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겟맨 확실하고, 골 넣을 골게터가 있고 - 더구나 여럿이면 모두가 골문 앞에서 골을 넣으려 하기보다는 누군가는 뒤로 빠져 있어도 좋을 것이다. 굳이 골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뒤에서 다른 선수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훌륭한 자기역할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타겟맨이 빠졌을 때. 가장 최전방에서 열심히 뛰며 기회를 만들고 스스로 골도 넣는 에이스가 빠져나갔을 때 누군가는 그 자리를 대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골게터는 노쇠하고 다른 선수들도 기복이 있어 전과 같지 않다면 더욱 그 빈 자리를 대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 최근 박지성의 골소식이 심상치 않은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전에는 단지 공격에 기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호날두와 루니라는 더 확실한 골게터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호날두가 떠나고 루니 혼자 남았을 때 맨유의 공격력은 상당히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부지런히 뛰고 기회를 만드는 선수가 아닌 골을 넣을 선수가 필요하게 되었다. 원래도 골에 욕심도 있었지만 더욱 최근 골소식이 잦은 데는 그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김성민은 거의 타겟맨으로는 완전체였다. 방송 3사를 통틀어 이런 캐릭터가 없었다. 노홍철만큼이나 정신이 없고, 김종국 만큼이나 힘이 넘친다. 누구보다도 유니크하며,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호감을 끌고, 무엇보다 가장 앞에서 프로그램의 과제와 부딪히며 다른 멤버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있었다. 노쇠한 멤버들을 이끌고도 그 어떤 예능프로그램에도 뒤지지 않는 에너지를 프로그램에 불어넣고 있었다.
김성민의 역할은 김성민이 편집된 지난 2회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나마 최대로 편집하 것일 텐데도 그의 흔적을 끝내 지우지 못했던. 그보다도 왜 이리 허전하고 칙칙한가. 마치 소금에 절이지 않고 담근 김치처럼 무언가 텅 비어있고 어색하기만 했다. 김성민이 아예 빠진 지난주는 공허할 따름이었고.
앞장서서 무언가 해 줄 멤버가 없으니 지난주는 국민할매 김태원이 앞장서고 있었다. 그러나 김태원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부족하다. 지구력도 부족하고 아무래도 활력이 떨어진다. 이경규가 처음 김성민의 역할을 맡았지만 이경규의 수는 많이 읽히는 편이고. 그 역시 노쇠해 있다. 이윤석이나 김국진이나 골문 앞으로 파고드는 타입이 아닌 2선에서 기회를 보아 한 방 날리는 타입이고. 그래도 워낙에 커리어가 대단하니 한 번 터지면 누구도 못 말린다. 과연 누가 있어 김성민을 대신할까?
물론 이정진이 김성민을 대신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누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김태원도 윤형빈을 보고 웃겨야 한다고 다그친 것이다. 이정진보다는 역시 개그맨인 윤형빈이다. 개그맨인 만큼 어느 정도 개그센스도 있을 것이고, 육체적으로는 거의 김성민에 버금가거나 더 나을 수 있다. 그렇다고 김성민만의 독특한 영역을 윤형빈에게 기대하기란 역시 또 무리다. 김성민은 김성민이지 다른 누가 대신할 수 없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그는 매우 특벼하다. 그렇다면?
누구도 김성민을 대신할 수 없다면 각자 자기 나름대로 그 역할을 대신하면 된다. 최전방에 침투해 들어가 공간을 여는 타겟맨이 부재할 경우, 그렇다고 타겟맨을 대신할 선수가 없다면 윙어가 보다 깊숙이 적진으로 침투해 들어가며 공간을 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미드필더인데 중거리슛을 통해 상대 수비수를 끌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고. 김성민이 없다면 그러면 나머지가 그 역할을 자기 나름대로 대신할 수 있으면 된다. 어차피 이경규와 김태원은 김성민만큼이나 꾸준한 편이고, 김국진과 이윤석도 꾸준하지는 않아도 때가 되면 확실한 한 방이 있는 멤버들이니. 혼자서가 안 되면 둘이서라도.
말 그대로다. 이정진이나 윤형빈이나 당장 김성민을 대신하기란 힘들다. 각자 영역이 다르고 스타일이 다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스타일은 김성민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윙어이거나 수비형 미드필더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분발한다면 어느 정도 - 아니 김성민의 자리를 충분히 대체하고도 남을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이정진의 분발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야말로 이정진 자신만이 아닌 윤형빈의 활약여부에 대한 열쇠까지 그에게 있을 테니까. 지난 귀농편을 돌아보기 바란다. 이제까지 남자의 자격에서 윤형빈이 가장 말이 많고 가장 격의없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던 것이 누구와 어떤 상황에서였는가?
