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허각의 변심? - 대중은 이미지를 소비한다!

까칠부 2010. 12. 24. 17:19

나도 가끔 듣는 소리다. 블로그에서도,

 

"설마 님이 그런 소리를 할 줄은..."

 

그래서 뭐?

 

어쩔 수 없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한 번에 다 알 수 있겠는가? 결국에 처음 그 사람에 대해 결정짓는 것은 그 사람 자신이 아닌 그를 대상으로 하는 자기로부터의 이미지다.

 

그는 어떤 사람일 것이다. 그는 어떤 성향의 사람일 것이다. 어떤 생각을 할 것이며, 어떤 행동을 할 테고, 그리고 나에게는 이렇게 대할 것이다. 그렇게 기대하고 믿어 버린다.

 

그래서 말하는 거다.

 

"설마..."

 

물론 아예 대놓고 처음부터 사기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중에 사람이 바뀌어 기대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겠지. 그보다는 성급한 단정이 섣부른 믿음으로부터 벗어난 경우일 것이다.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소설 개미에서도 개미에 대해 환상을 품었다가 여왕개미 사이의 피터지는 권력다툼을 보고 오히려 혐오로 돌아선 사람이 나오지. 나무는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이 보고서는 멋지네, 아름답네, 품위가 있네, 고상하네... 그러다가 나무에 기대어 사는 벌레들을 보면 에이 지지! 겉으로 보이는 산만 보고 멋지네 하다가 온갖 벌레에 동물들에 험하고 힘들고 "그럴 줄 몰랐어!"

 

참 뭣같은 소리다. 나는 저런 소리가 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납득해 버렸다. 바로 저런 게 이미지다. 그리고 아이돌이다.

 

아이돌은 인간이 아니다. 객체며 대상이다. 대중의 욕망이 투사된 이미지다. 달리 아이콘이라고도 부른다. 공정사회의 아이콘이라던가? 어려운 형편을 딛고 제대로 된 트레이닝조차 한 번 못 받고 슈퍼스타케이 우승. 그리 잘생기지 않은 외모에 작은 키, 연예인으로써는 약점이 많음에도 마침내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뚝섰다.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한 것은 무엇일까? 하지만 허각은 허구의 아바타가 아닌 인간이었고.

 

처음부터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현실의 인간은 일단 돈을 벌어야 한다. 노래를 하려고 해도 돈을 벌어야 하고 대중에 알려져야 한다. 외부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마치 임춘애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가난한 채로 소박한 채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슈퍼스타케이 상금만도 2억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고 가족이 있다. 언제고 팬들이 바라는 인형으로 남아 있겠는가?

 

하지만 그게 바로 대중의 속성이니까. 더욱 미디어에 의존하게 되어 버린 대중은 더 이상 대상을 입체화시켜, 하나의 인간으로서 대하는 데 익숙지 않게 되어 버렸다. 아, 물론 그건 전부터도 그랬던 것이다. 연예인은 똥도 안 싼다. 연예인이 누구 사귄다고 하는 것만도 난리가 나고.

 

불행이라면 워낙에 환경이 그렇고 생긴 게 그랬기에 대중으로부터 그렇게 강요받을 수밖에 없는 허각의 현실이랄까? 아주 지독스런 차별이며 편견일 것이다. 가난하니까. 못생겼으니까. 그러니까 이럴 것이다. 시골의 인심은 이렇고, 오지의 원주민들은 이럴 것이고. 오지의 원주민들이 기자나 방송국에 돈을 요구하더라는 소리에 반감을 갖는 이유와 같다. 하지만 원주민들도 살아야 하는데? 결국 대중의 수준이라는 것이겠지.

 

어이가 없는 게. 하지만 허각도 이제는 배웠을 것이다. 대중은 얼마나 오만하고 이기적이며 제멋대로인가.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하고 멋대로 배신감 느끼고. 알지도 못하면서.

 

연예인만이 아니다. 보통의 대외관계에서도 그렇다. 좋은 인상을 남기는 사람. 안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 영리하다면 자기가 갖는 첫인상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 결국 사람들은 첫인상 - 이미지에 구애받으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도대체 나에게 뭘 기대하는가? 도대체 허각에게서 뭘 기대했던 것일까? 아마 자기도 모를 것이다. 대중이란 또 그렇게 무책임하다. 그게 대중이다. 같잖아서. 뭐 전부는 아니겠지만. 웃는다.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