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받을 것인가? 죽을 것인가? 아니면 더 갈 것인가?
도무지 모르는 거다. 모르니까 긴장도 된다. 과연 상대가 지닌 패가 무얼까? 사람들이 도박을 끊지 못하는 이유다. 그 순간의 짜릿함이란 죽이는 거거든.
시상식이라는 게 무언가? 한 사람은 뽑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을 뽑아 상을 주자는 것이다. 과연 누가 상을 받을까? 나일까? 다른 누구일까? 혹은 내가 생각한 그일까? 아니면 또다른 다른 경쟁자일까? 기대가 있고 그래서 예상도 하고 그것이 궁금해 긴장도 하고. 마침내 발표될 때의 그 짜릿함이란.
단지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어야 한다. 최우수상을 받기보다 대상후보에 오르는 것이 영광일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상은 받지 못했어도 후보로써 경쟁했으니 대단하다. 상을 받지 못해도 후회는 없어야겠지.
"몇 년 무슨무슨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KBS 연기대상 남자우수연기자상 노미네이트"
"MBC 연기대상 여자신인상 노미네이트"
하지만 도대체가 인기상만 몇 명? 신인상은 또 몇 명? 우수상은? 대상도?
이제는 상을 못 받는 게 바보다. 어지간하면 상 하나 정도는 챙겨주고, 여러 정치적인 거래로 상 하나 정도는 챙겨받고, 상을 못 받으면 그게 우스운 거다. 그래서 상을 받기도 전에 다 결과를 예측하고.
그나마 KBS 연기대상이 나았던 것. 전광렬을 떨어뜨리고 장혁 한 사람에게 대상을 주었다지. 장혁을 예상은 했지만 거기까지 가면 어느 정도 긴장이라는 것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도 보고서 좋아하는 것이고.
내가 시상식을 보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더라. 상의 권위란 상을 주는 사람이 아닌 상을 받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인데. 상을 받는 사람이 아닌 상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어땠는가?
아니나 다를까 올해도. 상이 그냥 떨이가 된 느끼이다. 창고정리 바겐세일? SBS연예대상도 그래서 보다 말고 뉴스타상 부르는 것 보고는 바로 채널 돌려버렸는데. KBS가 확실히 그런 건 확실하다. 각 분야마다 한 명. 우수상에 여러 항목 만들어 놓은 것은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어찌되었거나.
이럴 거면 시상식은 왜 하는지. 차라리 3사가 모여 한 번 공중파 통합 시상식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정치따위 배제하고 철저히 실적과 실력으로만.
어쨌거나 과연 앞으로도 내가 시상식을 볼 일이 있을까. 가만 수상자 면면만 보아도... 매번 나오는 구설수도 그렇고. 상에 권위가 없는데 시상식이 재미가 있을 까닭이 있을까.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워야 하는데 상을 받지 못한 것이 더 크게 실망이라면 그냥 상 받는 것만 알면 그만이다.
역시 연말에 가장 보고 남는 것은 가요프로그램. 음악이 있고, 춤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 되도않는 시상식도 없고. 상을 받는 사람, 못 받는 사람, 그 보다는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주하는 아티스트들. 좋지 않은가.
발전도 없고 기대도 없고. 이제는 화도 나지 않고. 보지 않는데 화낼 까닭이 무에 있을까.
언제 다시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는 시상식이 나오려는지. 몇 주 전부터 누가 상을 받을까 두근두근거리며 기다려 보는 그런 시상식이. 아쉬울 뿐.
연말시상식을 피해간 것이 이제 와 가장 큰 자랑이다. 나는 역시 현명하다.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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