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영웅호걸 - 영웅호걸 돌아오다!

까칠부 2011. 1. 31. 07:10

그래, 이런 걸 바랬었다. 지난주에 이어 아주 깨알같은 웃음들이 좋다. 굳이 잘할 필요 있나? 영화를 굳이 더 잘만들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판타지를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어떤 연령대의, 어떤 성별과 계층의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더 많이 본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이 바라는 것은?

 

그래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영하 12도의 날씨에 자꾸 서인영과 홍수아가 NG를 내니까 지연이 불을 뿜던 장면. 터졌다. 그렇지 않아도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촬영을 계속하느라 춥고 지쳐 있는데 NG를 자꾸 내고 있으니 마침내 터져나온 분노가 이글거리는 불길의 CG와 함께 제대로 전달되었다. 더불어 공룡이라는 지연의 캐릭터 역시. 지연은 역시 공룡이었다.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홍수아만 보면 웃음이 터져나오는 노홍철과 어색한 연기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서인영, 어딘가 모르게 허술한 캐릭터인 홍수아, 이진 역시 조신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곳곳이 빈틈 투성이다. "레이디"와 입이 얼어 헛나오던 대사와 방안에서 노홍철만 보면 빵빵 터지던 모습들. 무려 2시간동안 16번의 NG를 냈던 노사연도 있었다. 우여곡절도 있었고. 갑작스런 눈과 한파로 말미암아 가장 중요한 스키점프신을 찍지 못하는. 다만 국가대표선수들이 위험해서 하지 못하겠다는데 무리하게 조르는 모습은 사실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부탁하는 입장이지 어떤 계약관계가 아닌 것이다.

 

완성된 영화도 좋았다. 아니 그 전에 가편집본을 보고 이호재 감독이 해주었던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어딘가 맥락이 끊기고 어색하던 이야기가 나름 구조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게 되었으니. 흔히 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다. 문장 하나만 바꾸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문장 하나 때문에 글 전체를 바꿔야 할 때가 있다. 엔딩을 정했으면 특히 이전의 모든 내용을 엔딩에 맞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초대 받지 못한 손님"의 원작을 보지 못해 모르겠지만 신봉선의 아이디어로 엔딩을 재구성하면서 아마 그 부분을 소홀히 여겼던 모양이다. 촬영과정을 보면서도 분명 그 손의 주인공은 유인나와 아이유여야 할 텐데 와 함께 방안에 있는가 의아해했었으니. 거기에 유인나와 아이유가 누워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다만 홍수아네의 "하늘 위로"의 경우는 내가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상당히 오글거려하는 편이라. 70년대 "에이스를 노려라"도 아니고 시대착오적인 캔디류의 열혈근성물이라니. 다만 컨테이너 앞에서 노홍철을 기다리느라 쪼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노홍철이 한 말에는 십분 공감한다.

 

"사기당해서 거지가 되었다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느닷없는 금메달과 왕따당하던 과거의 기억과 그리고 흔한 우정의 코드와 그리고 열혈과 근성의 이야기. 그나마도 조각조각 너무 이야기가 몽타쥬되듯 지나가버리는 바람에 이입되기도 쉽지 않았다. 장편에나 어울릴 이야기를 맞지도 않는 단편에 너무 억지로 우겨넣은 것은 아닌가. 5권짜리 만화책을 네 컷짜리 한 꼭지로 정리한 듯한 느낌이랄까? 아니면 어느 장편영화의 티저를 보는 것 같았다. 확실히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전달되고는 있지만 어색함과 아쉬움이 있었다.

 

아마 그런 점이 점수에 많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이호재 감독은 아무래도 한정된 공간에서 단순한 이야기와 장면들로 이루어진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에 비해 다양한 장소애서 여러 다른 모습들을 촬영한 노력들과 참신한 시도들을 높이 평가한 듯하고, 영화학과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만든 10분짜리 단편영화라는 한계 안에서 보다 짜임새있었던 "초대받지 않은 손님" 쪽에 더 점수를 주지 않았을까. 나로서도 "하늘 위로"보다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 쪽이 스마트폰 영화라는 포맷에 더 충실했다고 본다.

 

영화도 재미있었고, 그러나 그 이전에 영화를 만드는 과정들이 정말 재미있었고, 그보다도 영화를 만드는 멤버들의 모습이 나무나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었고. 결국 쓸모가 없게 되어 버린 장갑을 가지러 차까지 갔다온 서인영에게 뻔히 예상하면서도 필요없다고 말했을 때 터져나오는 모태다혈의 "야!". 서로 실수를 반복하면서 웃고 떠드는 사이에도 영화 자체에 진지해지는 모습들도. 무언가에 진심으로 몰두하는 모습은 남녀를 불문하고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이런 것이었다. 쓸데없는 감동이나 그런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지연의 입에서 뿜어져나오는 불길처럼 영웅호걸이라는 프로그램의 컨셉에 걸맞는 미녀들의 판타지. 유쾌한 수다와 즐거운 소동들. 거창해서가 아니라 하잘 것 없기에 그래서 유쾌하게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얼마나 좋은가. 그 안에서 생산되는 이야기들도.

 

그나저나 다음주는 또다시 인기투표로구나. 그리고 대망의 호텔리어. 바로 이것 촬영 도중 그 일이 터졌던 것이었지? 과연 내용에도 그 사건이 반영되어 있을까? 그러나 호텔리어란 또한 판타지라는 것이라. 제복을 입은 단정함과 친절함, 자막에서도 나온 현대판 우렁각시의 설레임. 흠...

 

문득 생각한 건데 언제고 스튜어디스 미션이나 간호사 미션 나오면 그냥 터지겠다. 경찰미션도 좋다. 혹은 군부대 미션도. 제복은 또한 미녀에 대한 한없는 로망 가운데 하나다. 어제만 같으면 갈수록 기대되는 영웅호걸이라 하겠다. 항상 지켜본다. 제작진의 센스를 믿는다. 무엇을 바라는가를.