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대중은 진실따위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타블로 때 보지 않았는가. 최진실 때도. 정선희도. 대중이 바라는 것은 현실의 우울함을 달래줄 어떤 짜릿하고 자극적인 무언가일 것이다. 일단 결론을 내리고 나면 이유는 자연스럽게 찾아진다.
정말 방법이 나빴다. 과연 사건 초기부터 DSP에 적극적으로 대화를 제의하고 협상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어도 연제협이 어제 공개한 문자가 그렇게 큰 파괴력을 지닐 수 있었을까? 물론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있었겠지. 하지만 5명의 카라라는 구호에 걸맞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었을 때, DSP로 복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대중들에 계속해서 전하고 있었을 때, 그래도 최소한 3인쪽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대중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여전히 카라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접지 못하는 팬들은 그러고 있다.
여론전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처음부터 박규리를 배제하고, 그렇다면 구하라라도 제대로 설득해서 신병을 확보해야 했는데 구하라마저 놓치고, 그러고서도 도대체 뭘 믿고서 그렇게 강성으로 나갔는가? 아예 협상 따위는 없다는 듯 - 실제 변호사 자신이 협상의 가능성 자체를 미연에 차단하고 있기도 했다. DSP와는 어떤 협상도 없다. 하필이면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을 때 일을 벌인 이유를 유추하는 까닭이다. 실제 이번에 나온 법무법인의 해명을 보니 법무법인의 임의에 의한 것만은 아님을 스스로 자백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그것은 마치 다시는 카라로 DSP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경영진 교체 같은 무리한 주장까지 곁들이며 경영진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사이 옆에서 지켜보기에 3인 쪽에서 DSP와 그다지 우호적으로 합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런데 일이 빵 터지고 말았으니. 사람들 반응이 어떠하던가?
이제는 어떻게 할까? 역시 가장 최악은 진실게임이다. 그렇다. 연제협이 DSP의 편을 들어 사실을 호도하거나 부풀리고 있을 수 있다. DSP가 아예 판을 엎자고 무리수를 둔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걸 누가 증명하는가? 그리고 언제 또 그런 걸 증명하고? 한 달이 걸릴까? 두 달이 걸릴까?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가고 나면 카라에게 남는 것은?
물론 DSP입장에서도 그것은 절대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까지의 3인쪽의 주장이나 태도들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대로 3은 배제하고 2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카라를 만든다. 힘들지만 카라라는 네임밸류란 대중들에 여전히 유효할 테니까. 멤버의 교체에 당황하기는 해도 팬들과는 달리 그다지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더구나 대중에 인지도가 높은 구하라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 밖의 손실분에 대해서는 3인쪽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되고. 소송이 진행되거나 하면 3인은 대중 앞에 나설 기회가 완전히 차단되겠지만 기존의 2명은 어떻게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져도 절대적으로 DSP가 이기는 게임이다.
그러니까 너무 자극하지 말라 했던 것이었다. 특히 아마추어의 경우는 자극하면 자극하는대로 바로 반응한다. 경영권 내놓으라는데 좋아라 협상에 응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계약기간을 줄여달라 하고, 기껏 의견을 교환하고 나서는 결렬이라는 표현을 쓰고, 그동안도 꾸준히 DSP를 자극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마치 3인 쪽에서 DSP를 괴롭히는 가운데서도 DSP는 인내하는 모양새처럼. 정말 DSP의 대응에 대해서는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다. 머리쓰는 사람이 있다. DSP에.
결국 지금 3인 쪽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수는 많지 않다. 아예 끝까지 다 죽자고 소송으로 가느냐, 언제가 되었든 지리한 진실공방으로 시간을 끄느냐, 그렇지 않으면 DSP의 입장도 있고 하니 조건부로 백기투항을 하느냐? 아직까지는 DSP에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 몇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카라만을 위한 매니지먼트 전담팀이다. 그건 DSP로서도 크게 부담이 없을 것이므로 - 아웃소싱은 이제 힘들게 되었다. - 부모들과의 소통 통로를 만들어두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 물론 지금 상황에 부모가 앞으로 DSP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란 많이 어려울 테지만. 그래도 카라 멤버들의 의견이 업무에 반영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과연 불의와 싸우기 위해 공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굴욕스럽더라도 생존을 선택할 것인가?
주위는 빠져 있는 게 좋다. 누가 옳네 누가 그르네, 누가 맞네 누가 틀렸네, 문자를 공개한 것은 누구네, 다 진흙탕에서 함께 더러워지자는 것이다. DSP 입장에서도 어찌되었거나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것이 유리한 관계로 조용히 패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하여튼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일을 배후에서 조종했든 아니면 단지 조언을 한 뿐이든 그 인간 다시 업계에 발을 들이기는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는 짓도 더러운데 그나마 방법도 영리하지 못했다. 지저분하고 또 멍청했다. 누가 그런 사람을 데려다 중요한 일을 맡길까? 바보가 아닌 이상에는.
오늘 중으로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란다. 가장 좋은 것은 부모 쪽에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카라를 살리는 것이다. 카라를 살리는 메뉴얼은 알아서 따로 적어놨다. 카라 멤버들은 몰랐다. 오로지 부모들의 잘못이다. 그러나 좋은 뜻에서 그랬던 것이었다. DSP는 그 선의를 받아들이겠다. 아직도 불길함은 남지만.
말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멍청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일로 멍청한 것이야 자기가 책임지면 된다지만 남의 일로 멍청한 것은 누구더러 책임을 돌릴까? 정의도 기술이다. 이겨야 비로소 정의다. 이미 졌는데도 고집을 부린다고 상황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없다. 받아들이라. 마지막 기대일 것이다.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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