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회,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이제 행복한 앞날만이 남은 위매리와 강무결 앞에 위대한이 강소영을 데리고 나타난다. 그리고 선언,
"매리야, 네 새엄마다!"
"무결아, 네 새아빠야!"
ㅎㅎㅎㅎㅎㅎㅎㅎ
어째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함께 살면 아옹다옹하며 알콩달콩 잘 살 것 같다. 철없는 부부로.
진짜 이건 만화 아닌가. 내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는 거다.
위대한이 쳐들어온다니 허겁지겁 쓰레기통에 숨고. 수도관이 얼어 물이 나오지 않는 탓에 물을 길러 가는데 그걸 정인이 오해하며 따져묻고. 그래. 만화란 이런 터무니없는 오해가 필요하다.
참 남자의 질투란 귀엽지 않은가. 남자의 자존심 때문에 질투를 해도 드러내지 못하고 이렇게 귀엽게 한다.
같이 차를 타고 가다 위매리의 문자를 받고 괜히 정인에게 하트가 어떻네 자랑하는 강무결, 이내 급브레이크를 밟음으로써 쪼잔하게 복수하는 정인, 고개를 돌리고 있는 그의 웃는 얼굴이 그려지는 듯하다. 위매리의 전화가 자기에게도 오자 아예 대놓고 통화내용을 조작해 들려주는 정인도 그렇고. 그러자 아예 다 마음에 안 드는 듯 투덜거리는 강무결도.
그래. 이 드라마가 나아갈 방향이 이거다. 다만 이런 코드를 대중은 얼마나 받아들여줄 것인가? 어찌 보면 유치하고, 어찌 보면 하잘 것 없고, 그보다는 진지한 이야기가...
네러티브가 없다고 한다. 스토리가 부실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것 보자는 드라마가 아니다. 이건 하나의 동화라 보면 된다. 동화에는 스토리가 없다. 네러티브도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캐릭터이고 관계이고 장면이다.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에 흥미로운 캐릭터와 관계를 얹어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는 것이다. 스토리를 요구한다는 것은 작품에 대한 모독일 듯.
좋지 않은가? 위대한과 강소영의 아옹다옹이. 강소영의 한심함으로 인한 사건들이. 그에 곤란해하면서도 다가가는 서로의 관계가. 오해하고 갈등하고 질투하며 그럼에도 사랑하는 그 감정의 선들이.
어쩌면 실제 야외에서 촬영했을 텐데도 세트를 보는 듯 그린 듯한 이런 장면들이. 정말 장소섭외며 카메라가 좋다. 하나하나가 만화를 보는 듯 동화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멋지지 않은가? 이건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이렇게 장면 하나하나가 강조하고 있는데. 시나리오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안 좋다.
그나저나 방실장이 악역을 맡게 될 것 같은데. 역시 악역은 이렇게 미워야 한다. 악역에는 논리적인 악역과 감정적인 악역이 있다. 이해 가능한 악역과 이해할 수 없는 악역. 방실장에게는 이유가 없다. 이유가 없기에 이런 동화적인 작품에서는 악역으로 적절하다. 그로 인해 곤란해하는 모두가 착해지고, 그들에 동의하며 동정하게 되고, 마침내 그를 쓰러뜨렸을 때 통쾌해진다. 아주 기분나쁘게 잘 묘사되고 있다.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치밀 정도다. 대단한 캐릭터 연기다.
그리고 역시 박상면의 연기력은 대단하지 않은가. 이아현의 연기도 오랜만에 보는데 역시 붕어빵에서의 모습이 그녀의 실제 모습이었을까? 기대 이상이다. 설마 이아현?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서 한심한 어른의 역할을 너무나 잘 소화해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른들은 이해할 수 있는 연기겠지.
말하지만 이건 스토리 보자는 드라마가 아니다. 네러티브가 중요한 게 아니다. 캐릭터이고 그 관계이며 그를 위한 사건이다. 스토리는 그를 위해 존재한다. 고도의 복잡하고 정돈된 네러티브가 아니다. 간결하면서도 각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다. 장면장면이 이어질 수 있으면 족하다.
마지막 자고 일어나 부스스한 위매리의 모습은 귀여웠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정인은 찌질한 질투와는 어울리지 않게 멋지고. 이게 이 드라마의 멋이다. 재미있다. 웃었다.
어제 술먹고 일찍 자느라 이제서야 봤다. 드라마 본방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본방으로 보았으면 좋았을 것을. 뭐 이제라도 보았으니까.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생각한다.
어쨌거나 설마 진짜 막판에 위대한과 강소영이 그러고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위대한이라면 딸을 위해 그렇게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장을 기대해 본다. 막장도 간만에 보면 재미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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