윤형빈은 말할 것도 없이 남자의 자격의 막내다. 그것도 김성민과도 나이차이가 상당히 나는 편이다. 윤형빈의 나이가 올해 서른하나던가? 김성민이 1973년생이니 1980년생으로 벌써 7살 차이다. 이윤석이 그보다 한 살 더 많고, 김태원 김국진은 이윤석보다도 일곱살이 많다. 이경규는 다시 김태원보다도 다섯살 위다. 1960년생과 1980년생, 이경규가 1981년에 데뷔했다. 아무리 예능이라고 과연 윤형빈이 나이도 나이려니와 데뷔조차 한 참 빠른 하늘같은 선배들 앞에서 제대로 기나 펼 수 있을까?
유세윤과 비교하기도 한다. 확실히 잠시잠깐 출연했을 때 유세윤의 건방진 연기는 꽤 웃음을 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된다면. 나이차이도 나이차이고 연예계 경력도 그렇게 차이가 나는데 그렇게 기라성같은 선배들 앞에서 말이며 행동을 함부로 하거나 했다면? 일단 남자의 자격의 분위기부터가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윤형빈이 착한 막내로 있기에 남자의 자격도 착한 예능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왕비호로 비호감적인 이미지가 많은데. 그나마 윤형빈이 왕비호의 비호감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있었던 것도 왕비호의 캐릭터에 기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나이차이 많이 나고 경력도 차이가 나는 선배들 가운데 유일하게 윤형빈이 만만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이 다름아닌 이정진이었다. 아마 그래서 처음 제작진도 윤형빈과 이정진을 한 데 묶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이정진과 함께 있을 때 - 이정진에 대해 윤형빈은 다른 멤버드과는 달리 상당히 독설도 날리고 짓궂게도 대하고 했었다. 아마 유일하지 않을까. 왕비호로 돌아간 듯 발가락으로 다른 멤버를 가리킨 것은.
귀농편에서도 윤형빈은 마음껏 이정진에게 응석을 부리고 있었다. 엉겨붙고 애교도 부리고 반발도 하고 함께 어울려 장면도 만들고. 다른 멤버들과 함께 할 때는 결코 보이지 않던 모습이었다. 항상 깍듯하고 공손하고 그저 당하는 막내의 이미지였는데, 그러나 이정진과 함께 있으니 다르다. 또 당시 이정진 역시 제작진의 의도인지 까농남이 되면서 그런 윤형빈의 연기를 살려주고 있었고.
이정진이야 어차피 지금처럼 비덩으로 남아 있어도 좋다. 지금의 비덩 캐릭터를 봉창 캐릭터와 바꾼다는 것은 이정진 자신은 물론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손해다. 잘생기고 성실한 훈남 하나 정도는 있어 주는 게 특히 여성시청자들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윤형빈이 있지 않은가. 아직 가장 그 가능성을 보이지 못한 멤버가. 김성민이 빠진 지금 그 역할이 더없이 중요할 수 있는 멤버가. 그 키가 바로 윤형빈에게 있다.
이정진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 무리해서라도 자기 역할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이정진 자신은 물론 윤형빈을 위해서. 지금까지의 비덩 캐릭터를 지키더라도 윤형빈과 함께 김성민의 역할을 대신하여 노쇠한 형들을 받치고 프로그램에 활력을 넣기 위해서. 윤형빈은 타겟맨은 아니더라도 측면을 파고들어 공을 나르고 공간을 만드는 윙어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그것을 받쳐주는 것이 바로 이정진. 그럼으로써 노쇠한 공격진의 부담을 덜고 그들이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다.
확실히 이정진은 이정진인 채로가 좋다. 비덩인 채로도 오히려 그게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김성민의 빈 자리가 그리 크다는 것이. 예능은 어쨌든 웃겨야 하고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확실한 에이스가 사라진 빈 자리를 누군가는 채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윤형빈도 있고.
어쩌면 앞으로 남자의 자격이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가의 열쇠도 이정진이 쥐고 있다 하겠다. 형들은 이미 보일 것을 다 보였다. 더 이상 쥐어짜기에는 가진 바 연륜만큼이나 노쇠했다. 윤형빈을 끌어주기에도 이정진이 필요하고. 이제와서 이정진에 분발하라 요구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가 필요하니까.
아무튼 보면 볼수록 그 빈자리가 시리다. 이렇게나 그의 자리가 컸던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된 것 같은. 내가 아는 남자의 자격이 아닌 것 같다. 김성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하지만 이미 떠난 사람이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기에. 간 사람은 간 사람이더라도 남은 사람들끼리. 이정진에게 바라는 까닭이다.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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