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Rock에 대한 어떤 환상들...

까칠부 2009. 12. 7. 02:10

어느날 문득 깨달은 것이다.

 

"아, 락이란 원래 이런 음악이었지?"

 

사실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들으면서였다.

 

얼마전부터 대중음악의 트랜드가 뭐냐면 사운드에 멜로디를 싣는 것이다.

 

예전에는 반주라 해서 멜로디에 사운드를 붙였다. 먼저 멜로디를 만들고 그에 맞는 연주를 붙이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거꾸로 먼저 사운드를 만들고 그 위에 가사와 멜로디를 올린다.

 

뭔 뜻이냐고? 원래 락이 그렇다는 거다.

 

락 뮤지션 가운데는 악보를 보지도 그리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 어떻게 곡을 썼느냐? 연주를 하고 연주 위에 멜로디와 가사를 올렸다. 연습실에서 내키는대로 연주하다 문득 괜찮다 싶으면 서로 맞춰보고 그 위에 멜로디를 붙이고 거기에 맞게 가사도 쓰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보면 락이라는 게 멜로디라인이 오히려 단순하고 사운드가 그것을 커버하는 경우가 많았다. 펑크같은 경우는 아마 코드를 세 개만 쓰던가? 그리 많은 코드를 쓰지 않고, 멜로디라인도 단순하다. 그리고 단속적이고. 프레이즈와 프레이즈 사이는 멜로디가 아닌 사운드가 메꾸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간단히 카라의 워너만 해도 그렇다. 가사는 무척 단순하다. 멜로디도 무척 단순하다. 그것을 풍성하게 만드는 게 무언가? 사운드다.

 

미스터도 마찬가지. 퍼포먼스라고 하는데 락에서도 퍼포먼스는 매우 중요했다. 가만 서서 띵가띵가? 김태원 말처럼 그런 건 음반으로 들으면 된다.

 

원래 락이라는 것도 클럽을 중심으로 발전한 음악이었다. 클럽이라는 데가 뭐하는 덴가? 술마시고 노는 곳이다. 술마시고 놀자면 뭘 할까? 춤을 춘다. 원래 춤추고 놀자던 음악이 락이었다. 락의 뿌리랄 수 있는 블루스도 그렇게 클럽에서 놀자고 연주하던 음악이었다. 지금도 라이브 가면 가만 앉아서 듣는 법 없다. 죄다 일어나서 방방 뛰며 듣지. 덕분에 요즘은 체력 달려서 그런 데 못 쫓아다니는데...

 

문제는 뭐냐면 워낙에 한국에서 락이 대중화되지 못하다 보니 어느샌가 이상한 환상만 늘어나더라는 것이다. 락은 이런 거다, 락은 이렇게 하는 거다, 락 스피릿 어쩌고...

 

그 가장 큰 피해자가 문희준이다. 사실 문희준을 비난하는 데 가장 앞장섰던 것은 락마니아들이 아니었다. 락마니아가 그렇게 많으면 한국이야 말로 락의 성지게? 오히려 문외한들이 그리 나섰다. 이유인 즉,

 

"아이돌따위가 어디 락을..."

 

은지원이 힙합한다고 욕을 듣거나 하지 않았던 이유와 같다. 문외한들은 그냥 습관적으로 흘러나오는 랩과 힙합을 구분할 수준이 안되거든. 그러나 락에 대해서는 그게 아니었던 거다. 뭐가 락인지도 모르고 락이 어떻네 저떻네...

 

저항과 반항, 시대정신... 그러나 그런 건 포크나 블루스, 힙합, 뭐 트로트로도 얼마든지 가능하거든? 그런 건 그냥 가사일 뿐이다. 가사야 어떤 음악에 붙이든. 더구나 말했듯 락이란 자체가 사운드 위에 멜로디와 가사를 얹는 경우가 많은 터라 가사의 중요성이 많이 떨어진다. 아예 가사라는 건 사운드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람들마저 있을 정도이니. 의미야 어찌되었든 듣기만 좋으면 좋다.

 

그러나 평생 락이라고는 듣지 않고, 어차피 앞으로도 락이라고는 듣지 않을 것이기에, 그들에게는 락이란 이미지로 충분한 거다. 뭔가 고뇌와 갈등과 번민과... 뽕도 좀 하고, 술도 좀 마시고, 여자도 좀 밝히고, 쌈질도 좀 하고, 어두침침한 곳에서, 그리고 항상 음악을 고민하고... 그러니 아이돌이 락 한다니까 곱게 보일 리 있나? 락마니아들이 문희준을 음악으로 깠다면 문외한들은 그래서 락을 한다는 자체로 깠다. 참으로 그럼에도 여직 버티고 살아준 것만도 고마울 정도.

 

요즘 댄스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것도 그것이다. 이제 락도 좀 신나게 즐겨야 하지 않을까? 몸도 좀 흔들고 가볍게 따라 흥얼거리기도 좀 하고...

 

하긴 인디씬 가보면 그런 것들 많다. 아예 멜로디 없이 랩으로 대신하는 팀도 있고, 댄스음악처럼 퍼포먼스를 주로 보여주는 팀들도 있고, 요즘은 잘 가지 않아 모르겠다만, 결국 그런 것들도 락이라.

 

한 마디로 락 또한 대중음악이라는 거다. 대중이 소비하는 음악이다. 대중이 즐기고, 대중이 즐겁고, 뮤지션도 즐겁고, 또 돈도 되고...

 

그래서 요즘 FT아일랜드 같은 아이돌밴드에 대한 거부감을 많이 줄였다. 여전히 걔들 음악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락을 보다 대중음악에 가깝게 붙일 수 있으면 좋은 거니까. 다만 역시 그놈의 락이라는 허세가... 아이돌이라서일까? 락에 대한 고민보다는 허세밖에 안 보인다. 이건 락이다... 뉘미!

 

아무튼 락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 락은 마니아용 음악이 아니다. 다른 대중음악과 차별되는 어떤 것도 아니다. 그냥 대중음악이고 즐기자는 것이다. 그 이상 뭐가 있겠는가?

 

음악은 그냥 음악. 대중음악은 그냥 대중음악. 락도 그 한 부분일 뿐.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아, 나도 깨닫는데는 오래 걸렸다. 어느날 후크송이라고 듣는데 들리더라.

 

"예전 락도 이런 식으로 연주하고 불렀었지?"

 

결국은 음악이라는 거다. 누군가의 말처럼,

 

"음악에는 좋은 음악과 더 좋은 음악이 있을 뿐이다."

 

그대로. 정답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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