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공교롭다. 마침 도입부에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게 뭐야?"
"나쁜 뜻인 줄 알았잖아?"
단어의 뜻을 아는 사람보다 그 단어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더 위대한 것이다.
"감정을 숨길 수 있는 사람과 숨길 줄 모르는 사람이 있을 뿐이야. 누가 정상일까?"
"독특한 거야. 이상한 게 아니라. 스페셜!"
"네 자신이 네 이름을 빛나게 하면 되는 거야."
"비밀을 만들어. 10년이 사귀어도 끝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돼. 스스로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거야."
"컴플렉스가 있음으로써 더 깊이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어. 컴플렉스란 신이 준 선물이야.."
"지성보다 위가 인성이야. 인성보다 위가 감성. 가장 낮은 수준의 문제로 흔들리지 마."
명언종결자라?
밤이면 밤마다에 나와서도 말했지.
"평생 한 권의 책도 읽은 적이 없기 때문에 완벽하게 경험한 것만을 씁니다."
언명이라 한다. 말이 진정으로 힘을 갖는 것은 그것이 진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거짓도 있어서는 안 된다. 작위가 있어서도 안 된다. 권위란 무오류에서 나온다. 오류가 없다는 것은 그것이 진실인 때문이다.
"나는 컴플렉스의 화신이었어!"
아마 작년 했던 "락락락"을 아이들도 보았겠지.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
"열등감에 몸부림치며 방황하는 모든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이 드라마를 바친다."
아이들이 어른들에 기대는 것도 그것이다. 사실 조언이라는 게 별 것 없다.
"별 것 아니다."
"네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게 사실은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다."
"문제없다."
"괜찮다."
가장 듣고 싶은 말이다.
"괜찮다."
그리고,
"사랑한다."
불안하다. 알지 못하기에 더 불안하고 두렵다. 머리로는 알아도 아직 어린 나이는 모든 것을 그렇게 쉽게 단정할만한 경험이나 연륜이 없다. 알지만 - 하지만 알아서 더 불안한 나이다. 그래서 듣고 싶은 것이다.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
그러나 그냥 입발림으로 그런 말을 한다면 어떨까? 그저 의례적으로,
"괜찮아!"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이 필요한 것이다. 굳이 말로 해 줄 필요는 없다. 들어주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그것은 충분히 전해진 것이다. 사랑도 관심도 없는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눈을 마주하고 하고자 하는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
그렇게 말이 많을 줄 몰랐다고? 그만큼 마음이 전해진 것이다. 신뢰가 쌓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말을 하고 싶어한다. 속에 있는 말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대상을 찾는다. 아무에게나 쉽게 자기의 속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사람은 경계심이 많고 수줍음이 많다. 계산에 서툰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앞에서만 아이들은 솔직해진다.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섰을 때 한 번 씩 꼭 안아주는 김태원의 행동은 그래서 매우 적절하다. 말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체온이니까. 몸이 닿고, 살이 닿고, 그리고 마음이 닿는다. 그저 안아주는 것 뿐인데도 진심이 담겼을 때 더욱 마음이 놓인다. 어느새 김태원의 말에 빨려들어가고 마는 이유가 다 있다.
"그런 낮은 수준의 문제를 가지고 흔들리지 마!"
그렇지.
이경규도 마찬가지다.
"반에서 예쁜에 몇 명 안 되지?"
"대한민국 인구 5천만 가운데 2천 5백만이 여자라면 그 가운데 예쁜 사람은 몇 안 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갖고 있단 말야."
그러니까?
