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라면 자기 일에 대해 자기가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겠지. 프로 아티스트란 스스로 자기 무대를 만들고 그 무대에 충실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일 게다.
일단 곡선정부터. 곡쓰기며 작사며 프로듀스에 녹음까지. 안무도 마찬가지다. 코디에도 역시 자기 의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무대장치에도. 최소한 자기가 어떤 무대에 설 것인가.
어떤 무대에 서는가도 아티스트 자신을 정의하는 요소가 된다. 도시의 큰 무대에만 설 것인가? 대학무대를 중심으로 돌 것인가? 아니면 작은 지방행사도 챙기는가? 하지만 한승연식 표현대로라면,
"차타고 가다가 떨구면 내려서 노래하고 바로 차 타고 이동했다."
과연 아이돌에게 자신의 무대에 대한 선택권이란 있을까? 자기가 부르는 노래, 자기가 추는 춤, 자기가 입는 의상, 자기가 서는 무대에 대한 최소한의 의견을 개진할 여지는 것이 있을까?
스케줄관리도 제대로 못해서 몸상태가 엉망인데 무대에 세워 끝내 기절하게 만들고, 영하 10도가 넘는 맹추위에 망사패션을 입고 나오고, 또 축구행사에 가서 어처구니 없는 의상선택으로 분란을 야기시키고, 그런데도 계약 때문에, 회사와의 관계에서 철저한 을이기에, 그래서 한 소리 못하고 끌려만 다녀야 하는 아이돌. 스케줄로 피곤해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도 욕은 아이돌이 들어먹고.
무대를 봤다. 어이가 없더라. 진짜 하기 싫었구나. 그래도 자신들을 위해 마련된 무대이고, 자신들을 반겨 박수치고 응원해주는 관객이 있었음에도.
하지만 그럼에도 지연만을 일방적으로 욕할 수 없는 것은 그러면 매니지먼트는 왜 필요한가? 매니저가 하는 일이 뭐야? 그냥 스케줄관리? 운전? 팬들로부터 아이돌 떼어놓는 것?
그런 컨디션 관리, 기분 관리도 매니저의 몫이다. 어차피 아직 어린아이들이다. 고등학교도 졸업 못했는데 아이지. 더구나 자기가 선택한 무대도 아니고 자기가 결정한 자리도 아니다. 그러면 결국 나머지는 다른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 매니지먼트사가 책임질 부분 아니던가.
어차피 스타들 매니저가 하는 일이 그거다. 변덕 부리면 받아주고, 성질 내면 풀어주고, 안 좋은 일 있으면 달래서 무대에 세우고. 그게 바로 매니지먼트다. 하물며 매니지먼트 그 자체에 의해 움직이며 존재하는 아이돌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무대에서 행동하도록 내버려두었는가? 최소한 상태가 안 좋다 싶으면 무대에 세우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나의 독립된 인격으로 보자면 지연을 탓해야겠지. 한 사람의 아티스트로서 자기 무대를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면 역시 지연을 탓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돌 아닌가. 언제부터 아이돌이 독립된 인격이고 주체적인 아티스트였다고. 그런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과연 코어가 그런 회사였던가. 티아라가?
뻔히 그런 것 알면서도 지연만 비난하는 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가. 더구나 그것이 회사에서 의도한 바라면 비열하다 할 것이다. 몰랐다면 무책임하고 무능한 것이고.
프로로써 대하고, 프로로써의 행동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그들을 프로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과연 지금 아이돌 가운데 프로가 몇이나 될까. 곡선정이나 안무, 혹은 의상에 자기 의견을 반영해가고 고민도 하는 아이돌을 보면 그리 흐뭇하고 기쁜 이유다. 아이유에 호감을 갖게 된 계기가 그것이었고. 한승연에게 크게 감탄한 부분도 그런 것이었고. 프로로써 책임질만한 위치가 아닌데 프로로서의 행동만을 요구한다?
무대에 선다고 다 프로는 아닌 것이다. 노래하고 춤추고 인기 좀 있다고 다 프로일까? 오로지 기획사의 의도대로만 움직이는 인형이? 그것을 비난해 무엇할까?
내가 지연을 탓하지 않는 이유다. 그다지 비난할 생각도 없다. 안쓰러울 뿐. 그리고 화를 내자면 소속사인 코어와 매니저에게 화를 내야겠지. 반성만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기는 그럼에도 대중이란 무대를 통해서만 아이돌과 만날 수 있는 것이기에 보이는 것으로 탓하고 비난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하겠다.
아이돌이 처한 씁쓸한 현실이랄까? 여건도 대우도 더 이상 아직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으로서가 아닌데, 그러나 요구하기로는 프로로서의 자질과 행동을. 어쩔 수 없이 대중은 이기적이니까. 안타까울 따름이다. 반성하여 다시는 - 앞으로는 이런 일들을 최대한 조심하기를. 다른 걸그룹들도.
어쨌거나 무슨 일이 있었든 그것을 제대로 컨트롤하고 해결하지 못한 매니지먼트의 잘못이 크다 하겠다. 코어콘텐츠미디어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해결할 일이다. 권한은 책임에서 나오는 것을 명심하고.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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