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도 가끔 그런 걸 느낀다.
여기다 한 마디 쓴다.
"이 음악은 이래!"
하지만 가만 듣다가 생각이 바뀐다.
"아, 이 부분이 독특하군."
"이 부분이 재미있어!"
어쩌겠는가? 이미 말은 나와버렸는데.
인터넷의 속성이기도 하다. 판단이 너무 빠르다. 말도 너무 빠르다.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
부활의 "사랑할수록"이 거리마다 울려퍼지기까지는 3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벗님들 5집에서 "사랑의 슬픔"이 히트할 무렵 벗님들은 그동안의 저조한 활동으로 해체를 고려하고 있었다. YB - 당시 윤도현밴드 역시 사랑two가 반응이 오기 시작할 무렵 윤도현은 밴드를 해체하고 개훈련소에 가 있었다. 언니네 이발관 역시 집안일 돕겠다고 밴드 해체하고 집에 들어갔다가 음반이 히트한 것을 알았다.
물론 좋은 음악은 또 한 귀에 들리는 음악들이다. 대중음악이 그렇다. 이것저것 따져가며 듣는 것이 아니라 귀에 와 닿는 대로 듣고 느낀다. 하지만 그럼에도 들어서 좋은 음악이라는 것도 있는 것이다. 발매 당시에는 별 것 아니었다가 어느샌가 반응을 얻으며 때아닌 히트를 기록하는 음반들.
하기는 대개 그런 음반들은 주류에서 벗어난 음악이기 쉬웠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형편이 되지 않는 음악들이었다. 가수지망생들이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 등의 가요제에 몰리는 이유는, 굳이 따로 준비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홍보가 되니까. 그래도 가장 수월한 가수의 등용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지금도 음악의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살아남는 것은 음악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여력이 있는 유력 기획사의 음악들. 한 마디로 아이돌들이다. 혹은 작년 무한도전 가요제나 올해 슈퍼스타케이 같은 예능을 통해 알려진 음악들이거나. 한 마디로 대중에 확실하게 알려야 뜬다. 갈수록 주류와 비주류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주류란 인터넷을 통해서도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여건을 말하는 것이니까.
음악이 획일적이 되어가고, 기획사의 상업적 의도만이 드러나고, 심지어 음악들도 쉽게쉽게 빨리 히트할 수 있을만한 음악들이 살아남고. 후크송이라는 게 그런 것 아닌가. 대중성의 지표로 여겨지는 모바일이라는 자체가 그렇게 한 귀에 들리는 음악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감상용 음악보다는 소비용 음악이랄까.
뭐 그것이 음악만이 아닌 전반적인 현대사회의 흐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작품보다는 상품이. 생산보다는 소비가. 그리고 정보화와 세계화는 상품과의 거리를 더욱 좁히고 소비를 더욱 감각적으로 만들었다. 전처럼 시간을 두고 차분히 들으며 음악을 판단한다. 그러기에는 나오는 음악들조차 너무 많다.
그리고 음악을 찾아들으려 한다는 것. 사실 유리하기는 지금이 더 유리하다. 음원사이트 뒤져보면 하여튼 뭔 음악이... 그것도 아닌가? 음원사이트에서 서비스가 되지 않으면 아예 구하기조차 불가능하니. 시내의 큰 음반가게에 가면 일단 구하지 못하는 음반은 없었던 것 같았다. 알음알음으로, 입소문으로, 전문적인 매체의 도움도 컸다. 지금보다 라디오에서는 음악의 비중이 높았고, 음악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도 있었고,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돕는 다양한 정보들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약간의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3대 기타리스트와 더불어 유명했던 3대 보컬리스트, 3대 베이스, 3대 드러머... 연주자가 스타로 발돋움하던 껏도 바로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거대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다양한 전문적인 비평등을 통해 찾아듣는 음악들. 방송출연이라고는 한 번도 하지 않았어도 100만장을 파는 것도 그때는 가능했다.
어쩌면 인터넷이 문제일 것이다. 미디어가 너무 발달해버린 것도. 그만큼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서는 무엇도 알려 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살아남는 것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어울리는 아이돌들. 어차피 아이돌이란 음악을 하려는 이들이 아니기에 곡의 주기가 짧아져도 별 문제가 없다. 음반 하나 내기까지 몇 년도 걸리던 예전에 비해 SS501을 제외하고는 참 음반도 자주 내고 있으니.
하지만 이미 흐름은 그렇게 가고 있고, 누구 말마따나 시대를 바꿀 수 없다면 거기에 맞춰가야겠지. 그러지 못하면 단지 도태될 뿐이고. 하지만 90년대를 살아온 이로써 그같은 불평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간만에 신승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신승훈은 어쩌면 가장 정석적이면서도 가장 완벽한 발성을 지닌 가수일 것이다. 비성과 두성을 쓰는데 구분이 없다. 차라리 클래식의 발성에 가까울 정도로 안정된 발성은 여러 음역대에서 두루 자기가 가진 목소리의 매력을 안정감있게 뽑아낸다. 음역대가 바뀐다고 목소리가 흔들리고 하는 것이 없다. 결코 쉽지 않은 노래들인데도. 곡쓰기도 곡쓰기려니와 노래에 있어 신승훈 앞에 내세울 수 있는 가수는 지금도 거의 없으리라.
윤종신이야 예능 때문에 저평가된 예고. 악기 하나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게 없고, 전문적인 교육조차 받은 적 없는 것 치고는 음악에 대한 센스가 탁월하다. 말 그대로 그도 또 한 사람의 천재과다. 보편적인 인기는 얻지 못했지만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척 좋아했던. 오래전 그날은 하필이면 군대 있으면서 들어서.
솔직히 전혀 기대는 않았는데. 차태현 나온다는 소리 듣고 또 차태현이냐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좀 뻔한 데가 있어서 그냥 제끼려 했었다. 하지만 올라온 플짤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거 볼 만하겠다. 역시.
웃음 가운데 음악에 대한 윤종신과 신승훈의 진정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다. 그들의 주옥같은 음악들도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놀러와에 감사한다. 늘 챙겨보지 못하는 것이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좋다.
'예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필버라이어티라... (0) | 2010.12.08 |
---|---|
KBS 예능정리 - 청춘불패, 천하무적야구단, 야행성... (0) | 2010.12.08 |
1박 2일 - 김종민이 그렇게 욕먹을 짓을 했나? (0) | 2010.12.07 |
런닝맨 -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0) | 2010.12.06 |
영웅호걸 - 짜증이 나려 했다! (0) | 2010.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