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훈훈함, 행복함, 감사함...

까칠부 2010. 12. 19. 18:49

역시 이런 게 남자의 자격이다. 윤정수와 도배학원 원장일행과 이윤석, 그리고 마왕, 이성욱... 뒤의 셋이야 유부남이라 하더라도 아직 장가 못간 노총각들의 안타까운 모습들이라니.

 

참 하는 일 없다. 대단할 것도 없다. 그러나 쓸쓸이 사이다를 들이키는 것이 왜 그리 서러우면서도 웃기는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디선가는 나의 모습이다. 웃음과 함께 살짝의 눈물이. 왜 저리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데도 나는 가슴 한 구석이 휑하니 시린 것일까. 공감하는 사람 많지 않을까? 공감이라는 게 항상 반드시 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리 시리고 아리다.

 

바로 이런 시답잖음이다. 바로 이런 힘이 들어가지 않은 하찮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까이 느껴지는 진정성일 것이다. 어딘가 대단한 행사장이 아니라 아무데서고 볼 수 있는 망년회같다. 방송이 아닌 단지 아는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모임 같다. 그래서 더욱 정겨운 것일 게다. 마치 실제 그 자리에 함께 하기라도 하는 듯.

 

그리운 얼굴들이다. 경규옹 킬러이던 중국집 CEO아주머니. 한준희 해설의원. 동물자유연대에서는 깜돌이와 태양이, 담비가 입양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더구나 태양이와 담비는 같은 집에 입양되었다고. 너무나도 고마운 소식. 아마 누구나 그 아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았을까?

 

박칼린 선생님도, 최재림씨도, 이아시, 배다해, 선우, 조용훈, 서두원, 하모니의 멤버들과 초심편에서 함께 연주했던 김태원의 오부리 시절의 드러머 형님 윤남중씨. 얼마전 방영한 드라마 "락락락"에서도 그분의 모습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지나고 나니 궁금하고 반가운 얼굴들이 있어 더욱 좋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의 자격이 제 7멤버 정주리의 이정진과의 러브라인은 현재진행형이고, 김태원의 후배 마왕 신해철이 제자를 자처하고, 이성욱과 부활이 멤버들과, 오랜만의 홍기훈도 김국진의 초대로 찾았다. 정말 오랜만이다. 덩달이. 김태원의 알공예 선생님도. 김국진의 POP선생님도. 연예인들과 그리고 일반인들과 그 이전에 함께했던 시간들과 기억들.

 

이어지는 공연도 좋았다. 확실히 보컬이 김성민에서 윤형빈으로 바뀌니까 이렇게 듣기 좋구나. 목소리 자체는 김성민이 좋았지만 노래실력만은 윤형빈이 몇 수 위다. 조용훈의 객원키보드와 김태원의 트리플기타. 기타가 세 대나 되니 백킹에 솔로잉의 멜로디가 들어가며 같은 노래인데 한결 더 화려해진다. 이건 부활의 공연에서도 들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다음주는 합창을 하겠지?

 

이성욱의 네버엔딩스토리는 이승철이나 정동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있고, 한준희 해설위원의 노래에는 열정이 있었으며, 홍기훈은 역시나 트로트의 깊이를 들려주었다. 홍기훈이 정통 트로트를 들러주었다면 김영철은 개그맨으로서의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눈으로 보아 즐겁고, 귀로 들어 즐겁고,

 

그리고 조용훈... 그래. 음악의 또 한 기능이다. 발라드라는 게 무언가? 사랑노래다. 작업송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들려주기 위한 노래다. 성악 발성만 생각했는데 가요 발성은 상당히 미성이고 감미롭다. 과연 저 목소리로 저리 노래를 불러주는데 듣는 당사자의 심정은 어떨까? 전혀 몰랐다고 하는데, 그래서 마음을 접겠다고 하는데, 자리가 자리이고 음악이 음악이라 아릿한 여운이 남는다. 이런 때 몰아가기는 구경꾼의 특권이다.

 

사겨라! 사겨라!

 

잘 되었으면 싶기도 하고, 어쩐지 선우가 아깝기도 하고.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설레어하는 그 모습이 선우는 확실히 매력적인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아가씨다. 표정이 풍부하고 사랑스럽다.

 

아, 서두원도 있었구나. 함께 노래를 부른 게 누구더라? "가로수 그늘아래"가 그리 쉬운 노래가 아니다. 얼핏 듣고 있으면 임재범도 떠오르고. 힘과 감미로움이 더해지면 얼추 비슷해지지 않을까? 음반도 냈다는데 아주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으리라. 단지 화제성에만 기대지 않는다면.

