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아저씨 - 비주얼 쇼크!

까칠부 2011. 1. 6. 18:36

아저씨를 이제서야 봤다. 어떤 영화일까? 충동으로 주워와서는 충동으로 넣고 충동으로...

 

그리고 한 마디,

 

"이건 진짜 비주얼 쇼크로군!"

 

원빈을 기억한다. 그때 아마 윤손하와 차태현과 함께 나왔을 것이다. MBC드라마였는데, 제목이... 나중에 윤손하 가수 나온 것 보고 저 목소리로도 가수가 되는구나. 한 마디로 구하라라 보면 된다.

 

아무튼 당시 내가 받은 인상은 목소리가 좋구나. 나는 사람을 얼굴이 아닌 목소리부터 기억한다. 그리고 잘생겼다. 그런데 이건 뭐... 소년스런 순수함과 세파에 닳다 바래버린 허무함을 동시에 가진 얼굴이라니.

 

보는 내내 원빈의 비주얼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남자임에도.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여기까지 왔구나. 화면을 꽉 채우는 원빈의 비주얼에 처절한 액션장면. 이런 것까지 가능하겠나 싶을 정도로 잔혹하고 과격하다. 화면 바깥까지 피가 넘쳐 흐르는 듯. 하긴 그 중심에 비주얼 원빈이 있으니 더 살아나는 것이지만. 회색과 검은 색과 붉은 색, 불길한 조화여야 할 텐데...

 

순수한 분노와 허무를 잘 표현하지 않았을까. 철저히 원빈을 중심으로 진행된 영화지만 그러나 불의하고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감당할 수 없는 허무랄까. 문득 극장에서 보았으면 비명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그렇게 빨려들 듯 매혹적이다. 그 카오스적인 연기는.

 

철저한 오락영화로써 이야기의 구조라든가 어떤 영화적인 의미라든가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힘은 대단하다. 그것은 원빈의 비주얼만이 아닌 철저히 계산된 동선 아래 이루어진 액션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하다 싶지만 넘치지 않는다. 딱 집중력이 바닥을 드러낼 때 하나의 시퀀스가 끝나며 이완을 준다. 긴장과 이완, 다시 긴장하고, 적당히 풀리고, 그렇다고 아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조였더 터뜨리는 식의 긴장과 이완. 피가 마르지. 아, 이것도 영화적으로 매우 놀라운 성과구나. 액션이라고 단순히 액션만 많이 들어가서 좋은 게 아니다. 긴장감을 적절히 나누고 조절하는 센스가 정말 탁월하다. 감독의 다음 액션영화를 기대해봐도 좋을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만화방에서 다른 사람들 다 체포되는데 혼자 카운터에 앉아 라면을 먹던 할머니. 어두컴컴한 회색의 공간, 그것도 만화책들 사이에, 경찰들에 체포되는 순간에도 무심하게 라면을 먹는 장면은 마치 이 영화의 주제를 말해주는 듯하다. 반성도 변명도 없는 악과 그 순간에도 소비되는 식욕이란. 순수한 악은 그렇게 인간의 당연한 본능 속에, 욕망 속에 존재한다. 다 늙은 나이에도.

 

선명한 악이 있고, 그것을 응징하는 더 처절한 악이 있고. 과거에 어떤 사연이 있었고... 그런 것 없다. 반성도 후회도 않는다. 최후의 순간에도 그들은 이익을 따지고 증오를 발산한다. 단지 증오할 뿐. 단지 탐욕할 뿐. 그러한 순수한 악과 부딪히는 차태식 역시 순수하다. 아니 오히려 더 순수했을 것이다. 내일을 살아가는 악에 비해 오늘밖에 살 수 없는 악이란 더 비장하고 더 치열하다. 최후의 순간 경찰에 의존하는 그 모습처럼. 혼자 남았을 때 머리에 총을 겨누고 마는 그 순간처럼.

 

순간순간 교차하는 화려함과 음울함, 달콤한 쾌락과 잔인한 폭력, 세상은 그렇게 이중적이며,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이란 한없는 잿빛이다. 잿빛 가운데 마치 어둠처럼 차태식이 존재하고. 오히려 악은 더 화려하게 빛난다. 차라리 아름답기까지 한 잔인함과 불길함. 폭력의 미학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은 유혹이다.

 

정말 재미있게 봤다. 극장에서 보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 뒤늦게라도 보았으니까. 새삼 감탄하면서 본 영화다. 흥행한 이유가 있었다. 소장해 놓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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