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브레인 스토밍을 한다. 온갖 아이디어가 쏟아지는데 누군가 그런다.
"이 아이디어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은데..."
폄하일까?
"일단 누구를 타겟으로 할 거야? 우리쪽에는 이런 기술이 없다구. 여력이 안 돼!"
독설일까?
멱살잡이를 한 적도 몇 번 있다. 삿대질하며 한 두어 시간 싸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역시 지금도 얼굴을 안 보는 것은, 보는 앞에서 좋은 소리 하고 뒤에서 헛짓거리 하는 인간들.
최소한 뭐가 문제인가는 알지 않은가. 상대가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몇 번이나 오디션을 봤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떨어졌다."
그에 대해 이은미가 말하지.
"스스로 음을 컨트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최소한 헛되이 오디션 보려 쫓아다닐 일은 없는 것이다. 자기 목소리에 무슨 문제가 있고, 창법에도 어떤 어려움이 있고, 이런 이유 때문에 아무래도 이번에는 어렵겠다. 혹은 그건 고쳐야겠다.
단순한 독설이었다면 그렇게 몇 번이나 기회를 주지는 않지. 맞지 않는 선곡에도 몇 번이나 다른 노래를 부르게 해서 가능성을 억지로 끄집어내어 합격시키고 있었다. 이유가 있어 그 이유에 대해 적확하게 지적한 것이 과연 독설이었는가. 작년 슈퍼스타K 오디션 당시 옥주현을 두고 하는 소리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폄하라는 것도 그렇다. 기껏 제품을 만들어 가지고 왔다.
"이거 어디다 쓰라는 거야?"
헤드폰을 만들어 오랬더니만 이어폰을 만들어 가지고 왔다. 그런데 이어폰이 꽤 쓸만하다. 그렇다고 해도 바라는 건 헤드폰이라는 거다. 그러면 한 소리 나오는 거지.
"이걸 헤드폰이라고 만든 거야?"
이어폰 아닌가? 아무리 이어폰이 많이 팔린다고 헤드폰이 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보고 한다고 그것이 반드시 좋은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에 아니다. 그래서 이건 불량품이다. 폄하?
폄하라는 건 의도적으로 그 가치를 깎아서 말할 때 쓰는 말이다. 이건 단지 자신의 기준에 의한 당연한 평가일 뿐이다. 과연 잘 만든 영화인가? 아닌가?
결국 맥락은 같다. 기왕에 말할 거면 좋게... 그래서 좋게 말해놓고 떨어뜨리라고?
"참 목소리도 좋고 창법도 좋고 가사전달력도 좋고 너무 감동적인데... 탈락!"
개그콘서트인가?
도저히 이 영화는 아닌데 그래도,
"관객이 200만이나 들어왔으니 틀림없이 좋은 영화다!"
그러면 그렇게 욕먹던 조폭영화들도 관객 많이 들었으니 좋은 영화겠네? 역설인 게 원래 디워 열광하던 사람들이 그 명분으로 내세우던 것이 충무로 조폭영화들이었거든. 관객수로 좋은 영화면 조폭영화도 좋은 영화다.
좋은 말로 할 때가 있고 아닌 때가 있는 것이다. 비평가가 비평을 하는데 그러면 좋은 말로만 하나? 심사위원이 심사를 하는데 좋은 소리 듣고자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있을까? 그래도 프론데. 하다못해 회사에서 일을 하려고 해도 그런 식으로는 일을 않는다.
하여튼 말들은 쉬워서... 그러니까 폄하고 독설일 것이다. 말은 정말 쉽거든. 기자질도 쉽고.
기껏 대놓고 욕질도 하고 하려고 까칠부라 필명 지어놓고서 전혀 예상치도 않게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성질 죽이며 지내는 처지라.... 빌어먹을. 말이나 비슷하면?
그냥 웃고 만다. 웃을 잃이 끊이지 않는다는 건 확실히 좋은 일이다. 눈가에 주름만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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