"여자는 아름답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컴플렉스가 있으면 지워야지. 자기의 이를 드러낸다. 2008년 말이던가? 공짜로 아는 의사에게 했다며 놀러와서 그렇게 자랑하더니만. 지금 당장은 컴플렉스여도 화장도 있고 또 다른 교정이나 치료방법들도 있다. 그를 위해 개발되고 발전되어 온 것이다. 이미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는 그를 위한 시간과 노력과 비용과 무엇보다 의지의 문제이지 절대적으로 고민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성형반대론자들이 듣기에 거북하겠지. 하지만 성형과 미용은 바로 그같은 컴플렉스에 의해 만들어지고 발전해오고 발전해가는 것들이다. 그것은 하나의 치료다. 그것을 이경규는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은 이제 더 이상 크게 고민할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평생을 안고 갈 고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크게 깊이 고민할 것도 없다. 아무렇지도 않다.
"도저히 이 과목은 안 되겠다 싶으면 포기해라!"
이윤석도,
"준엽이형도 머리가 별로 없어!"
이정진도,
"내가 공부하라는 말을 그렇게 싫어하는데 지금은 그 말밖에는 해 줄 말이 없네."
"공부하라는 말 밖에 해 줄 수 없어 미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지하게 들어주고 진지하게 같이 고민하며 답을 찾고 그러고도 고민하던 김국진 역시.
"노력해서 고칠 수 없는 단점이라면 그것을 장점으로 삼아야지."
아이도 알고 있다. 그러나 듣고 싶은 것이다.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 줄 수 있는 누군가에게. 김국진의 한 마디가 설득력을 얻는 것도 바로 그 "진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저 한 마디 말임에도 혼자서도 미안해할 수 있는 그런 진심이. 그런 건 원래 본능으로 아는 것이다.
윤형빈이야 아직 어리니까. 역시 세월이 묻어날수록 맛이 나는 것은 된장과 와인만은 아닌 것이다.
"스스로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거야."
그렇게 쌓아 온 시간들. 그 시간이 주는 지혜들. 하기는 더구나 이경규나 이윤석이나 김국진이나 김태원이나 각자 남다른 컴플렉스가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만큼 더 고민하고 그만큼 더 갈등하고 그만큼 더 투쟁하며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자신을 빛내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하기는 안다. 많은 사람들이 안다. 그러나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그들의 말이 더 빛이 나는 것이다. 말이란 그 말 자체로써가 아니라 누가 그 말을 하는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그 말을 하는가, 말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그 말이 어떻게 나왔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남자들에게서 나왔고.
작년 강연이 대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졌다면 이번 상담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지지 않았을까. 아마 방송에 내보낼 수 없었던 내용들도 많았을 것이다. 차마 방송으로는 보여지지 못할 이야기들. 극히 일부겠지.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힘이 될까?
"괜찮아!"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듣고 싶었던 이야기들.
"사랑한다!"
어쩌면 평생을 그 소리를 듣고 싶어 사람들은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컴플렉스란 사랑받지 못한다는 두려움. 그것을 이기고 누구보다 사랑받는 존재가 된 이들은 말해준다. 나도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 사랑받는 컴플렉스는 더 이상 컴플렉스가 아니라 자신감이고 개성이고 장점이다. 누구나 바라는 바이겠지만.
멋졌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런 것이구나. 경륜이란, 지혜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항상 김태원에게는 감탄하지만. 김국진의 속정 깊은 모습이야 항상 감탄하는 바이지만. 이경규의 분량이 적어 아쉬웠을까?
"사인해!"
"각서 적어!"
가장 의미깊었던 것은 역시 공부할 때 너무 심한 말로 다그친다며 친구를 원망하던 학생과 지나칠 정도로 친한 척 한다며 의심하던 또 한 학생의 3자대면. 서로 심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후자의 경우는 그냥 혼자만의 넘어선 의심이었다. 세상 일이란 다 그런 것이라.
사인과 함께 적힌 한 마디,
"사랑함"
그리고 그래서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남는 한 마디,
"컴플렉스는 신이 주신 선물이다."
그렇게 여길 수 있기를. 스스로 그렇게 진심으로 여길 수 있게 되기를. 이경규처럼. 김국진처럼. 김태원처럼. 바로 남자들처럼.
인간의 향기를 느낀다. 남자의 향기를. 인간은 이렇게나 향기로웠던 것이다. 인간은 그래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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