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 생각 했었다. 아이돌로는 안 된다. 아이돌로는 시청률을 담보할 수 없다.
실제 결과가 그렇게 나오기도 했다. 아이돌 나와서 시청율 높았던 프로그램이 뭐가 있던가. 조권과 유리, 김희철로도 무리임이 패떴2를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아무리 생각해도 컨텐츠가 부실하다. 캐릭터가 있나? 이렇다 할 관계가 있어 이야기를 끌어가나? 각 에피소드마다 눈길을 끌만한 게 있기는 한가? 그런데 시청율 10%.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높은 시청율이다.
아마 그러겠지. 10% 시청율이 뭐가 그리 높은가? 낮을 건 또 뭔가? 어지간한 프로그램 시청율 10% 나오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금요일 심야시간대다. 꾸준히 10% 내외의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자체가 예능으로서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괜히 3사에서 꽃다발이니 영웅호걸이니 아이돌을 중심으로 예능을 새로 꾸리고 한 게 아니다. 백점만점도 결국은 아이돌에 기대는 예능이다.
물론 시청율은 아직 그다지 높지 않다. 영웅호걸은 1박 2일이라는 강적에 막혀 있고, 백점만점은 이제 시작단계, 꽃다발은 아침시간대로 잘 옮겨갔다. 그러나 그런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 자체가 - 패떴2에 옥택연과 유리, 조권, 김희철을 고정멤버로 출연시킨 것 역시 청춘불패의 성공에 고무된 바 크다 하겠다. 최소한의 시청율과 화제성, 그리고 시청자의 충성도.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 걸그룹이다. 아이돌. 사실 다른 것 필요없이 예쁘장한 외모의 어쩐지 화려해 보이는 아이돌이 몸뻬 입고 시골에서 열심히 일하며 노는 모습이 귀엽지 않은가. 오로지 청춘불패가 내세울 컨텐츠란 그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것때문에 나도 마지막까지 지켜보았던 것이고.
백두선화와 짐주연과 병풍효민, 성인돌 나르샤, 엉뚱발랄한 빅토리아, 하라구 구하라, 소리는 솔직히 뭐 했는가 모르겠다. 지금은 하차했지만 군민며느리 유리와 일 잘하는 써니, 막냉이 현아도 역시. 징징거리고, 굴욕도 당하고, 러브라인에, 의외의 털털한 모습이라든가, 신인스러운 악착스러움. 솔직히 백두선화보다는 처음 신인이라고 양동이에 든 물을 그대로 들이키려 무리수를 두던 모습이 더 정감이 가고 했다. 효민도 분량 챙기겠다 괜히 준비한 무리수를 두는 것이 당시 아직 신인이던 티아라의 사정과 맞물려 뭔가 짠했었고. 둘 다 신인이고 아직 알려지기 전이었던데다 분량도 없었음에도 그래서 관심이 높았지.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들 일곱이 모여 놀고 있으면 그렇게 보기 좋다. 왁자하게 개구진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지어진달까? 문제는 그렇게 왁자하게 노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는 거겠지. 개구지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도 보기 힘들었다.
어쩌면 내가 오판한 것이겠지만. 초반에는 그런 게 있었다. 가끔도 그런 게 있었다. 하지만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방식은 개그실미도, 혹은 게스트, 그도 아니면 거대이벤트. 거대서사는 디테일에 자신없는 작가가 마지막에 의존하는 것이다. 괜히 규모나 키워 화제성이나 불러일으킬 뿐 정작 청춘불패가 갖고 있는 강점 - 아이돌의 웃음이라는 핵심컨텐츠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관계가 이야기가 그 안에서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게 가장 불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스타K의 바람이 불기까지 내내 10% 남짓의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었으니.
이래도 아이돌 예능은 안 된다 할까? 이래도 아이돌로는 시청율이 안 나온다 할까? 하는 것 없이 아이돌만 출연시켰어도, 그것이 더구나 아이돌의 순수함과 청량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농촌을 배경으로 할 때 그 자체가 컨텐츠가 된다. 이게 무서운 것이다. 사실 영웅호걸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불안요인도 너무 짜맞춘 것 같다는 정교함과 세련됨이다. 순수함이 아무래도 부족하다.
어쨌거나 결국은 슈퍼스타K와 여러가지 부분에서 겹친 결과라 할 텐데. 일단 슈퍼스타K의 주시청층도 아이돌소비층이다. 더구나 청춘불패에 대해 더 극적이고 더 드라마가 있으며 재미있다. 화제성도 더 있었고. 아마 슈퍼스타K 이후 시청율을 회복하지 못한 것도 그로 인해 충성도 높은 시청자층이 상당수 떨어져나간 것이 아닐까. 그것이 청춘불패의 한계였었고.
청춘불패2의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일단 PD부터 갈고 봐야겠고. 장차 예능과 드라마 등에서 아이돌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시금석은 되리라 생각한다. 아이돌이 예능이 안 되는 게 아니었다. 시청율이 안 나오는게 아니었다. 아이돌에게는 아이돌에 걸맞는 방식이 있다. 그것만 제래도 캐치할 수 있으면.
이제 마지막 방송을 끝내고 청춘불패가 남긴 의의라 하겠다. 아이돌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씻어버렸다. 아이돌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제작진은 거의 한 것 없다. 오로지 아이돌의 힘이었다. 제작진은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아이돌의 힘으로만 지금까지 끌고 왔던 것이었다. 더 높은 시청율도 가능했을 테지만 오히려 그것이 아이돌들의 발목을 잡았달까? 그게 내내 아쉬웠던 것이고. 아이돌의 예능에서의 힘을 보여주었다 할 수 있겠다.
하기는 원래 아이돌이란 예능에 최적화된 존재다. 예능이 없이 아이돌이란 반쪽에 불과할 것이다. 예능을 통해 캐릭터를 가지고 대중에 다가갈 수 있어야 비로소 아이돌이라 할 수 있을 테니. 케이블에서 아이돌을 소재로 한 예능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단지 공중파에서는 그런 예가 희귀했을 뿐.
말하지만 아이돌들 나와서 웃고 떠들고 하는 모습은 참 좋았다. 그게 유일하게 보는 보람이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으로서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과연 이건 완성도를 이야기할 수 있는 예능인가. 어떻게 해도 초반 내가 제작진에 느꼈던 호감은 착각이었던 것 같으니. 동상이몽이었을지도.
마지막까지 욕으로 끝내기는 했지만 보람은 있었다고 본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아이돌들의 순수한 모습들. 농촌의 청량함도. 아이디어는 좋았다. 포맷도. 딱 거기까지지만. 의미는 있었다 생각한다. 아무튼.
수고들 했다. 모두. 눈물이라도 개연성있게 나왔으면. 아쉬움은 그래도 남는다. 그만큼 기대가 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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