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프레지던트 - 확실히 이 드라마도 판타지는 판타지다!

까칠부 2010. 12. 17. 09:39

문득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이다. 어떤 선지자적인 모습이 꽤나 거슬려 대충 넘어갔는데,

 

장일준은 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투표하지 않는 자의 권리는 보호받지 못한다."

"투표하라!"

 

상당히 통쾌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문제. 과연 저런 말을 들었다고 학생들이 일어나 박수를 치고 환호할까? 글쎄...

 

아마 모르긴 몰라도 먹물 깨나 먹었다는 학생이라면 이리 반론했겠지.

 

"기권도 권리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투표하지 않은 국민도 국민이다.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정치가 왜 이 모양인가? 바로 그놈의 국민을 위한 정치다.

 

사람마자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목적하는 바가 다르다. 그 수단이나 과정도 다르다. 그게 바로 이념이고 성향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정책이 바뀌고 이익을 보는 이가 달라진다.

 

재벌과 가깝다면 당연히 재벌을 위하겠지. 같은 재벌이더라도 토목쪽과 가까운가 아니면 전기전자 쪽과 가까운가. 그리고 당연히 그에 따라 표도 주고 정치자금도 제공한다. 자원봉사자도 나온다. 그러면 누구에 우선해야 할까? 그러자고 공약을 했으니 그러자는 정책을 펴야겠지.

 

그래서 선거를 하는 것이다. 내게 유리한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내게 도움이 될 후보를 골라 그로 하여금 권력을 쥐어주고자. 그럼으로써 내게 이익이 되도록.

 

선거란 총칼 없는 전쟁이다. 서로 다른 이해집단이 서로 더 큰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 사회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선거를 통해 표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다. 승자는 이익을 가지고, 패자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선거의 룰이다. 이긴 자가 우선해 권리를 갖는 것.

 

그런데 국민을 위한 정치니까. 누가 해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테니까. 누가 되더라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니까. 그래서 이념이나 성향과는 상관없이 인물을 보고 뽑는다. 인물이란 거물이다. 뭔가 대단해 보이는 사람. 다시 말해 우상이다.

 

그동안 선거가 그렇게 치러졌다. 누가 더 유명한가? 누가 더 대단한가? 공약은 상관없다. 이념도 상관없다. 그 성향은 전혀 상관없다. 그래서 그런 말도 나온다.

 

"기권도 권리다!"

 

물론 권리다. 대신 그는 그러한 전쟁에서 자기 몫을 주장할 권리도 잃는 것이겠지. 그 또한 룰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투표하지 않은 국민도 국민이다."

 

국민 맞다. 단지 국민으로서 주장할 어떤 권리도 이미 스스로 포기한 뒤일 뿐.

 

그렇게 만만한가? 어쩌면 알바일지도 모르겠다. 그럴만한 사람들만 모아 이벤트를 벌인 것일... 아, 방송국에서 촬영을 가 있었지? 확실히 이것도 대단한 현실정치 드라마다. 현실의 젊은 - 그것도 대학생이었다면 거기서 장일준의 말 한 마디로 바로 넘어가 박수를 치지는 않았을 거거든. 선거전략일까?

 

판타지일까? 아니면 보다 첨예한 - 구질구질한 현실정치의 이야기일까? 어쨌거나 사람의 정치라는 점은 확실히 마음에 든다는 것인다. 장일준은 영웅도 우상도 아닌 단지 현실정치인일 뿐이다. 적당한 야심과 욕망과 그리고 이상을 지닌. 이것이 더러워 보인다면 사람이 하는 정치는 포기해야겠지.

 

문득 다시보기 하다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지나쳤었는데. 하지만 투표 않는 사람들의 변명이란 항상 똑같아서. 그것도 하나의 굳은 신념일 것이다. 그런 것도 다루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드라마니까. 아쉽다.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