을 찾아 나섰어야 했을까?

 

보아하니 김태희 팬이다. 같은 예능프로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그리 두려울 정도로 떨리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울산이라는 지명을 들었을 때 김태희를 떠올리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울산을 찾았다면 김태희와 관련된 장소를 찾는 것도 당연했을 것이다. 이수근이 이종범을 만나 육전을 먹으러 가고 강호동이 굳이 양준혁에게 전화해서 찜갈비를 먹으러 간 것처럼.

 

김종민에게는 그것이 다른 어느 것보다 더 의미있는 행위였을 것이다. 팬으로써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의 흔적을 쫓아 - 심지어 여학교 운동장을 뛰어보는 것. 속에 갖고 있는 건 그런데 억지로 방송을 위해 상황을 만들고 멘트를 쥐어짰다면 그것이야 말로 "리얼"일 수 없었겠지.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물론 멤버들의 말이나 행동이나 주위의 반응들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그 지역을 알리기 위해 정석대로 행동하는 가운데 유독 혼자서만 튄다는 것이 혹시 가질지도 모르는 경직성에 파열을 일으키며 일탈과 의외성의 재미를 주었다. 하기는 반겨주는 이 없이 홀로 쓸쓸히 설문조사에 응하고 있던 김종민의 모습과도 무척 어울렸으리라.

 

더구나 좋지 않은가. 강호동이 전화를 걸어 과제를 전했을 때 왁자하게 들려오는 여학생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연예인이라고 반가워하고, 운동장을 뛰는데 함께 따라 뛰고, 모여서 웃으며 수다도 떨고 사진도 찍고, 하필 이승기가 아닌 김종민이라는 사실에 실망도 하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김종민에게 미션의 장소인 간절곶을 가르쳐주고. 김종민을 에워싸고 반가워하는 그네들의 순수와 활력이 프로그램에도 힘을 불어넣은 듯 싶었다. 보는 나도 이렇게 즐거웠는데.

 

가만 김종민은 거의 이제 까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린 모양이다. 이를테면 관성이다. 하나가 보기 싫으니 나머지도 보기 싫다. 이제까지 욕했으니 앞으로도 욕하겠다. 다른 건 몰라도 지난주의 울산여고를 찾아간 행동 자체까지 비난했어야 했을까? 말 그대로 "리얼"버라이어티인데. 그렇게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김종민이 자신의 본심을 숨긴 채 방송용 행동을 계산해 보여주었어야 했을까?

 

김종민의 감이 떨어졌다는 것과 이것과는 별개. 그리고 김종민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즐기는 것이라는 것도. 주위의 눈치를 보지 말고 마음껏 프로그램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받아주는 것이야 강호동이든 이수근이든 은지원이든 아무나 하겠지. 그들은 다 이미 그만한 능력이 되는 예능인들이니. 아무것도 않는데 받아줄 수 있는 예능인이란 없는 것이다. 어떻게 살리는가도 역시 제작진의 몫일 테고.

 

아무튼 보게 된 이유가 김종민이 왜 이렇게 욕을 먹는가 궁금해서라. 육전도 맛있어 보이고, 특히 찜갈비가 그렇게 맛있어 보이고, 씨 있는 호떡은 침이 꿀꺽 넘어가고, 비빔당면은 집에서 어떻게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썩히고 있는 당면이 좀 있다. 100년 된 건물조차 흔치 않은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양준혁 선수와 이종범 선수를 볼 수 있어서 반가웠고.

 

그리고 또 하나 든 생각이, 일부러 이렇게 멤버들을 찢어놓은 것은 어쩌면 김종민을 살리기 위한 제작진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다른 멤버들 눈치 보지 말고, 다른 멤버들에 기대려 하지 말고, 혼자서 한 번 마음껏 해보고 싶은 대로 해보라. 실제 혼자 떼어 놓으니 그동안 띄엄띄엄 본 가운데서도 가장 나았었다.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자신감. 진심으로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

 

재미있었다. 1박 2일의 재미가 어디 가겠나? 확실하게 재미를 보장해주는 예능이다. 다만 그 시간대에 봐야 할 다른 프로그램이나 해야 할 다른 일들이 있어 잘 챙겨보지 않을 뿐. 그러나 일부러 찾아볼 때마다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예능이다. 이번에도 그 명성 그대로. 김종민도 좋았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서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미경을 들이대면 피부미인이란 존재할 수 없다. 나도 가끔 실수하는 부분일 테지만. 그렇다는 거다. 김종민의 분발과 부활을 기대해 본다. 이번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