 

작년은 작년대로 지인들만을 부른 소박함이 좋았다. 직접 음식을 장만하고 서빙도 하고, 그러나 한 편으로 한 해가 지나 위상이 달라진 남자의 자격의 모습을 커다란 연회장과 다양한 면면의 많은 손님들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예능국장도 참석했지. 아, 고중석씨도 있었다. 입금이 되었다며 깍듯이 인사하는 김태원의 모습은 얼마나 격의없이 개구진가. 예능국장 앞에서 열심히 손을 비비는 모습이 능청스럽기까지 하다.

 

이만큼 남자의 자격이 컸구나. 남자의 자격이 어느새 여기까지 왔구나.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당황스럽고. 하지만 연회장의 화려함과는 다른 앞서 말한 소탈한 자연스러움이 여전히 남자의 자격스럽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6명이 되었어도 남자의 자격은 남자의 자격일 것이다.

 

그나저나 6명이 되고 나니 김태원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점잖은 둘째를 대신해 책임감을 느끼는 것일까? 막내를 다그치고, 그 위의 이정진을 혼내고, 엄격함이 마치 이경규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어쩌지? 김태원이 예능에 엄격하니 그게 그냥 우습다.

 

"나는 그냥 그동안 해 오던 대로만 하면 돼!"

 

바로 그런 게 김태원이겠지. 적절히 이경규와 밀고 당기며 만들어가는 상황극은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는 어쩌면 진정한 예능인이다.

 

"이나영씨는 안 오나?"

 

윤형빈과 이정진이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참 시답잖다. 참 하찮다. 그러나 그는 전혀 그럴 것을 거리껴하지 않는다. 이제는 멘트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단지 자신을 보여준다. 자기의 하찮은 모습을 보여준다. 리얼버라이어티란 그것으로 족한 것을. 보다 힘을 빼고 자연스러워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귀농편에서 두 사람이 보여준 모습은 6명이 되어 버린 빈 자리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느닷없이 남자의 자격 멤버는 6명이라 선언하니 당황스럽고 어딘가 쓸쓸했던. 분명 가장 큰 자리를 차지했을 것임에도 지워져버린 그 자리가 어쩐지 애닲고 안타까웠다. 그러면서도 그 시간들을 함께 했던 이들이 반갑고 그들과 함께 하는 그 순간들이 보기 좋았다. 정겹고. 행복하고.

 

무엇보다 음악이 있어서. 노래자랑이라는 컨셉에 맞게 남격밴드로 시작한 송년회는 칼마에 박칼린과 할마에 김태원의 심사로 비할 데 없이 사치스런 노래의 향연으로 이어진다. 조금은 못 미치는 것도 있고, 아니다 싶은 것도 있지만 그런 게 음악 아니던가. 더불어 조용훈의 사심까지 더해서. 선우의 당황도. 사람들의 짓궂음도.

 

다음에는 하모니편 이후의 첫 합창이 펼쳐진다지? 아마 남자의 자격 합창단 마지막 합창일 것이다. 배다해와 선우의 듀엣도 있고. 아마 최재림도 한 목소리를 더할 테고. 놓칠 수 없다. 올해 가장 큰 성찬이다. 한 해를 지나고 받은 가장 훌륭한 선물이다. 그 사치를 누리려 한다. 다음주. 바로 다음주 이 시간에. 벌써부터 지나는 시간이 너무나 지루하다. 한 해가 가는 것이 그리 아쉽고 서럽더라도.

 

즐겁다. 정말 한없이 즐겁다. 단지 TV앞에 앉는 것만으로도. 아는 얼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래서 연말이면 그리 약속을 잡고 모여서 먹고 마시고 떠들고 노는 것일까? 그런 마음을 화려하지만 진정성있게 담아낸 것 같아 좋다. 예능이면서 예능이 아니다. 예능을 빌미로 모여 논다.

 

내내 웃고 뒤집어지면서도 한 구석 따뜻해지는 그런 마음들이. 정감들이. TV가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지리라고는. 이런 걸 아마 중독이라 하는 것일 게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길들여짐이겠지. 나는 이미 길들여졌다.

 

찾아온 사람들이 짓는 웃음이 내 웃음이었다. 반가움이 내 반가움이었고 아쉬움이 내 아쉬움이었고. 화려한 성찬에 대한 기대와 만족과. 행복한 웃음이 있던 시간이었다. 좋았다. 무척. 진심으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